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통비(百丈痛鼻)
백장스님의 아이고~ 내코야!
백장선사(百丈禪師)는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禪師)의 상족(上足) 제자(弟子)다. 백장선사 말고도 걸출(傑出)한 제자로는 남전보원(南泉普願)과 서당지장(西堂智藏)도 있다. 어느 날 백장선사가 마조선사 시자(侍者)로 있을 때 외출(外出)하는데 동행을 하다가 어느 강변(江邊) 숲을 지나는데 기러기 떼가 수십마리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기러기 떼를 보고 마조선사가 물었다. 저것이 무엇이냐? 백장답이 기러기입니다. 어데로 가는가? 남쪽으로 갑니다.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말을 듣고 있던 마조선사께서 번개같이 백장선사에게 달려들어 백장의 코를 힘껏 잡아서 비툴었다. 갑자기 코가 비틀린 백장은 엉겹결에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나서 마조선사께서 그래! 남쪽으로 날아갔다고 한 번만 더 말해봐라! 라고 고함 호통을 쳤다. 백장은 잘못 한것도 없는데 코가 쥐틀려서 고통이 심했다. 백장선사는 절에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대성 통곡을 하였다. 아이고~ 내 죽겠다! 아이고~ 내 죽겠네. 백장선사 통곡 소리에 도반들이 방문을 열고 어찌 그리도 슬프게 우는가? 어디가 아픈가? 그렇지 않으면 속가 부모님이 돌아가셨는가? 위로하고 물었다. 고개만 좌우로 흔들고 묻는 도반들을 향해서 아닐세! 아이고~ 아이고~ 내 죽겠네. 아무것도 아닐세! 아 이 사람아! 말을 해야 알게아닌가? 우는 까닭이 무엇이란 말인가? 여보게들! 코가 아파 죽겠네! 스님께서 어찌나 코를 사정없이 비틀었는지 아파서 죽겠네! 아이고~ 나 죽겠다. 스님께 한 방망이 맞았구나! 낸들 어찌 알겠나? 자네들이 직접 가서 스님께 물어보게나! 대중들이 일제히 마조선사를 찾아가서 백장이 우는 까닭을 물었다. 스님! 백장이 절에 돌아오자마자 저렇게 슬프게 통곡하고 우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마조선사께서 대중들에게 대답하시기를 내가 무엇을 알겠느냐? 우는 백장에게 직접 물어보면 자신이 우는 까닭을 알 것이다. 도반 대중들이 백장선사에게 와서 스님께서 우는 까닭을 울고 있는 백장이 잘알것이라고 했는데 우는 까닭이 무엇인가? 그말을 듣고 백장선사는 하늘이 깨져라고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였다.
조금 전까지는 아파 죽겠다고 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박장대소를 하고 웃는 백장선사를 보고 자네! 혹시 미치지 않았는가? 왜? 울다가 웃는가? 그렇네! 참으로 옳은 말일세! 여보게들! 이 통곡(痛哭)의 맛과 폭소(爆笑)의 맛을 자네들에게 꼭 보여주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내가 운 것도 서러워서 내가 울었고, 웃는 것도 내가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닌가? 서러워서 울었고, 기뻐서 울었다는 백장의 답을 듣고 도반 대중들은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는 선화(禪話)이다. 이 선화가 주는 메시지는 출가승(出家僧)은 수행(修行)이 본분사(本分事)다. 본분사를 떠나서는 다른 일에 웃고 울지 말라는 뜻이다. 백장이 울든 웃든지 그냥 두라는 말이다. 왜? 남이 웃고 우는데 정신이 팔려서 금쪽같은 내 수행을 소홀히 하느냐? 이다. 이에 걸맞은 선화(禪話)로 문경(聞慶) 봉암사(鳳巖寺) 선원(禪院) 수좌들의 해제날(解制) 절 일주문 밖에서 서로 인사(人事)한다는 수행의 일화(逸話)가 있다. 석달 결제 동안 함께 수행하던 옆에 도반들의 얼굴도 모르고 잊고 화두참선을 몰두하다가 해제날 만행을 떠나려고 걸망을 짊어지고 일주문에서 서로 만나면 어느 선원에서 수행하셨습니까? 서로 묻는다고 한다. 답은 봉암사 선원이다. 곁에 서 함께 수행한 도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수좌의 수행상이다. 백장선사는 마조선사 코 비뚤림 당하고 깨달았다. 그것을 울고 웃는 맛으로 표현한 선화(禪話)다. 세수하다가 코 만지는, 것보다도, 쉽지 아니한가? 깨달음은 남의 말 입 쳐다보지 마라. 자오자득(自悟自得)이다. 금쪽같은 세월 아껴 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