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써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 박재삼,「겨울 나무를 보며」
(나)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낙화」
16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며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② 시간 경과를 시상 전개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다.
③ 공간의 대비를 통해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④ 과거에 대한 회상을 통해 그리움의 정서를 환기하고 있다.
⑤ 색채 대조를 통해 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17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예나 지금이나 ‘그리움’에 살고 있는 존재이다.
② ‘숨가쁜 나무’와 의미상 대응되고 있다.
③ ‘마흔’살 즈음이 된 화자와 동일시되고 있다.
④ ‘잎사귀’ 없이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⑤ ‘벗을 것을 벗어’버린 편안한 상황을 의미한다.
18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낙화」에는 꽃이 떨어지는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화자의 순명 의식이 나타나 있다. 화자는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삶에 내재된 기쁨, 무상감, 한(恨), 비애감 등의 다양한 감정을 맛보게 되는데, 이런 화자의 모습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① ‘바람을 탓하랴’는 꽃이 지는 것이 ‘바람’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로 인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어.
②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머언 산이 다가서다’를 통해 화자가 고요한 새벽에 이어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낙화를 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어.
③ ‘귀촉도’가 한을 상징한다는 점으로 볼 때, ‘귀촉도’는 지는 꽃에 대해 느끼는 화자의 비애감을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군.
④ ‘촛불을 꺼야 하리’와 이어지는 ‘우련 붉어라’를 통해 붉은 꽃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분위기와 그것을 잘 살피려는 화자의 정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어.
⑤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에서는 꽃이 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꽃이 지는 슬픔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군.
도움자료
[2014 EBS N제]-(B형)
16~18
16 ② 17 ① 18 ⑤
박재삼,「겨울 나무를 보며」
이 시는 나무의 여름과 겨울을 사람의 젊은 시절과 노년에 대응시켜 노래한 작품이다. 특히 잎사귀들을 다 떨구어 버린 겨울 나무의 모습에서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던 것들을 벗어 버린 인간의 중년을 느끼는 시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또 이는 옷을 다 벗고 탕에 들어앉은 화자의 모습과 중첩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며 삶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기쁨으로 이어진다.
자아의 삶을 성찰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 데서 오는 기쁨
■ 1연: 나의 젊은 시절과 나무의 여름
■ 2연: 나의 마흔 살과 나무의 겨울
■ 3연: 탕에 들어앉은 나와 잎을 떨어낸 나무의 모습 - 삶에 대한 성 찰과 깨달음
조지훈,「낙화」
이 시는 낙화 순간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절제된 운율로 형상화하고 있다. 언젠가 지기 마련인 꽃의 소멸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시인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지는 꽃잎의 모습을 인생의 의미로 옮김으로써 쓸쓸한 감정을 심미적으로 재생산해 내고 있다. 탈속적 화자를 위로하던 꽃의 소멸에서 느끼는 허망함을 생명력이 느껴지는 아침에 바라본다는 역설적 설정은 삶의 우수와 적막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준다.
낙화의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비애감
■ 1연~3연: 낙화로 인한 서글픔
■ 4연~6연: 낙화의 마지막 아름다움
■ 7연~9연: 홀로 남은 화자의 비애와 적막감
16 작품의 공통점 파악 ②
(가)는 나무의 여름에서부터 겨울까지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고,(나)는 날이 밝아올 때까지 꽃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두 작품 모두 시간 경과를 시상 전개의 주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7 구절의 의미 파악 ①
(가)의 ‘겨울 나무’는 화자로 하여금 지나온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존재이다. 즉 나무의 변화와 자신의 변화가 유사하다는 점에 시상 전개의 실마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무가 무성할 때 있었던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현재의 상태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현재는 벗어버릴 것은 모두 벗어버린 편안하고 한가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② ‘숨가쁜 나무’는 화자의 스무 살 때를 상징하는 시어로, ‘겨울 나무’와 대응되는 시어이다.
③ ‘겨울 나무’의 앙상하지만 편안한 모습은 ‘마흔 가까운’나이가 되어 탕 안에 들어선 화자의 모습과 동일시되고 있다.
④ ‘잎사귀’를 떨어낸 나무의 모습은 화자의 중년의 모습을 상징한다.
⑤ 온갖 집착과 혼란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황에 이르렀음을 의미하고 있다.
18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⑤
<보기>는「낙화」에 드러나는 화자의 인식과 낙화를 보며 느끼는 화자의 정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작품의 내용과 연결할 때,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통해 꽃에서 기쁨 을 느끼는 사람만이 꽃이 사라지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① ‘바람을 탓하랴’는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때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꽃이 진다고 여기는 태도이다. 즉 자연의 섭리로 낙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② 별이 사라지는 것은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머언 산이 다가서다’라는 것은 안 보이던 산이 잘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역시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날이 밝아 올 때까지 화자는 낙화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③ ‘귀촉도’라는 소재는 한(恨)을 상징하는 것으로, 낙화를 보는 화자의 비애감을 심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④ 촛불을 꺼서 낙화의 모습을 더욱 잘 보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과 하얀 창호에 낙화의 색이 은은하게 비치는 풍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