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7일 서울시의회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비과학적이고 반생태적인 러브버그 방제 조례안을 폐기하라!"의
은평민들레당 발언 전문입니다.
[발언문]
공존의 지혜를 지워버리는 곤충 학살 조례 폐기하라!
안녕하세요, 서울 은평구의 지역정당 은평민들레당 대표 나영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대벌레와 러브버그가 처음 대발생한 은평구 봉산 자락에 살고 있습니다.
은평구는 대벌레 대발생 시 산림에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살포했고, 이후 러브버그가 또다시 대발생했습니다. 러브버그 대발생이 살충제 살포가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등이 보도되고 비판이 이어지자, 은평구는 ‘친환경 방제'라 홍보하며 끈끈이롤트랩, 직접 포획, 낙엽 정비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은평구청에서 대벌레 등 돌발 해충 방제를 위해 봉산의 나무들에 감았던 끈끈이롤트랩에는 대벌레부터 시작해 무당벌레, 거미류, 파리류, 나방류, 꿀벌 등의 벌들, 이름 모를 여러 애벌레, 노린재, 꽃등에 등 너무나도 다양한 생물이 붙어 죽거나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박새나 쇠박새, 동고비 같은 소형 조류들이 붙어 살기 위해 몸부림쳐 깃털이 뜯겨 붙은 흔적도 상당했습니다. 수많은 생물이 살아 숨 쉬는 숲을 거닐며 자연 속에 녹아들길 바라는 등산객들은 나무마다 감겨있는 끈끈이에 붙어 죽은 곤충이 전시되어 있는 끔찍한 풍경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친환경이라 말하기엔 너무 모순적이고 기괴합니다.
은평구는 또 봉산 대벌레 대발생 시기, 친환경 방제라는 명목으로 산림 주민 포획단 등을 꾸려 구민에게 대벌레를 직접 잡아 죽이게 하는 끔찍한 행정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한 존재를 필요악으로 몰고, 마구잡이로 잡아 죽이는 행위를 ‘정상’으로 인정해 주고 죽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곤충 대발생에 대한 대응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발생 곤충을 죽여야할 대상, 괴물로 만드는 순간, 인간역시 그들을 죽이는 괴물이 됩니다.
은평구는 이런 방제를 ‘친환경 방제'라 주장하고, 산림청에서 이런 방제사업을 친환경 방제의 모범사례로 선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은평구의 사례가 이번 조례에도 반영될까 우려가 큽니다.
작은 생물을 비선택적으로 포획해 죽이는 끈끈이롤트랩, 숲을 뒤져가며 직접 포획하는 방식의 살생,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수많은 생물의 먹이, 은신처, 삶터가 되는 낙엽을 제거하는 방식의 방제를 과연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화학 방제 때문도, 은평구가 주장하는 ‘친환경 방제’ 때문도 아닙니다. 러브버그가 서울 전역으로 퍼지며 밀집도는 점점 낮아지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인해 처음 러브버그를 만난 시민들의 민원이 늘어났을 수는 있어도, 이 때문에 함부로 죽여 마땅한 생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알면 덜 혐오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할 일은 러브버그 등 대발생 곤충을 시민에게 이해시키고, 러브버그를 비롯한 다른 곤충들의 생태를 안내하고, 짧은 대발생 시기를 인내하는 공존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서울시의회는 공존의 지혜를 잃게 하고 다른 종에 대한 혐오와 적대시를 강화하는 이 위험한 조례를 당장 폐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