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고(古)의 서술(述)
왕태복(王太僕)이 이르기를 "내격(內格)으로 구역(嘔逆)하며 음식(食)이 들어갈 수 없으면 유화(有火)이고, 병(病)으로 구(嘔)하면서 토(吐)하고 식(食)이 들어갔다가 되넘어오면 무화(無火)이다." 하니라.
이동원(李東垣)이 이르기를 "위중(胃中)의 원기(元氣)가 성(盛)하면 식사(食)를 하여도 상(傷)하지 않고 밥 때(:時)를 지나도 기(饑)하지 않는다. 비위(脾胃)가 모두 왕(旺)하면 식(食)하면서 비(肥)하게 된다. 비위(脾胃)가 모두 허(虛)하면 식(食)하지 못하면서 수(瘦)한다. 소식(少食)하여도 비(肥)하거나, 비록 비(肥)하여도 사지(四肢)를 불거(不擧)하면 대개 비(脾)가 실(實)하면서 사기(邪氣)가 성(盛)한 것이다. 또 잘 식사(食)하는데도 수(瘦)하면 위(胃)에 화사(火邪)가 기분(氣分)에 복(伏)하여 잘 식(食)하는 것이고, 비(脾)가 허(虛)하면 기육(肌肉)이 삭(削)하니, 곧 식역(食㑊)이다. 비(脾)가 병(病)하면 태타(怠惰) 기와(嗜臥)하고 사지(四肢)를 불수(不收)하며 대변(大便)으로 설사(泄瀉)한다. 비(脾)가 병(病)하면 위(胃)의 진액(津液)을 행(行)할 수 없으므로 따라서 병(病)하게 된다. 대체(:大抵)로 비위(脾胃)가 허약(虛弱)하면 양기(陽氣)가 생장(生長)하지 못하니, 이는 춘하(春夏)의 시령(令)이 행(行)하지 못하여 오장(五臟)의 기(氣)가 생(生)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脾)가 병(病)하면 하(下)로 류(流)하여 신(腎)을 승(乘)하니, 곧 토(土)가 수(水)를 극(剋)하므로 골(骨)이 핍(乏)하고 무력(無力)하게 된다. 이는 골위(骨痿)이니, 사람의 골수(骨髓)를 공허(空虛)케 하여 족(足)이 땅을 밟지(:履)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음기(陰氣)가 중첩(重疊)되니, 음성(陰盛) 양허(陽虛)의 증(證)이다. 대법([大法])에 이르기를 '이를 한(汗)하면 낫고, 이를 하(下)하면 죽는다.'고 하였다. 만약 신감(辛甘)한 약(藥)을 써서 자위(滋胃)하면 승(升)하고 부(浮)하니, 생장(生長)의 기(氣)가 왕(旺)하게 된다. 여기서 한(汗)이라 말한 것은 정발한(正發汗)이 아니라 양(陽)을 조(助)하는 것을 말한다." 하니라.
왕절재(王節齋)가 이르기를 "사람의 일신(一身)은 비위(脾胃)를 위주(爲主)로 한다. 위(胃)는 양(陽)으로 기(氣)를 주(主)하고 비(脾)는 음(陰)으로 혈(血)을 주(主)한다. 위(胃)는 수납(受納)을 사(司)하고 비(脾)는 운화(運化)를 사(司)하니, 일납(一納) 일운(一運)하여 정기(精氣)를 화생(化生)하니, 진액(津液)은 상승(上升)하고 조박(糟粕)은 하강(下降)하게 된다. 이는 병(病)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오직 음식(飮食)의 부절(不節), 기거(起居)의 불시(不時)에 의해 비위(脾胃)를 손상(損傷)하니, 위(胃)가 손(損)하면 납(納)하지 못하고 비(脾)가 손(損)하면 화(化)하지 못한다. 비위(脾胃)가 모두 손(損)하면 납(納)과 화(化)가 모두 어려워지니 원기(元氣)가 이로 약(弱)해지고 백사(百邪)가 쉽게 침(侵)하여 포민(飽悶) 비적(痞積) 관격(關格) 토역(吐逆) 복통(腹痛) 사리(瀉利) 등의 증(證)이 된다. 따라서 결고(潔古)는 지출환(枳朮丸)을 조제(製)하였다. 동원(東垣)은 비위론([脾胃論])을 발(發)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비위(脾胃)의 조리(調理)를 위주(爲主)로 하도록 하였다. 후인(後人)들이 그를 칭(稱)하여 '의(醫) 중의 왕도(王道)'라 하였으니, 그런 뜻(:旨)이 있기 때문이다." 하니라.
설립재(薛立齋)가 이르기를 "대개 상식(傷食)으로 포민(飽悶) 비색(痞塞)하여 불소(不消)할 때, 만약 비위(脾胃)가 평소 실(實)하였고 단지 식(食)을 배(倍)하였으므로 인하여 갑자기 상(傷)하여 된 것이라면 마땅히 신국(神麯) 산사(山査)의 무리(:輩)를 써서 소모(消耗)시켜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땅히 신중(:愼)하여야 한다. 동원(東垣)이 이르기를 '비위(脾胃)의 기(氣)가 장(壯)하면 많이 식(食)하여도 상(傷)하지 않고, 시(時)를 과(過)하여도 기(饑)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만약 비기(脾氣)가 허약(虛弱)하여 부화(腐化)할 수 없으면 마땅히 이를 배보(培補)하여야 하고, 만약 비위(脾胃)가 허한(虛寒)하면 마땅히 이를 온양(溫養)하여야 하며, 만약 명문(命門)의 화(火)가 쇠(衰)하면 마땅히 이를 온보(溫補)하여야 한다.
대체(:大凡)로 식적(食積) 비괴(痞塊)의 증(證)이 유형(有形)이라면 소위 '사기(邪氣)가 성(盛)하면 실(實)이고, 진기(眞氣)가 탈(奪)하면 허(虛)이다.'라고 하였지만, 오직 마땅히 정기(正)를 양(養)하면 사적(邪積)은 저절로 제(除)하여진다. 비록 '견(堅)하면 삭(削)하고, 객(客)하면 제(除)한다.'라고 하였지만 이는 위기(胃氣)가 허(虛)하지 않고 원기(元氣)가 실(實)하여야 곧 쓸 수 있다. 혹 병(病)이 구(久)하여 허리(虛羸)하거나 혹 원기(元氣)가 평소 약(弱)하다면 또한 마땅히 고본(固本)을 위주(爲主)로 하고 소도(消導)를 좌(佐)로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비만(痞滿) 불식(不食)에 이르러 그 병(病)이 더하게(:益) 된다." 하니라.
또 이르기를 "만약 성(性)이 열(熱)한 음식물(物)에 상(傷)하면 이진탕(二陳湯)에 황연(黃連) 산사(山査)를 가하여 쓴다. 만약 습(濕)한 면(麵)의 음식물(飮食物)에 상(傷)하면 이진탕(二陳湯)에 신국(神麯) 맥아(麥芽)를 가하여 쓴다. 쌀(:米)의 음식(食)에 상(傷)하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곡벽(穀檗: 누룩)을 가하여 쓴다. 면(麵)의 음식(食)에 상(傷)하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맥아(麥芽)를 가하여 쓴다. 육(肉)의 음식(食)에 상(傷)하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산사(山査)를 가하여 쓴다. 어성(魚腥)에 상(傷)하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진피(陳皮)를 가하여 쓴다. 서각(黍角)이나 취반(炊飯)에 상(傷)하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신국(神麯)을 배(倍)로 가하여 쓴다.
만약 물(物)은 이미 소(消)하였지만 사(瀉)가 낫지 않는다면 이는 비위(脾胃)가 상(傷)을 입은 것이니, 마땅히 육군자탕(六君子湯)을 쓴다.
음식(飮食)이 감소(減少)하고 식(食)하여도 화(化)하기가 어려우면 비위(脾胃)의 허한(虛寒)에 속(屬)하니, 포강(炮薑) 목향(木香) 육과(肉果)를 가하고, 이에도 응(應)하지 않으면 오미자(五味子) 오수유(吳茱庾) 보골지(補骨脂)를 가한다.
비신(脾腎)이 허한(虛寒)하면 반드시 팔미환(八味丸)을 복용(服)하여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비허(脾虛)의 중만(中滿)의 증(證)을 앓게 된다.
신국(神麯) 맥아(麥芽)는 비록 무토(戊土)를 조(助)하여 수곡(水穀)을 부숙(腐熟)한다. 그런데 맥아(麥芽) 일미(一味)에 있어서, 내가 예전에 아이를 잃은 부인(婦人)의 유방(乳房)이 창통(脹痛)하여 옹(癰)이 되려고 하는 것을 치료(治)하였는데, 맥아(麥芽) 1~2냥(兩)을 초숙(炒熟)하고 달여서 복용(服)시키니 즉시 소(消)한 것으로 보아, 파혈(破血) 산기(散氣)함을 알 수 있었다.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맥아(麥芽)는 소신(消腎)한다.' 하였고, 부인양방([婦人良方])에서는 이르기를 '신국(神麯)은 하태(下胎)를 잘한다.' 하였으니, 모두 극벌(剋伐)하는 공(功)이 많고 보익(補益)하는 공(功)은 적으므로 가벼이 쓰면(:輕用) 마땅하지 않다.
요즘 식(食)할 수는 있지만 화(化)가 어렵고 식후(食後)에 도리어 포(飽)하면 이는 비기(脾氣)의 허약(虛弱)으로 수곡(水穀)을 부화(腐化)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청위산(淸胃) 평위산(平胃) 등의 방제(劑)을 복용(服)하여 열갈(熱渴) 구토(嘔吐)나 혹 복창(腹脹) 설사(泄瀉) 등의 증(證)이 더하여지면 이는 비위(脾胃)가 다시 상(傷)한 것이니, 급히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작약(芍藥) 목향(木香) 포강(炮薑)을 써서 이를 보(補)하여야 한다.
또 비기(脾氣)의 울결(鬱結)에 속(屬)하면 당연히 해울(解鬱) 건비(健脾)하여야 하는데, 만약 청량(淸凉)을 써서 강화(降火)한다면 중기(中氣)의 허(虛)로 비(痞)하면서 불식(不食)하거나 혹 식(食)하여도 도리어 출(出)하게 된다. 또 열격(噎膈)이 되니, 행기(行氣) 화담(化痰)하는 것을 쓰면 반드시 구(救)할 수 없게 된다."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