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1일(수)~ (28일째... Arzua~ Monte do Gozo: 32.8km
순례자숙소: Xunta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쉼표!
아직은 내 발품의 휴식을 어느 돌팡의 고운 쉼표로 남기고 싶다.
정들어 헤여지기 아쉬운 이내 마음을 그곳에 전할 수 있는...
이제 마침표를 내려놓아야 할 그길의 여정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무심한 듯 아는양 모르는양 새벽 먼동이 밝아온다.
길을 나서다.
졸린 가로등빛 여린 줄기가 벽면에 줄줄이 걸려있다.
안녕! 'Arzua' 마을과 이별을 나누다.
누군가 앞서 걸어가고 있다.
안개 살짝 드리워 있다.
이 아침의 고요한 풍경을 따라 걷노라니 이젠 익숙해져 있는 내 발품의 걸음새가 신기하기도 하다.
마치 고향 제주올레길을 걷고 있는 듯 편안해지는 마음이다.
그 길이 쭈욱 이어지고 있다.
천천히 30분여를 걸어온 것 같다(1.5km).
'Raido' 마을 어느 담벼락 아래로 노란 화살표가 '산티아고' 길의 동선을 가르키고 있다.
엉성한 나무 전봇대가 오히려 정겹게 보인다.
다시 숲길이 이어지고...
어느 선남선녀의 밝은 웃음인들... 우린 카미노 친구가 되였습니다.
문화의 차이와 편견의 벽은 이미 허물어진지 오래입니다.
이 길에선 모두가 그렇습니다.
'부엔 카미노'를 서로 전할 수 있는 지금의 순간이 작은 감동입니다.
그리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각자 헤여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31.5km...
내친김에 부지런히 걸으면 오늘안으로 '산티아고'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허나 무엇이 그리 급하랴.
정해진 구간이나 별도의 장소가 있는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가든 그건 오로지 내 선택의 결정이다.
내 발걸음의 끝은 어떤 감흥으로 다가올까...
사뭇 설레이기도 하고 덤덤 하기도 하고 수없이 반복되는 마음의 갈피를 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안개 자욱하다.
그속을 한사람 두사람 어우렁 더우렁 우정의 도반(道伴)이 되여...
몽환적이다.
해를 품은 안개속 나무결이 멋스럽다.
'수묵화(水墨畵)'를 닮은 실루엣의 진득한 멋을 그려낼 수만 있다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
우리네 삶도 그러한 듯 하다.
어느 한쪽만이 아닌 두루두루 넓은 세상의 길을 걸어가 보노라면
그 소중한 체험의 발걸음인 듯도 하여...
길이 이어진다.
참 걷기 마음 편한 숲속길이다.
길옆 나무아래로 낙엽이 수북히 내려 앉아있다.
안개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노란 화살표 표지석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어디쯤 왔을까...
서너시간은 걸어온것 같다.
바(Bar)가 보이지가 않는다.
뱃속도 출출하고 목도 시원한 생맥주 한장으로 축이고 싶건만...
작은 배낭속에서 토마토 한개를 꺼내여 한입 베여무니 그 즙이 실로 입안 가득이다.
어느집 창가 아래로 꾸미지 않은 작은 정원이 운치가 있다.
소박하다. 그리고 멋스럽다.
그 멋을 안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사람들...
저곳에 반나절쯤은 쉬어가고 싶다.
파란 가을 하늘이 가득 그려져 있다.
물한병 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채울 수 있는 것 또한 이길의 매력이기도 하다.
저 물 한병속에 온갖 진득한 사연이 담겨져 있으리라.
어디 나혼자 뿐이랴...
물맛이 꿀맛이다.
걸어본 자만이 느끼는 특권^^...
숲속을 지나 암벽을 스치고 '루아(Rua)' 마을 초입에 들어서는데 사진 오른쪽 박스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산티아고' 라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마도 먼길을 걸어온
카미노 친구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곡조인가 싶다.
순간 마음 울컥해진다.
그 정성과 배려가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햇살 가득한 날이다.
여자 카미노가 내 옆을 성큼성큼 지나가며 '올라'하며 시원스레 인사를 전해온다.
걸음걸이가 꼭 여군을 닮아있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듯 싶더니 벌써 내 시야에서 멀어진다.
멋진 여정의 피날레을 장식하기를...
부엔 카미노!
'We Are Pure Love'...
그 길에서 순수하고 진정한 내 발품의 의미는 무엇인지...
더불어 사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맑고 따스한 가을햇살에 길옆 밭속 싱싱한 채소며 빨래줄에 걸어놓은 옷가지가 송송 매달려 있네요.
얼기설기 세워놓은 나무 울타리가 정겹습니다.
다시 걸어 걸어 오후 3시즈음 멈춰선 시선...
'산티아고'... 조가비 새겨진 저 표지석을 꼬옥 품어 안았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겨놓습니다.
길이 그곳에 있기에...
이제 그길의 끝자락이 지척에 다달았습니다.
그 옛날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들어가기전 이곳에서 깨끗히 목욕을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입성했을 개천의 물줄기가 시원스레 쉼없이 흘러내린다.
혼자이어도 그리 외롭지 않은 사색의 발품따라...
오후 4시경 'Monte do Gozo' 언덕 초입에 들어서니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방문기념 조형탑이
우뚝 세워져 있다.
중세의 순례자들이 이 언덕에 올라 산티아고 대성당을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랍니다.
깊은 종교적 이야기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그곳에서 야영하며 유럽의 각나라 성지를 찾아나서고 있다는 수도사를 만났습니다.
만난 인연으로 사진 한장 남겨 놓습니다.
바로 이언덕 오른쪽 아래로 수십동의 공용 알베르게가 지어져 있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군시절의 막사를 닮아 있다.
관리를 잘 한 탓인지 이곳 역시 시설이 깨끗하다.
더욱이 한호실에 이층 침대가 4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빨래를 마친후 호실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다.
내일 '산티아고' 오브라도이로 광장까지는 4.5km...
어이 들뜬 이밤을 그대로 보내겠는가.
혼자 남아있는 내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진대...
이곳이 바(Bar)들은 언제나 문전성시일 듯 하다.
나도 나갈까 하다가 배낭에 남겨놓은 라면 한개를 꺼내 들었다.
이곳 주방에서 끊여먹는 라면맛이 얼큰하다.
침상으로 돌아와 오늘 하루의 일기록을 적고있다.
2015년 10월 15일 프랑스 국경마을 '생장 피에드포르'를 출발하여 걸은지 28일째...
내일이면 드디어 '산티아고'로 입성한다.
그곳은 길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길의 미답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덤덤히 애쓰려 하지만 설레임의 바램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여전히 알베르게(숙소)는 조용하다.
어인 이밤을 하얗게 지새울 그들이고 보면^^...
이제 남은거리 4.5km...
'Good-Night!'
첫댓글 우리에겐 두개의 의사가 있다. 왼쪾다리와 오른쪽 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