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태음습토 : ☱
손장녀(궐음)에서 리중녀(소음)으로 변한 음기는 마침내 태소녀(태음)의 기운으로 3음의 극을 맞이한다. 兌卦☱의 형상은 음이 맨 꼭대기에 있으면서 밑에 두 개의 양이 있는 상태이니, 이는 곧 음이 양을 다스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미 양의 기세를 다스리기에는 음이 벅찬 모습인데 그것은 손장녀가 두 개의 양을 밀쳐내면서 음의 기세를 크게 회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12지지로 본다면 地水인 丑土와 地火인 未土가 부딪친 형국이다.
땅에서 水火가 부딪치면 물질적인 변화를 발생하게 마련이므로 불가피하게 습기가 발생한다.
습기를 가리켜 5행으로는 土라고 하므로 축미태음습토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태음이라는 말은 가장 큰 음이라는 말인데, 그것은 곧 양기로 변한다는 것과 같다.
태음의 기운도 수족으로 흐르는데 손으로 흐르는 경락을 가리켜 수태음폐경이라 하고, 발로 흐르면 족태음비장경이라고 한다. 폐는 오행으로 보면 金이라고 하여 건조한 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습기가 필요하다. 폐는 공기를 흡입하여 그 속에 들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화기 역할을 한다. 그것은 마치 신장이 피 속에 있는 노폐물을 걸러내는 정수기의 기능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신장은 액체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데 비해, 폐는 기체 속의 노폐물을 걸러낸다는 것이다.
물(피)속의 노폐물이 많다는 것은 곧 산소가 적다는 말이며, 산소는 폐에서 공급을 해준다. 즉 신장에서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게 하는 일은 폐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되는데, 이를 가리켜 金生水라고 한다.
폐가 공기 속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은 마치 불필요한 낙엽과 같은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가을 서리와 같다고 하여 5행의 金이라고 하였는데, 아무리 가을이라고 하여도 너무 건조하면 산불이 일어나게 마련이다(火克金). 인체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폐가 너무 건조하면 쉽게 열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를 한방에서는 ‘虛熱’이라고 한다.
폐결핵은 대개 허열이 발생하는데, 이와 같은 이치에 입각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地水와 地火가 서로 부딪쳐 습토를 발생해야 하는 이유다.
습토는 속이 더워서 겉으로 물이 흐르는 땀을 가리킨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태음의 기운이 많다고 할 수 있으니, 대개 살이 많이 찌거나 속에 허열이 많은 경우다. 허열이 많으면 양기가 밖으로 새어나가 결국 양기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몸을 단단하게 해주는 개고기가 폐결핵에 좋다고 하는 말이 나왔다.
내경에 <肺者 相傅之官 治節出焉 : 肺는 相傅에 비유되는데, 상부란 재상으로서 군주를 옆에서 보필한다는 것을 뜻하며 폐가 마음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폐가 마음을 조절한다는 것은 들뜨기 쉬운 심장의 화기를 담아서 알뜰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데, 간혹 그것이 과도하게 되면 우울증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본래 폐의 수렴지기가 과잉한 상태에서 나오는 증상이다.
수태음이 폐에 속한다면 족태음은 비장과 연결된다. 비장은 5행으로 土에 속하는데 거기에 태음의 기운까지 합하였으니, 끈적끈적하며 질퍽거릴 건 당연하다. 실제로 비장의 환경이 그렇다. 비장의 색은 암자색을 띠고 있으나 그건 핏줄이 많이 모여서 그런 것이지, 원래는 누런 황토색을 많이 닮았다.
비장은 위장에서 일차 소화한 음식물을 재차 소화하여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각 장기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비장은 인체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5, 10토가 중앙에 위치한 것과 같다. 그중에서도 비장은 음에 속하기 때문에 十土라고 하여 위장에 둘러싸여 있다.
내경에는 <脾胃者 食膻之官 五味出焉 : 脾胃는 곡식을 담당하는 기관처럼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여 음식의 다섯 가지 맛을 느끼게 한다.>고 하였으며, 또한 <脾者 諫議之官 知周出焉 : 비장은 상소하고 논의하는 기관이다. 모든 기관을 두루두루 잘 알아 살핀다.>고 하였다.
이처럼 비장은 본래 사색하는 기능이 뛰어난데, 그것도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생각이 너무 깊으면 비장이 견디어 내기 힘들다.
태음은 음의 극성이기 때문에 본래 욕심이 많다. 음은 모아 놓는 것을 즐기는데 그중에서도 태음은 특히 더 그렇기 때문에 육신의 비만이나 정신의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수태음 폐경을 상징하는 짐승은 丑, 즉 소가 되고, 족태음비경을 상징하는 짐승은 未, 즉 양이라고 한다.
소는 부지런하고 순종을 잘하여 듬직한데, 그것이 폐와 같다고 본 것이다. 부지런한 것으로 친다면 심장을 능가할 만한 것도 없겠지만, 심장은 6기로도 군화요, 5행으로도 火에 속하는 온기(溫氣)이기에 수소음심장이라고 한 것이며, 폐는 6기적으로는 습기를 좋아하지만, 5행으로는 건조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태음폐라고 하였다. 즉 습기와 건조한 금의 기운이 함께 한 상태가 폐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태음경이라고 하여도 족태음 비장은 항상 습기에 젖어 있으나, 수태음 폐는 적당한 습기와 건조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폐에 이상이 생기면 그 성격이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하지만 족태음 비장은 6기와 5행이 모두 습기로 이루어진 土이므로 웬만해서는 잘 변하지 않는다. 흔히 ‘비위가 상하다’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비장은 잘 상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잘 상하지 않는 것이 상했을 적에는 그만큼 심각하다는 신호다. 비장을 가리켜 12지지에서 未, 즉 羊이라고 한 것은 습기가 충만한 비장의 모습과 통통한 양의 모습이 같기 때문이며, 또한 가뜩이나 습기가 많은 터에 먹이마저 습기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양은 젖은 풀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첫댓글 세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공부 열심히하여야 하겠네요...^^
그렇지요. 늘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