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공익적 가치와 ‘양봉직불제’
농민신문 : 2021-07-28
여름은 양봉농가가 한해 농사의 8부 능선을 넘어서는 계절이다. 그런데 전국 벌꿀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흉작이다. 양봉농가들은 또 다른 밀원을 찾아 산악지역으로 이동했지만, 피나무 등 여름철 주밀원도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대흉작이다. 지난해에는 아카시아(아까시나무)의 개화 불량이 주원인이었다면 올해는 화밀 분비량 저조와 잦은 봄비 등 기상이변이 원인이다. 국내 양봉산업 안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밀원자원 확보 대책이 절실하다.
과학자들은 꿀벌을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로, 그리고 최고의 가치가 있는 경제동물로 평가하고 있다. 꿀벌이 식물 수정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가치는 벌꿀·프로폴리스·화분 등 양봉산물 시장규모의 140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양봉산물 시장규모가 약 5000억원 정도라면, 화분매개를 통한 꿀벌의 생태계 공익적 기능은 7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중요한 꿀벌의 생태계가 파괴되기 전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토면적의 70%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삼한사온의 온대성 기후 덕분에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이 계절별로 다양하게 꽃을 피운다. 찰피나무·달피나무·엄나무·쪽동백나무·쉬나무·산벚나무 등 토착 밀원자원을 적재적소에 추가로 식재한다면 꿀벌은 우리에게 기대 이상으로 보답할 것이다.
‘양봉직불제’와 ‘밀원림직불제’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지난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논농사 중심의 ‘농업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전격 개편했다. ‘식량 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도 환경생태 보전, 토양 보전, 수자원 확보, 경관문화 보전, 농촌사회 유지, 국토의 균형발전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꿀벌을 이용한 양봉업은 당연히 직불제의 1순위 대상이다. 그뿐 아니라 밀원자원을 제공하는 밀원림도 직불제의 우선 대상이 돼야 한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숲 가꾸기 사업’에 밀원림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은 매년 산림 소유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한다. 숲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어린 나무 가꾸기, 천연림 가꾸기 등을 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 밀원림 조성을 추가해야 한다. 최근엔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탄소흡수력이 떨어지는 나이 많은 나무를 베어내고, 향후 30년간 나무 30억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밀원수를 심는 것이 어떨까.
한번 파괴된 생태계를 복구하기란 매우 힘들다.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이승환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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