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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見一隅必反三
내 한 구석 보면 셋 알려 했고 1)
幸蒙先祖落鄕南
선조의 은혜는 남쪽 오심이었네. 2)
名傳竹林七賢里
이름난 죽림칠현 마을 때문이고, 3)
心在桃花千尺潭
마음의 도화담이 천길 못이라네. 4)
岳色似兵還似劒
큰 산색은 병기와 칼과도 같고
天光疑玉又疑藍
하늘빛 옥빛인가 쪽빛인가 싶네.
書空咄咄閒無事
책 들고 놀라 일없이 한가하니 5)
松下安身飮水甘
솔 아래 편안히 물 달게 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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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삼(反三): 일거반삼(一擧反三)으로 일부를 들어 설명하면 세 부분을 미루어 생각한다는 말이다. 논어(論語 述而)에 “한 모퉁이를 들어서 세 모퉁이를 유추하지 못한다면 다시 가르쳐주지 않았다(擧一隅不以三隅反 则吾不復也).”고 했다
2) 낙향남(落鄕南): 남쪽으로 낙향(樂鄕)함. 곧 시인의 선조가 영남(嶺南)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 다행한 은혜였다는 것이다.
3) 죽림칠현리(竹林七賢里): 죽림칠현의 마을. 그들은 완적(阮籍), 혜강(嵇康), 산도(山濤), 유령(劉伶), 완함(阮咸), 향수(向秀), 왕융(王戎)으로 산양현(山陽縣), 지금의 하남성 휘현(輝縣) 서북쪽 일대에서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노장(老莊) 사상에 청담(淸談)을 나누며 노닐었던 일곱 선비들이었다.
4) 도화천척담(桃花千尺潭): 이백(李白)을 사모하던 왕륜(汪倫)이라는 청년이 그의 근처로 여행을 왔다는 말에 술수를 써서 유명한 이 시인을 자기 집에 청했는데, 실상 그 정성에 겨워 떠나는 마당에 왕륜에게 지어준 이백의 시 ‘왕륜에게 줌(贈汪倫)’이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도화담의 물 천 자나 깊다지만 날 전송하는 왕륜의 정에는 못 미치리(....... 桃花潭水深千尺 不及汪倫送我情).”
5) 서공돌돌(書空咄咄): 진(晉)나라 은호(殷浩)가 유배를 가서 온종일 책을 손에 들고서 하늘을 향해 ‘아아 괴이한 일이로다!’라고 이 네 글자를 기록했다고 진서(晉書 殷浩傳)가 전해서 후대엔 실망이나 격분한 상태의 놀람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