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국이다 맘이 싱생숭이다 남편과 딸을 두고 간다는 생각에 둘이서 잘할수 있을까? 싸우지는 않을까? 물가에 내논 **들 같다 나를 공항에 배웅해주고 둘은 우수리스크에 가기로 했다 최재형 생가와 이상설 유허비등이 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부녀는 벌써부터 긴장모드다 과연 잘 찾아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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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노선도)
역에 도착해서 공항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고 해서 역무원과 구글 번역기를 켜서 얘기를 하는데 아 먼말인지 서로가 동문서답이다ㅋ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한국인 가족도 있다 엄마와 딸2명이다 횡단열차 안에서 승현이 아빠가 2등석에 한국인 여자 3명에 러시아 남자가 웃통벗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오며가며 감시 하자고 했던 일이 있었다 바로 그가족이다ㅋㅋㅋ 이버스는 시골에 완행버스처럼 군데군데 정차한다 앞쪽에 몇몇 노인분들이 앉았다 젊었을때는 밭가는 김태희인데 나이가 들면 다 뚱뚱한 이국주로 변하는것 같다 버스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공항이다
일찍 도착했다 공항안을 어슬렁거린다 해산물파는 코너도 따로 있다 한국까지 2시간이 걸리지 않아 킹크랩도 사갈수 있게 포장을 해준다 특이한 풍경이다 밥을 먹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옷깃에 김일성 뱃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 북한 사람들이다 뉴스에서나 보던, 횡단열차에서 볼수도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사람들을 여기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보는순간 무서운것도 있었지만 마음이 짠하다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깡마른 얼굴에 정말 한눈에 봐도 너무 왜소한 모습들이다 자기들도 우리가 남한 사람이라는걸 아는듯 곁눈질로 자꾸 쳐다본다 남편은 며칠 더 있으면서 러시아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많이 봤단다 맘이......
드디어 출국시간이다 상상을 했다 헤어지는 장면을. 울면서 손흔드는 모습?ㅋㅋ 어설픈 포옹으로 끝났다 나없이 둘이서 우수리스크를 어떻게 갈까 하는 걱정속에 헤어짐은 뒷문제가 되었다ㅋ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 한분이 보인다 저번에 DandB 식당에서 혼자 음료를 먹고 있는걸 본적이 있다 혼자 오셨어요? 네~ 심심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공연본다고 넘 좋았어요 러시아 하면 발레 아닌가 대규모의 마린스키 극장이 있다 여기서 8월초에 음악 페스티발을 크게 했었다 발레 뮤지컬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높은 공연들이다 딸도 보여주려 했는데 예매도 못했을 뿐더러 가격도 비쌌다 그사람은 이공연을 보기 위해 1주일간 머물렀단다 숙소도 극장 근처에 잡고 밤마다 매일 공연을 봤단다 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자기가 좋아 하는걸 이런 방법으로도 하는구나 신선한 충격이다
면세점에 보드카가 판다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큰마트에서 정말 싼 가격에 1인당 2병씩 살수있는 기회였는데 캐리어가 아쉬울때도 있네ㅋ
올때 비행기에서 앉자마자 폐쇄 공포증같은 가슴 조여옴을 많이 느꼈다 그나마 가족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나혼자다 눈을 감고 계속 마인드 콘트롤을 했다 비행기 내부모습과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효과가 있나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도착했다
부산에 내리자 마자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 아 우리나라 맞구나 그래도 가장 더웠던 8월초를 에어컨 없다고 투덜돼도 그나마 시원하게 보냈던것 같다 나혼자만의 1주일을 보낸다 카톡으로 하루일과가 전해온다 생각한것 보다는 잘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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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마다 해양공원에서 해지는 광경도 보고 오늘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뮤지컬을 봤네 마약등대를 보러갔네 점심은 뭐를 먹었네...부녀지간에도 좋은 기회이다 언제 아빠랑 이렇게 단둘이 여행을 하겠는가 그것도 무서븐 러시아에서~~ 똘똘 뭉쳐질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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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여행내내 긴장을 많이 했단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랑 사이가 좋은 나라도 아니고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만일의 사태를 항상 생각했단다 난 그런 걱정 하나도 안했는데ㅋㅋ 역시 가장은..... 보고 싶어하는 대자연을 보는것도 아니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것도 아니고 지겨웠을것이다 그것도 12일간의 여행이니 오죽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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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여행 덕분에 얼마동안 재밌는 수업을 했단다 반마다 다니면서 횡단열차며 여행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직은 러시아가 생소하므로 흥미있게 들었단다
저번에 쓴 후쿠오카 여행기를 다시 봤다 마지막 4편에서 그냥 상상의 말로 다음 여행은 횡단열차를 타고가는 상상을 했었는데 정말 우연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건가?ㅋㅋ 솔직히 이번엔 손가락 클릭 한번으로 게임 오벌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라 해서 거창한 준비과정이 있는게 아니다 5일정도의 시간과 조금의 돈과 용기만 있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누구나 갈수있는 코스이다 다시 간다면 비행기 인, 아웃을 다르게 하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블라디보스톡에서 2박3일의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수로 가는 코스도 멋있을것 같다
가장 러시아다운 러시아는 단연 추운 겨울일것이다 해양공원의 바다가 모두 얼음으로 꽁꽁 언 모습을 보면서 여름의 파도가 일렁이며 해지는 모습을 추억할수 있을까? 그리고 후쿠오카 여행기 4편에서의 마지막 상상이 안데스 산맥에서 자전거 타고 내려오는 모습도 있었는데 설마.....
첫댓글 머지않아 안데스산맥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겠군요 ~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제겐 큰 재산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