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코스 ; 양동 농협 버스 정류장 - > 장수폭포 입구
지난해 겨울 동계 산불 예방 기간에 따른 국유림 출입이 금지되어 경기 둘레길 숲길 구간을 건너뛰고 물길구간을 걸었는데 또다시 봄철 산불 예방 기간에 따라 안성 40코스인 칠현산에 대한 출입이 금지되어 다른 구간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장거리 도보 여행길은 첫 코스부터 차례차례 걸어가는 것이 길을 걷는 흥미를 유발하고 완주에 대해 기쁨을 배가할 수가 있는데 경기 둘레길은 아무리 산불 예방 기간이라지만 출입이 금지되어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다.
예외가 없는 규정이 없듯이 산불예방 기간에도 국유림 출입 허가제를 운용하여 사시사철 어느 때든지 길을 걸어갈 수가 있도록 개방할 수는 없을까? 860km, 60코스를 순서에 맞게 한 코스 한 코스를 걸어가는 자체가 즐거움임을 왜 모를까?
이쪽을 걸었다 저쪽을 걷는 뒤죽박죽의 걷기는 장거리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케 뿐만 아니라 이빨 빠진 코스가 된 구간을 완주의 증명을 위해 허위로 인증도장을 찍게 함을 유발 할 수도 있기에 하루빨리 신고제가 운용되어야 한다.
국유림 통제로 인하여 하는 수없이 31코스를 걷기 위해 양동역 인근인 양동 하나로 마트 버스 정류장에 이르렀다. 예전에 경기 옛길을 걸었을 때 스쳐 지나간 곳이 되어 두 번째의 방문 탓인지 낯익은 거리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쌍학교를 건너 석곡천을 따라 걸어간다. 오늘도 경기 옛길인 평해길과 한 몸이 되어 함께 걸어가니 2배의 기쁨을 누리는 길인데 석곡천의 둑길을 나무 갑판 길로 조성하여 걸어가기에 편하였다.
원삼산 뒷산에 세 봉우리가 있다 하여 이름한 삼산리는 임오군란 당시 명성 황후가 피난을 한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국모가 백성들의 항거에 궁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피난을 온 것은 잠시의 환란을 피하고자 함이지만 일국의 국모로서의 처사는 아닐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면 당연히 국모의 자리를 내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석곡천은 정비되지 않았지만, 돌멩이가 여기저기 뒹굴고 있고 흐르는 물 또한 맑아 자연 천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검단 다리를 건너며 계정천이 합류하고 이어서 단석천을 또다시 받아들여 세 물이 하나가 되었다.
세 물이 하나가 된 석곡천은 삼산천으로 이름을 바꾸고 원주로 땅으로 흘러가 섬강에 합류하여 여주의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물길 따라 걸어가면 우리가 걸었던 여강에 이를 수 있다.
석곡천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차도에 이르러 삼산3리 도소리 버스 정류장을 지나 삼산 2리의 윗배내 마을로 들어서니 씩씩한 기상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삼산리 보호수인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삼산2리의 생활필수품을 책임지고 있는 슈퍼를 지나가는데 물고기를 판매한다고 다소 크게 써놓았다. 세 물이 하나가 된 삼산천에서 잡은 물고기를 넣어 끓인 붕어찜과 매운탕의 맛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삼산2리 경로당을 지나 배내교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종착지인 장수폭포까지 10.6km이다. 삼산2리 마을을 지나 이제 또 다른 산간마을을 향하여 걸어간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과 산 사이에 난 길을 걸어간다.
길 양옆에는 밭이 조성되어 있고 비포장길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과일나무로 여겨지는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다소 멀리에 일당산과 당산이 솟아있는 그윽한 산간마을로 진입하는 길로 느껴졌다.
경기 옛길과 경기 둘레길의 갈림길에 이르니 당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당산은 양평군 동남쪽 끝에 위치하여 경기도 여주시와 강원도 원주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수목이 우거진 널찍한 계곡을 끼고 있어 가족을 동반한 호젓한 산행지로 알맞은 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기 옛길은 임도 길로 솔치고개로 향하고 경기 둘레길은 곰지기 고개를 넘어 도전리로 가야 하므로 아쉬운 작별을 하여야 했다. 88번 국도를 지나 솔치마을에 이르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김 총무가 찐 달걀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몇 채 되지 않는 가구지만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산간마을은 보기만 하여도 평화스럽다. 날씨도 따뜻한 오늘 날씨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인후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소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가방을 메고 길 앞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아마 버스가 들어올 시간이 된 것 같다. 하루에 서너 차례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아 아침차를 놓치면 오전이 다가고 오후차를 놓치면 시내를 나갈 수가 없는 산간지역이다.
듬성듬성 집들이 있고 언덕바지에 자리한 주택은 어렸을 때 본 별장 같았다. 당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대형 주차장도 있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같았다. 이름난 산을 어찌 사람들이 외면할까?
홈다리골 주차장에 이르니 문득 웅덕산(520m) -곰지기 고개–당산(541m)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을 하고픈 마음이 일었다. 경기 옛길을 걸을 때 당산을 알게 되었고 경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또다시 당산을 만났지만, 아직 당산의 산줄기를 타지 못했으니 아직은 인연이 아닌 것일까?
곰지기 고개를 향하여 걸어간다. 임도 길로 이어지는데 길은 산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고 점점 가팔라지는데 마음은 흥겨워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김 총무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가파른 산길이 되어 가쁜 숨을 몰아 쉬게 하는 고통의 길에서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러기에 남들은 걷는 것이 다리가 아프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걸을수록 흥겨움이 솟는다고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 흥겨움을 당산은 만끽 시켜주지 않고 이내 정상을 양보하여 준다. 곰지기 고개였다. 좌, 우 1km 지점에는 웅덕산과 당산이 솟아있다. 우리는 경기 둘레길을 걸었는데 당산의 등산로 2코스에 올랐다고 환영을 한다.
곰지기 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도전리로 향했다. 함께 걸어 하나가 되는 경기 둘레길 31코스의 날머리인 장수폭포는 이곳에서 5.7km이다. 도전리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고 평탄하였다.
홈댜리골에서 곰지기 고개로 올라오는 길이 남성적인 길이었다면 도전리로 향하는 길은 여성적이라고 할까? 완만한 산세라 오르기 쉽고 길도 넓으니 봄이 되면 산나물이 지천을 이룰 것 같았다.
아늑한 숲길을 걸어간다. 산간마을에서 산간마을로 이어지는 길, 그렇다면 혹 이 길은 여주의 도전리 사람들이 양평의 양동으로 장을 보러 넘나드는 산길이 아니었을까?
예전 사람들은 시골장을 보기 위에 20~30리는 안방을 넘나드는 것처럼 다녔다는데 오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시골장 보러 가는 길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편안한 길이 될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걸어간 길은 땀과 눈물과 피가 섞여 이루어진 고귀한 민초들의 삶의 길이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였다.
길 사랑을 느끼며 도전리에 이르는 등산로 입구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소 바람은 불지만, 산수유가 노랗게 물들인 따뜻한 봄, 산속에 있을 때 산바람은 다소 차가웠지만, 산에서 내려온 길목에서의 훈훈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드는 곳에서 식도락을 즐긴다. 걷기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무엇을 먹어도 맛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오늘도 예외 없이 쌀국수와 간식용 떡, 빵과 과일로 맛있게 먹고 도전리에 이르렀다.
도전리는 조선백자 가마터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백자가 이곳 도전리 가마터에서 구웠다 하니 듣기만 하여도 가슴 뿌듯하며 자긍심이 넘쳐나지만, 가마터를 둘러 볼 수 없음이 아쉽다.
우리의 기술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어 낸 도전리. 그러나 당산. 일당산, 웅덕산과 관모산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오늘날에도 하루에 서너 차례 버스가 다닐 것 같은 전형적인 산간마을이다.
그래서일까 ? 예전에는 같은 여주 시내에 살면서 시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등을 모르고 지내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도전리에서 왔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눈앞에 보이는 가구도 드문드문 몇십 가구에 지나지 않는 도전리에서 도전2리까지 349번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자동차 도로는 보도, 차도가 구분이 없어 다소 주의를 필요로 했고 도전 3리를 지나니 길가에 파티마 성모의 집이란 천주교 단체가 매우 큰 건물로 우뚝하게 들어서 있었다.
북내초등학교 도전분교를 지나 장수마을로 일컫는 도전2리에 버스 정류장에 이르러 31코스 걷기를 마치고 200m 가까운 거리에 장수폭포가 있다하여 찾아갔다.
폭포 옆에는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휴식공간인 카페가 있었다. 폭포 물소리를 들으니 아침부터 걸었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데 폭포 옆에 동학 2세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의 은신처였음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감격이었다. “사람 섬기기를 하늘을 섬기듯이 하라事人如天” 정신을 몸소 실천하신 선생께서 시대를 얻지 못하여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산간벽지로 몸을 피하여야 했던 동방의 성자 최시형 선생께서 피신하였던 곳의 하나였다.
허름하게 세워 놓은 1m도 되지 않는 초라하게 세워져 있는 팻말이 왜 이렇게 내 가슴을 고동치게 할까 ? 꿈같은 감격 속에 잊고 있던 해월 선생의 하늘의 소리가 되살아난다.
“천어天語가 어찌 따로 있으리오 강화降話하는 사람의 사욕과 감정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요, 공리와 천심에서 나오는 것을 가리킴이니 말이 이에 합하고 도에 통한다 하면 어느 것이 천어天語아님이 있겠는가?”
● 일 시 : 2023년 3월9일 일요일 맑음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김헌영 총무
● 동 선
- 08시50분 : 양동 농협 버스 정류장
- 09시50분 : 경기 둘레길과 경기옛길 갈림길
- 11시05분 : 곰지기 고개
- 11시40분 : 점심
- 12시20분 : 도전리
- 12시50분 : 도내 초등학교 도전 분교
- 13시10분 : 도내 2리 버스 정류장. 장수폭포 임구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4.2km
◆ 소요시간 : 4시간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