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慷慨悲歌泣楚亭
의분의 슬픈 노래 초정에서 울고 1)
欲忘時事入玄冥
세상일 잊으려 어둠에 들어갔네.
煙霞洞裡衿期白
산수 깊은 곳이 마음의 고백이고 2)
詩禮家中氈業靑
시례는 집안에 전하는 유산이라. 3)
童子亦羞稱五伯
아이도 오패 말하기 부끄러웠고 4)
孝孫惟福侍重庭
효손의 축복은 중시하 가정이라. 5)
今朝始發釜山驛
오늘아침 부산역에서 출발하니
一路西行賴聖靈
서울 가는 길을 성령께 맡기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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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정(楚亭):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고사로 항우(項羽)가 마지막에 묵었던 곳을 그렇게 초정이라고 붙인 이름 같다. 유방(劉邦)의 군대가 밤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불렀을 때의 슬픈 노래인 듯하다.
2) 연하동리(煙霞洞裡)는 산수(山水) 깊은 곳에 들어가 살려는 기약[煙霞契]과 같은 말이고, 금기백(衿期白)은 가슴에 품은 회포[衿/襟期]를 드러냄[告白]이라는 표현이다.
3) 시례(詩禮), 전업청(氈業靑): 시례는 시례저정(詩禮傳庭)으로 시경(詩經)과 예기(禮記)를 공부하라고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뜰에서 당부였기 때문에 가정에 전해오는 유업[氈業靑]이란 뜻이 된다, 청전(靑氈)은 진(晉)나라 왕헌지(王獻之)가 도둑을 맞을 때 다른 것들은 다 가져가도 집안에 오랜 물건이니 푸른 담요만은 남겨달라고 했던 데서 가난한 선비의 하찮은 재물이나 조상적부터 전해오는 가르침과 같은 전통적 유전(遺傳)으로 비유된다.
4) 수칭오백(羞稱五伯): BC 3세기 순자(荀子 仲尼篇)의 말이다. “공자의 문인들 사이에서는 5척의 아이조차 춘추오패(春秋五霸/伯)를 말하기 부끄러워했다(仲尼之門人 五尺之竪子 言羞稱乎五伯).” 춘추오백은 춘추시대에 강력한 임금들로 제환공(齊桓公), 진문공(晉文公), 송양공(宋襄公) 진목공(秦穆公), 초장왕(楚莊王)인데, 순자는 이들이 위대하다고 하나 실상 도(道)를 추구하지 않은 부끄러운 지도자들이라 했다.
5) 시중정(侍重庭): 중시(重侍) 곧 중시하(重侍下)의 가정이니 부모와 조부모가 살아있어서 모시는 처지의 집안이란 뜻이니 효성스러운 손자의 참 축복이란 뜻이다.
6) 일로서행(一路西行): 일로는 여행길 끝까지(all the way)이고 서행은 서쪽으로 가는 길인데 예전에 경상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을 서쪽으로 간다는 서행(西行)이라 했으니 서울을 기준으로 경주(慶州)를 동경(東京)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