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山會 日誌
초록 술에 취하다
오늘은 6월22일 목요일이고 일년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 날이 이고
언약은 경의중앙선 덕소역 9시로 조금 이르게 8시30분 역에 도착하니 이 대
장이 애마에서 쉬고 있다 잠시 후 윤 대감 이 대감 양 참판이 도착하고 이
어서 申 마님이 왔다
이 대장은 애마를 몰면서 팔당과 두물머리를 지난 다 나는 차장에 비쳐지는
검단산과 예봉산을 비롯한 산자락의 녹색이 짙어진 모습을 조망하면서 옛날
을 생각하는데-
이 대감이 복분자(산딸기)를 풀면서 “이 딸기는 제천의 산 딸기로 거시기에
좋다는 복분자라 하니 차내에서 남정네들은 옥수마담(申 女士)이 있건 말건
Y담을 풀면서 낄낄거렸다
나는 또 아는 체 하면서 오늘이 하지날인데 일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
장 짧은 날이라고... 어쩌구 저쩌구 하려니 곁에 양 참판이 “형님 그게 아니
구여 반대로” 말한다고 욱박지르니 앞좌석의 이 대감이 "허~어 아무것도 모
르는 소리들이야 원래 하지 날은 남자 거시기...하니“ 잠자코나 들을 것이지
곁에서 옥수마담이 Y담에 끼어들면서 “그럼 동지 날은 뭐예요” 라니 이 대
감 왈. 난처한 듯 멈칫하더니 직설법으로 “그게... 여자 거시기 날이지“ 하니
옥수마담은 얼굴이 벌개진 다 역시 여자로군... 나는 속으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 대장은 양평 못미쳐 옥천면으로 방향을 틀면서 “저 개울이 사탄천이고
우리는 사탄천을 끼고” 갑니다 라고 하는데 나는 “ 사탄천 이라니... 마귀들
이 날뛰는 개울이라고”- 했더니 “고것이 아니고 모래 사(沙)자에 여울 탄
(灘)자로 모래가 있는 여울이란 다 허면 그렇지 마귀들이란 몽땅 염라대왕이
잡아 들였을 터- 하지만 염라대왕님도 살피지 못한 것이 있어서 세상에는
아직도 이 땅에는 마귀들이 좀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설매재를 통과하고 이 대장이 더 이상 길이 험하니 애마를 진행 못
하겠다하여 걸어서 배너머재에 도착하니 주점이 있어서 양 참판이 도토리묵
에 지평 막걸리 한통을 쏘니 막걸리 맛이 꿀맛이다 나는 짐시 환담에 젖은 동행들을 홀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와서 고개의 구석구석을 살피려니 낯이
익었지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 배너머재
표고 600m의 한강기맥중의 고개로 대부산을 스치고 용문산으로 가는 길목
이고 먹거리가 있는 곳이 하나 있고 고개를 너머 가면 어비계곡과 어비산(魚
飛山 828.6m)으로 갈 수 있고 고개 밑에는 설매재로 휴양림이 있다
• 한강기맥
漢江岐脈은 오대산국립공원의 두로봉(1422m)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두물머리(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67km의 산줄기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서쪽으로 가다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두물머리에서 끝이 난다.
2019년6월22일 토요일 맑음
“하지 날. 언약은 9시지만 8시30분 덕소역에 도착하니 이 대장이 애마에서
쉬고 있다 잠시 후 윤 대감 이 대감 양 참판이 도착하고 이어서 옥수마님(신
女士)이 왔다 이 대장은 설매재휴양림으로 애마를 몰았고 우리는 배너머재
까지 올라서 주점에서 도토리묵에 지평 막걸리를 한통 비우고 다시 설매재
로 돌아와서 대 운동장까지 올랐고 윤 대감과 이 대장은 함왕봉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안부까지 다녀왔고 그리고 이 대감이 준비한 참외를 하나씩 먹고
옥천냉면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윗글은 2019년6월22일의 일기 내용으로 귀가하여 오늘 일정을 되살리려니
배너머재(표고 600m)는 옛날에 지나친 듯하여 나의 기록물을 검색하니 한강
기맥종주 2차 산행 때 통과한 고개다(2013년5월8일 목요일)
“ 아~ 그래서 배너머재에 도착 하였을 때 와 본 듯 했구나...”
16년만에 또 다시 들렸던 배너머고개- 한강기맥 종주 때의 기록물로 밤을
지새우니 그 때가 그립다 옛날은 갔고 八十壯年이 되어 노탐(老貪)을 접을
때가 되었다 첫 사랑도 그립고 인생은 그리움으로 늙어지면 그리움에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려니 하면서 잔생을 살아야 한다
설매재 휴양림으로 돌아와 주차장부터 대운동까지 포장길 따라 오르막길을
걸으려니 길가 양쪽으로 빽빽한 나무숲은 주종이 낙엽송이다 오토캠핑장과
텐트는 젊은이들 몫이고 산장은 장년들이다 산장에서 즐거운 하룻밤을 보낸
중년들은 철수준비중이다
• 설매재
눈 속에 매화꽃이 피었고 영화 “왕의 남자” 촬영지로 서울에서 1시간 이
내 도착할 수 있는 수도권 휴양림으로서, 소나무낙엽송 조림지역, 고로쇠, 단
풍나무 군락지, 철쭉, 자연산 소나무 등산로가 유명산과 용문산으로 이어져
있으며, 용천계곡과 유명산 계곡이 인접해 있어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넓
은 자연환경에 산나물, 두릅나물, 취나물등 각종 나물이 풍부하며, 단체야유
회, 야외 연수교육에 적합하고 서바이벌 게임장 및 동호인들이 많이 이용하
는 유명산 페더글라이딩 활공장이 인접해 있고, 또한 초보자를 위한 페더글
라이딩 연습장도 있어 야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출처: 다음카페 웹문서)
용문산자락 산하를 굽어보니 초록색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어
울린 모습은 천하절경이다 이 보다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으리... 더욱 시원한
산바람이 솔솔 불었다 내 낙서장에는 기효람의 시 한수가 기록되어 있다
讀書如遊山-기효람(중국 청나라 시인)
讀書如遊山: 책을 읽는 것은 산을 유람하는 것과 같아
觸目皆可悅: 눈길 닿는 곳마다 희열이 샘솟거늘
千巖與萬壑: 뭇바위와 깊은 골자기를 찾아가기를
焉得窮曲折: 어찌 힘들다고 할 것인가
煙霞滌蕩久: 안개와 노을을 말끔히 씻어내고
亦覺心胸闊: 께우쳐 가슴속 탁 트이네
所以閉柴荊: 사립문을 잠그고
微言終日閱: 온종일 조그마한 소리로 책을 읽는 뜻이 여기에 있네
용문산자락 설매재휴양림에서 산하를 굽어보는 것은 시 한수를 읊는 듯 하
였다 초록술에 취하여 몽롱하니 천하가 초록으로 보이고 천천히 쉬면서 올
랐던 길 걸어 내려와서 옥천냉면집으로 가려니 모래가 흐르는 여울처럼 사
탄천은 여전히 흐르니 구름에 달 가듯히 머지 않아서 가야 할 북망산(北邙
山)에도 빽빽한 나무숲이 있어서 숲 사이를 연인과 걷고 싶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여담 1
행사를 마칠 때 마다 이 대장은 날더러 한 마디 하라고 하니 이제는 할 말
이 없으니 다음부터는 모두 합창 할 수 있는 구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토산 토산 짝짝~짝. 토산 토산 짝짝~짝 토산회 영원하자! 만세”-라고. 해
야지.
여담 2
회냉면을 먹고 자리를 뜨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찾는 물건이 없어서 호
주머니마다 찾아도 없는데 문득 신분증을 넣는 것도 없어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하여 카운터 아가씨에게 “신분증을 주은 사람 손 들어 보세요” 라고
안내 방송을 청탁하는데 출입문에서 옥수마담이 실실거리면서 손짓을 하길
래 쏜살같이 홀을 빠져나가니-
옥수마담 왈
“뭐 잊어버린 것 있으세요”
“그려라 신분증을...” 하니 “돈은 없나...” 할 때에야 돈도 몇푼 있는 것이 생
각이 났지만 돈일랑은 당신이 갖고 신분증이나 주쇼라니 그 때서야 해해해
거리면서 손을 내밀었다 하여 주머니를 떠났던 물품이 내 품으로 돌아왔다
다음부터는 조심 조심하리라- 그리고 푹 쉬었다가 구불길이 있다하니 졸졸
따라 가 볼 것을 마음속 깊이 담는 다
아하~ 옛날
토산회
정기 산행 날은
하지 날(6월22일 토)로
양평의
설매재 휴양림을 다녀온 다
설매재를 지나서
이 대장이
험로라서
더 이상
애마를 진행 못하겠다하여
걸어서 오르니
배너머재요
주점이 있어
양 선생이
한탕 쏘겠다면서
도토리 묵에
막걸리 한통을 쏘니
막걸리 한 사발 맛은 꿀맛에
휴양림에는
빽빽하고 쭉쭉 뻗은 숲이다
한동안
휴양림을 거닐면서
초록 술에 취하니
천하가
초록으로 보이고
옥천냉면집을 들렸다 2019년6월22일 토요일 푸른 날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