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8:18-20 바르게 읽기 (1)
- 마태복음의 결론으로서 마 28:18-20
[매우 유명한 본문인 마태복음 28:18-20 설교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A4용지 10장 분량을 한 번에 설교한 것인데, 대부분 교회의 설교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고, 여기에 올릴 때는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20절, 18절, 19절 순으로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 저자 씀]
본문은 그간 리스도인들 대부분이 전 세계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초점을 맞추어 읽고 실천해 온 말씀입니다. 본문에 그런 내용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런 내용은 마태가 전하고자 하는 말씀의 전체 부분에서는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실 마태가 복음서를 기록한 목적은 다른 데 있습니다. 그는 당시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님이 진정 어떤 분인지, 또 그분이 지상 생활 동안에 행하신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리려 했습니다. 예수님은 누구인가? 그가 하신 일이 구약성경의 예언 성취에, 또 신약시대의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두 문제는 마태가 특히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내용입니다. 마태는 예수님이 “예수”라는 이름대로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마1:21)로서 역할을 다했음을 마지막 말로 결론을 내립니다.
마태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글로써 표현할 때 구약성경의 성취만 아니라 당대 상황도 고려했습니다.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로마와 로마의 황제가 세상의 구원자(소테르)이고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자라고 믿고 있던 로마 제국의 사람들에게, 예수님만 참 구원자라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선언은 로마와 황제는 한갓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종의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도전합니다. 그들은 아직 메시아가 오지 않아 자신들이 로마 제국의 압제하에 있고, 그래서 여전히 메시아가 오시기를 기대하고 있던 유대인들이 보기에,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황제에게 반역하는 자이며, 하나님께 대해서는 신성모독자이고 과대망상증 환자입니다. 그런 사람은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십자가에 처형당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는 것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런데 예수 사건이 발생한 지 40년이 지나 되돌아보니, 유대인들은 틀렸고, 예수님이 지상 생활 동안 주장하시던 것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마태는 죽임당한 예수님이 사실은 하나님의 아들이며, 조상들이 기다려왔던 메시아, 즉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복음서를 썼습니다. 그것이 마태복음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메시아시라는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마태복음의 결론은 마태복음 전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해석학적 틀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부활 후 예수님의 주장을 통해 마태복음에 언급된 예수님의 인격과 그분이 행하신 사역의 의미와 중요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28:18-20은 이처럼 중요한 말씀입니다.
마태는 예수님을 유대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연결하여, 또 하나님의 왕적 통치를 세상에 구현할 다윗과 연결하여 서술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마태는 그의 복음서를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마 1:1). 여기서 “계보”는 구약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구속 사건, 구원 역사의 중요한 단계의 시작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히브리어 “톨레도트(toledot)”를 번역한 단어입니다. 앞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용어다. 메시아를 대망하던 구약시대가 끝났으며, 신약시대가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이야기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새로운 계보(톨레도트)의 주인공은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할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그런 까닭에 복음서의 톨레도트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입니다.
메시아가 오셨다고 하는데, 예수님의 지상 생활은 유대인들에게 메시아로서 꽤 매력 있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 대부분에게 예수님은 그리스도인 체하다가 십자가에 처형당한 인물이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렸으니, 하나님의 저주받은 사람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메시아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십자가에 처형한 당시 사람들에게, 마태복음 28:18-20은 한편 그들의 무지와 잘못을 꾸짖는 말씀이고, 다른 한편 메시아가 진정 어떤 분이신지를 믿으라는 요구입니다. 본문에 담긴 뜻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첫째, 본문에는 예수님의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마태복음 28:20을 마태복음의 내용에 비춰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28장 20절은 마태복음의 실제적인 결론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이 약속은 마태복음 첫 장,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이 그의 모친 마리아에게 잉태되었을 때,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나타나 마리아가 낳을 아이의 이름을 “예수”라고 지으라고 일러줍니다. 그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예수”라는 이름 자체에 그 아이가 태어나서 수행할 일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의 백성을(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지 않고 태어날 아이의 백성이라고 한 점에 주목하세요) 그들의 죄로부터 구원할” 것입니다. 마태는 그 아이가 수행할 구원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더 자세히 설명하려고 이사야 7:14에 기록된 하나님의 구원 방식을 예로 듭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자이신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이 그의 백성과 함께 계시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임마누엘”이라는 아이는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케 하는 증표였습니다. 이번에도 하나님은 그의 백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함께하십니다. 이번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셔야 하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가 하신 임마누엘을 아들이라야 똑같이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1:23에 인용된 이사야 7:14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은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 다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하신 것으로, 어린아이와 여인들과 함께하신 것으로, 제자들과 함께하신 것으로, 이방인(즉 다른 민족 사람)과 함께하시는 것으로 임마누엘 역할을 확실히 하셨습니다. 임마누엘의 복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와” 또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라고 더욱 강화된 약속으로 주어졌습니다. 마태복음 28:20의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예수님의 약속 역시 지금까지 그의 백성과 함께 계시면서 그들을 구원하신 것을 제자들의 사역 현장에서도 계속하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의 약속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가 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임마누엘 약속은 그 대상에게 주로 장소와 관련해서 주어졌습니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말씀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번에는 시간적 측면에서 항상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말 성경에 “세상 끝(날까지)”이라고 번역된 어구는 사실 공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 시대가 끝나는 그날까지”라는 시간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항상” 함께 하시겠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실 즈음, 제자들과 헤어질 때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보지 못하는 때에라도 예수님은 항상, 늘, 어떤 상황에서나 함께 있을 것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하나님의 아들로 증언하는 것 때문에 박해당하는 중에도 예수님은 함께하시고, 메시아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곳에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분이 항상 함께 계시겠다고 확언하시는 까닭은 예수님의 영, 진리의 영이신 성령으로 그의 백성과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라”(요 14:16). 예수님은 떠나가시면 그가 약속하신 성령을 아버지에게서 받아 제자들에게 보내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내가)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라”(요 16:7, 13a).
그러므로 마태복음 28:20은 예수님이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로하시며 교회가 해야 할 일에 확신과 용기를 주는 말씀입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의 구원자 되시고 보호자가 되시며 의의 길로 인도하는 분이십니다. 임마누엘의 약속은 언제든지 어떤 상황에서든지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 함께하신 것과 똑같이 자기 백성 곁에 계셔서 그들의 구원자로서 도움을 주겠다는 확언이며 위로며, 소망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