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약수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의사는 많다고 하나 필수 의료 관련 의사는 절대 부족하다. 시골로 갈수록 의사 기근 현상은 심각하다.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향하는 많은 사람의 첫 번째 사유가 의료공백을 들고 있다 아프면 진료받고 치료할 제대로 된 병원이 없다. 그래서 위급할 때 신속하게 대도시의 병원으로 갈 수 있는 곳에 살기를 원한다. 돈 되는 분야에 의사는 넘치지만 돈이 잘 안 되는 분야의 의사는 절대 부족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대단한 쏠림 현상이다. 의대 재학시절 달달 외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순장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우수한 성적의 고등학생들 99%가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학과)로 몰린다. 대입전형의 대단한 쏠림현상이다. 이들 대학에 들어가는 수험생들은 적어도 1% 이내의성적이라야 한다. 어떤 대학은 0.5% 내에 들어야 합격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영재들은 모두 의치한약수로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엄청난 국력의 낭비이며 인재의 낭비다. 대한민국은 재수생의 나라다. 요즈음 대입 수험생들에게 재수는 필수코스다. 대학 1학기만 다니고 재수하는 반수생, 군 복무 중에도 재수 공부하는 군수생,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예 재수하는 재수생, 삼수생, 사수생, 오수생 등 수없이 많다. 삼수생 이후부터는 장수생이라고 한다. 재수를 일삼는 수험생들을 통틀어 n수생이라 한다. 특히 금년의 수능생 중 34.1%가 n수생이라 한다. 28년 만에 최고를 찍을 전망이라 한다. 종로학원 추산에 따르면 11월 16일 치러지는 수능 지원자 49만1700명 중 재학생은 역대 최저인 32만4200명이고, 졸업생은 16만7500명으로 1996학년도(37.3%) 이후 최고 비율이다. 지난해 n수생보다 2만5000명 늘었다. 의대 쏠림 현상에 첨단 학과 신설 및 증원, 킬러 문항 빠진 ‘물수능’ 기대감 때문이다. 통합 수능으로 대학 간판 보고 문과에 갔다 실망한 이과생들, 이과생들에게 밀려난 문과생들도 대거 n수 대열에 합류했다.(동아일보 횡설수설 2023.8.7.) 수능 성적만 보는 정시는 n수생 합격자 비중이 더 높다. 최근 4년간 SKY 3개 대학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이 61.2%였다. 가장 심한 곳이 의대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 합격자 가운데 78%가 n수생이다. 합격자의 92%가 n수생인 의대도 있다. 요즘 의대 가려면 고교 3년은 내신에만 매달리고, 재수로 수능 성적 끌어올려 수시 최저기준을 맞추거나 아예 수능으로 진학하는 게 공식이 됐다.(동아일보 횡설수설 2023.8.7.) 주요 대학과 의치한약수들은 대부분의 학생을 정시로 뽑는다. 정시로 뽑을 때 수능이 당락을 좌우한다. 그래서 의치한약수에 들어가려면 재수를 해야 한다는 말은 공공연하다. 이것은 대단한 국력의 낭비다. 재수에 들어가는 가계지출 또한 대단하다. 재수를 위해 ‘재종’(재수종합학원)에 들어가는 경비가 만만찮다. 돈이 많이 들어가니 어떤 이들은 ‘독재’(독학재수학원)를 찾는다. 통학형 재종은 월 200만 원, 기숙형 재종은 월 400만 원이다. 9개월간 1800만∼36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급식비, 교재비, 모의고사비, 특강비는 별도다. 자녀가 재수하겠다고 하면 부모들은 “징역 9개월에 벌금 4,000만 원 선고받는 심정”이 된다고 한다. 올해 n수생 16만7500명이 1인당 1800만 원씩 들였다면 총 3조 원이 넘는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점까지 감안하면 n수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동아일보 횡설수설 2023.8.7.)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이끄는 원흉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답은 의치한약수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들이 환자를 무기로 의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하면 속수무책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이 대학 시절 내내 달달 외웠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순장시키고 집단 이기주의만 남았다. 정치와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사들의 의료 거부라는 집단 행위는 법으로 막하야 한다. 과거 사법고시 합격생을 늘리고 법조인 임용시험을 개정할 때 검사, 변호사들이 반발했다. 인구가 많아지면 그들의 희소성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리고 나니 국민의 법률 혜택은 많아졌다. 누구에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 정부의 의료 정책은 의사가 아닌 의료혜택을 보는 국민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의치한약수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누린 1%대의 엘리트 직장의 영광을 늘 누리기를 원하지만 그들도 국민의 대열에서 함께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절대 필요하다. 정부의 용단이 절대 필요하다. 의치한약수 정원을 늘려야 한다. 언제까지 1%대의 엘리트를 위해 국력을 낭비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