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 운영, 1t 트럭으로 폐품 수거, 조립식 건물 거주, 20여 년간 노인복지 봉사.'
사회복지법인 애양원 이태군(67·마산시 진동면 요장리) 원장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이 원장은 오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는 대가족의 가장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돼지농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 폐품이나 고물을 줍고 어르신과 함께 생활하는 등 1인 3역을 소화해 낸다. 그는 매일 이런 반복생활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해 온 철인이다.
이태군 원장은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 그는 군대 제대 이후 우체국 공무원으로 15년을 근무하고 양돈축사를 10년간 운영했지만, 복지사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30대 후반, 6개월 시한부 인생 극복 뒤 복지사업에 전념
그가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때는 건강이 악화했을 무렵이다. 그의 나이 30대 후반, 지난 85년 6월 갑자기 찾아온 후천성 심장벽성모판협착증이라는 병명으로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다.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6개월이란다.
그 후 그는 신앙에 의지하게 됐고 꾸준한 운동과 끈질긴 생활력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내 인생은 남의 것'이라는 생각에 복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86년, 처음에는 한둘 모이던 노인이 급속히 불게 됐고 좁은 수용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합법적인 시설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당시 복지법인으로 인가받으려면 5억 2000만 원을 먼저 기부하는 선납 조건이 있었다. 그는 키우던 돼지 1000마리와 부동산 등 전 재산을 털어 법인 인가에 주력했다. 노력 끝에 드디어 91년 현 애양원 설립과 함께 복지법인 인가를 받게 됐다.
이 원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나를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멋쩍게 웃었다.
200여 명 어르신, 쾌적한 환경서 모시는 것 유일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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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이태군 원장(가운데 오른쪽)이 제3회 농협문화복지 대상을 받은 시상금 1000만 원을 진동면 복지패밀리에 맡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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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장의 가족은 애양원 옥상 조립식 건물에서 살림하고 있다. 일부 남아있는 돼지를 키우고 폐품을 수집해 판 수입금을 애양원 운영에 보탠다. 그는 틈나는 대로 트럭을 몰고 고물을 수집하러 다닌다. 사무실 한편에는 폐지가 쌓여 있고 애양원 한쪽 구석에는 고물이 싸여있다.
그의 건강은 한때 또 좋지 않았다. 95년 양로시설 확장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심장병이 재발했다. 확장 사업비를 받아 놓은 상태지만 토지 용지 등의 문제로 반납하게 된 터였다. 다행히 의학발달로 수술하게 됐고 지금은 괜찮다.
이 원장 바람은 이제 하나다. 양로시설을 확장해 더 좋은 시설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이다. 자신은 조립식 건물에 살아도 어르신들만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 원장은 "한시라도 어르신들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서 옥상 조립식 건물에서 지내게 됐다"며 "건물이 낡아서 증·개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행정에서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원장의 가족(아내·딸·사위)이 돌봐야 할 식구는 현재 200여 명이다. 물론 여러 복지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 애양원과 함께 95년 개설된 애양원 부설 가정봉사원파견센터, 2003년 11월 개원한 우리노인요양원 등 3곳의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노인들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제3회 농협문화복지 대상을 받은 시상금 1000만 원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진동면 복지패밀리에 맡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