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보다 더 큰 대왕고래보다 더 큰 페루세투스!
남종영별 스토리 •11시간
3900만년 전 살았던 고대 고래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를 재구성한 모습. 알베르토 제나리 제공© 제공: 한겨레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은 무엇일까?
‘공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답은 ‘지금’ ‘살아있는’ 대왕고래다. 지금까지 발견된 대왕고래 중 가장 큰 개체는 1909년 대서양 사우스조지아 섬(샌드위치 제도)의 포경항에 실려 온 길이 33.58m의 암컷이다. 가장 무거운 개체는 1947년 3월 남극해에서 잡힌 190t 암컷이었다. 코끼리(6.3t) 30마리, 성인 남성(76㎏) 2500명 수준의 무게다.
그런데, 이런 기록이 깨질지 모를 일이 생겼다. 약 3900만년 전인 에오세 중기, 이보다 더 큰 조상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대왕고래를 능가하는 생명체가 에오세 중기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신종 ‘페루세투스 콜로서스’(Perucetus colossus)의 화석.
페루 남부에서 발견한 척추 13개, 갈비뼈 4개, 엉덩이뼈 1개 등 골격으로 모델을 만들어보니, 길이 20m, 무게 85~340t의 고대 고래가 나온 것이다. 경우에 따라 대왕고래보다 1.6배 더 큰 종이었던 셈이다.
고대 고래 ‘페루세투스 콜로서스’ 표본이 페루 남부 이카 주에서 수도 리마의 산마르코스 국립대학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있다. 조반니 비아누치 제공© 제공: 한겨레
고래의 조상은 소, 양, 기린처럼 짝수 발굽을 가진 육상에 살던 우제류다. 이상하게도 우제류의 조상은 진화의 방향을 거슬러 육지에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더니, 차가운 바다에서 살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방향으로 적응했다. 동시에 물속에 가라앉을 수 있도록 뼈 조직도 단단하고 치밀해졌다.
우제류의 조상 중 맨 처음 강과 호수로 돌아간 건 파키스탄에서 화석이 발견된 ‘파키케투스’다. 에오세 초기, 육지와 강물, 호수를 오가던 이 종은 고대 고래의 초기 형태였고, 이어 암블로케투스, 레밍토노케투스, 프로토케투스를 거쳐, 바다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바실로사우루스과의 고래로 이어졌다. 바실로사우루스과의 고대 고래에는 바실로사우루스와 도루돈 등이 있는데, 여기서 분기돼 돌고래 같은 이빨고래와 이빨 자리에 수염이 난 대형 수염고래 등 현생 고래로 이어졌다.
에오세 중기에 번성한 바실로사우루스는 유선형의 몸과 강한 꼬리, 오리발을 갖춘 포식자 고래였다. 육지로 올라갈 일은 없었지만, 육지에 살던 흔적이 뒷다리로 남아 있었다. 같은 시대 살았던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바실로사우루스와 몸길이가 비슷했지만, 몸집은 더 컸다. 연구팀은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도 완전히 수중 생활에 적응해 육상에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약 300만년 전부터 지금처럼 크고 무거운 몸을 지닌 고래가 출현했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거대한 고래가 3900만년 전에도 살았던 것으로 이번에 확인돼, 진화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주 저자인 조반니 비아누치 이탈리아 피사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은 적어도 두 번 이상 고래의 거대화가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300만년 전 이후의 대형 수염고래의 진화 그리고 약 4000만년 전 바실로사우루스과 고래 종의 분기가 일어났을 때”라고 설명했다.
■ 고래의 사막에서 새로 발견된 작은 고래
이집트 서부 사막은 고래의 사막으로 불리는 곳이다. 에오세 중기에 바다(테티스해)였던 이곳은 해양생물의 화석, 특히 고대 고래 바실로사우루스과 고래가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페루세투스와 살던 시대 즈음에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가장 작은 고래가 발견됐다.
헤삼 살람 이집트 만수라대 교수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바실로사우루스과 신종인 ‘투트세투스 레이야넨시스’(Tutcetus rayanensis)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에오세 중기 화석의 보고인 이집트 서부 사막에서 발견된 이 종은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와 거의 비슷한 4100만년 전에 살았다. 연구팀이 두개골과 턱뼈, 척추 등 골격을 결합한 결과, 몸길이 2.5m, 무게 약 187㎏의 소형 고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의 돌고래와 비슷한 크기다.
4100만년 전, 오늘날 이집트인 테티스해에서 헤엄치는 바실로사우루스과의 고래 투트세투스 레이야넨시스의 골격을 토대로 모습을 상상한 모습. 헤삼 살람 제공© 제공: 한겨레
연구팀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실로사우루스과에 속하는 종 가운데 가장 작다”며 “에오세 중기 고대 고래 사이에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압둘라 고하 만수라대 박사과정생은 “현생 고래는 번식을 위해 따뜻하고 얕은 아열대 바다로 이동하는데, 이는 4100만년 이집트 서부 사막의 환경과 유사하다”며 “이곳은 고대 고래의 중요한 번식지였으며, 다양한 지역의 고래를 끌어들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바실로사우루스 같은 대형 포식종 또한 끌어들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기사가 참고한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3-06381-1, Communication Biology, DOI: 10.1038/s42003-023-04986-w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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