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2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고 양구군에 있는 부대로 배치를 받아
복무하였다. 이 아들이 군 복무를 할 때 나와 가족들은 두 차례 면회를 다녀 왔다.
처음 면회는 훈련을 마치고 자대(自隊)에 배치되어, 군 생활에 차츰 적응을 하면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아들의 늠름한 모습이 믿음직하고 장하였다. 복무 중인 아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외출을 나온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오랫만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애찬(愛餐)을 나누었다.
두 번째 면회는 2000년 8월 경으로 기억된다. 아들이 복무하는 부대는 휴전선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부대였다. 그래서, 2000년 9월에 휴전선 GOP 근무 들어가면
7개월 정도 휴전선 최 전방을 지킨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직전에 두번 째 면회를 갔다.
외박 나온 아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집에서 마련해 간 음식도 나누고, 나는 아들과
같은 방을 쓰면서 하룻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을 남겨놓고 있었다. 나는 아들과 침상에 나란히 걸터앉아 이야기 나누며
아들을 격려하였다.
그런데,
아들이 나를 따라서 그냥 집으로 함께 가고 싶다는 말을 불쑥 하였다. 평소에는 늘
과묵하여 자신의 속내를 잘 보이지 않던 아들인데, 군 생활이 힘들어 이런 말까지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다.
"아들, 많이 힘든 가 보구나. 그래도 지금 어떻게 집으로 가겠니? 이제 GOP 근무를
마치면 전역(轉役)이 1년도 채 안남을 터이니, 힘들더라도 하나님께 함께 기도하며
참고 이겨내자구나." 하고 용기를 심어 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심각하고도 진지하게
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한별이가 지금까지 군 복무를 잘 감당해 왔습니다. 이제는 이 나라의 최 일선
에서 국방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은혜로우신 하나님,
우리 한별이를 지켜 주옵소서.
앞으로, 7개월 간의 GOP 근무를 잘 마치게 해 주시옵소서. 남은 복무 기간도 안전
하게 지켜주옵소서. 아울러,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더욱 신실하고 남자
답게 강건한 병사로 성장케 하옵소서.
또한, 아들과 함께 근무하는 모든 장병들에게도 주의 도우심과 보호하심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의지하여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를 마치고서 사랑하는 아들과 작별을 하였다.
멀어지는 아들의 모습이 백미러에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고, 내 입에서는 우리 주님을
부르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애잔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들 한별은 그 후에 군 복무를 잘 마치고 2002년 3월 3일에 24개월 만기 전역을 하고,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하였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참으로 감사하고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