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9 /출애굽기 자체가 그 책이 모세에 의해 기록되지 않았음을 증거하고 있는가?
이스라엘 자손을 그 군대대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라 하신 여호와의 명을 받은 자는 이 아론과 모세요 애굽 왕 바로에게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내보내라 말한 사람도 이 모세와 아론이었더라(출 6:26~27)
예수는 출애굽기를 모세의 책이라고 불렀다. 그는 출애굽기 3장의 멸기나무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모세의 책 중 가시나무 떨기에 관한 글”(막 12:26)에 기록되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출애굽기 6장 26~27절에 의하면 출애굽기는 모세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삼자에 의해 '모세의 전기'로 기록된 것처럼 보인다. 이 구절은 모세를 3인칭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저자 개인의 자전적 회고가 아니라 역사가의 기록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역사적 사실성을 중요시하는 글에 나타나는 문학적 관행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해이다. 이런 종류의 글에서는 저자 자신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3인칭으로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역사가 크세노폰(Xenophon)은 그의 책 「아나바시스(Anabasis)에서, 로마의 통치자 율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는 자신의 저서 「갈리아 전쟁」(Galic Wars)과 시민 전쟁」(Civil Wars)에서 각각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애굽기 6장과 같이 족보가 이어진 다음 저자가 자신을 1인칭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는 마치 오늘날 어떤 사람이 조상들의 이름을 기록한 이후 그리고 내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조상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족보에서는 기록자가 후손인 경우 자신의 이름을 3인칭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후대의 독자들을 위해 모세는 자신의 가계에 관한 기록이 분명하게 기록되기를 소망하였다. 그래서 아무도 하나님께서 애굽의 노예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도록 선택하신 자의 신원과 가계에 대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성경에도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3인칭으로 언급한 경우가 있다. 요한복음에 다섯 번이나 등장하는 "예수의 사랑하시는 그 제자”(요 13:23; 19:26; 20:2; 21:7, 20)가 요한 자신을 가리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전통적인 기독교 전승은 마가복음 14장 51절의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간 청년이 마가 자신이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렇게 성경에는 다양한 이유로 저자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여기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자신을 '이 모세'라고 하였다고 해서 그것이 출애굽기가 모세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삼자에 의해 기록된 증거라고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자신이 연루된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할 때, 자신을 3인칭으로 묘사하는 것은 그 기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저술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