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이군(不事二君)
《두 임금을 섬기지 않음》
不(아니불) 事(일사) 二(두이) 君(임군군)
길재는 자는 재보, 호는 야은이다. 젊었을 적에 태종과
함께 태학에서 공부하여 정의가 매우 진실하였다.
고려조에 과거에 올라 우왕에게 벼슬하여 문하부의
주서가 되었다가 공양왕이 왕위에 오르기에 이르러
벼슬을 버리고 선주로 돌아왔다. 이 씨가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에 이르러 태종이 아직 임금이 되기
전에 삼군부로 하여금 공문을 보내어 그를 부르도록
하였으나 공은 완강하게 누워 일어나지 않았는데,
주의 관리가 길에 나서라고 독촉하므로 역마를 타고
서울에 이르렀더니 태종이 정종에게 말씀드려
봉상박사에 제수되었다. (공은) 이에 태종에게 글을
올려 말하였다. “재가 옛날 저하와 태학에서 글을
읽었으니 오늘 저를 부른 것은 옛정을 잊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재는 전 왕조에서 과거에 올랐고
처음으로 벼슬하였으니, 오늘날 옛정에 의탁하여
부르셨기에 재는 올라와서 뵈옵자고 한 것뿐이요,
벼슬을 하는 것은 곧 재의 뜻이 아닙니다.” 태종은
말하였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강상의 바꿀 수 없는
원칙이고 그대의 뜻도 꺾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대를 부른 것은 나였지만 벼슬을 시킨 것은
주상이니 주상께 사직을 고하는 것이 옳다.
” 길재는 마침내 임금께 글을 올리어 ‘시골로 놓아
보내어 두 성씨의 임금을 섬기지 않으려는 뜻을
이루게 하여 달라.’고 청하였다.
정종은 그의 절의를 가상히 여기어 후하게 예를
베풀어 보내주고 명하여 그 집에 대하여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일체 면제해 주도록 하였다.
제공 : 최웅 교수/(주)도서출판 북스힐
첫댓글 좋은 글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