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뽑다
이윤희
노후된 사랑
사랑도 늙는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썩어가던 사랑을
뽑을때 마다 무너져 내리는 쓸쓸한 조각들
사랑니 네 개가 고통없이 찾아왔다
아픔도 통증도 없이
스켈링을 받으러 찾아간 치과 의사 선생님
“사랑니가 참 예쁘게 났는데
많이 썩어 뽑아야 겠네요”
사랑니를 빼고 나니 내 사람도 늙어갔다
그 후 또 몇 년이 지나 사랑니 하나를 뺐다
아픔이 없다
만남도 이별도 마취를 한 것처럼
얼얼한 느낌만 있을 뿐
뼈속 까지 들어오지 못햇던 사랑아
적막한 기다림이 화석처럼 굳어갔다
추억의 힘으로 빛이 끝나는 그곳
황황하게 심장소리를 들으며
광기처럼 누군가를 기다렸다
오래된 기다림, 하지만 심장은 더 이상 파닥이지 않는다
보도블럭 사이
이윤희
하이힐이 보도블럭 사이에 끼었다
몇 번 그런 적은 있었지만
그날따라 보도블럭은 출근길을 붙잡고 늘어진다
타고가야 할 버스가 다가오자
나는 발목을 비틀었다
키가 작아진
굽이 빠진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시선이 내게로 몰린다
밤 9시
출근길을 붙잡던 보도블럭이 궁금해지는 밤
완강했던 굽이
손가락의 힘을 거부하지 않고
내 손을 슬그머니 잡는다
다시 이별하지 않기 위해
되찾은 인연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헤어졌다 하더라도
다시 찾으면 맺어지는 관계
슬픔의 절반이 흩어진
적적한 시간
아침에 놓쳤던 시간이
콕 박혀 있었다
# 이윤희 시인 # 경기 수원 # 문예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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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시 & 산문
사랑니를 뽑다 외 1편/ 이윤희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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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
22.12.10 05:5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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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저 다녀 갑니다 감사합니다. ^^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