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쥐
-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
만신 창이된 시궁쥐*가 병균을 매개로 활개친다. 몸은 크며 귀는 두껍고 짧으며 正中線(정중선)에서는 긴 털이 密生(밀생). 지하철 곳곳에서 뿜어낸 독기가 전류를 타고 넘쳐흐른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질척질척한 열차 안, 속에서 내뿜는 열기는 깜깜 무소식이다. 시궁쥐도 무소식이다. 희소식이 무소식. 무소식이 悲報(비보), 悲報(비보). 한 자락 희망을 안고 시궁쥐는 진창*에 빠져 삶의 아우라를 붙잡고 허우적댄다. 얇은 실눈으로 주시하던 이 세상 어딘가에 빨간 색의 불이 번져 가고 진창이나 시궁창이나. 타오를세라 삶의 헛발을 재빨리 닫고 내딛는 저 생명력. 희망의 시작, 삶은 지나치던 시궁창이다. 허우적대던 시궁창이다. 불길 뚫고 내딛는 저 시궁쥐, 날카로운 눈빛 가득 한 더미의 슬픔을 뱉고 시궁창으로 행진 중이다.
*aura : 첨단방전에 의해 일어나는 기류
*시궁창 :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질척질척한 곳
*시궁쥐 : 쥐과의 동물. 인가 부근의 시궁창에 삶. 몸은 크며 귀는 두껍고 짧으며 正中線에서는 검고 긴 털이 密生함. 페스트 병균을 매개함.
*진창 : 땅이 곤죽같이 진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