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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9. 17
‘우파 빅텐트’ 서두르지 않으면 保守 미래 없다
⊙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승리하면 ‘87년 체제’ 붕괴… ‘권력독점형 改憲’ ‘정당 재편성’ 일어나면서 장기집권 길 열려
⊙ ‘조국 사태’로 문재인 지지율 급락했지만, 정당 지지도는 汎진보 정당 지지가 55% 이상
⊙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112개 선거구에서 45개 선거구가 경합 지역… 자유한국당·유승민신당·친박신당으로 보수 분열하면 必敗
⊙ 박근혜, ‘보수 분열 안 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만, 기대하기 어려울 듯
역대 대한민국 선거에서 진보 정당이나 보수 정당 모두 전국 규모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적은 없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전신)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大選), 2008년 총선(總選)에서 승리하면서 일시적으로 ‘보수 우위 정당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에도 불구하고 완패(完敗)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승(完勝)했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30년 이상 지속된 ‘87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당 재편성’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당 재편성이란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지속되는 과정”이다. 미국의 키(Key) 교수는 “정당 간의 입장을 뚜렷하게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으로 인해 이념적 분극화(分極化)가 초래되고, 주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면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중대 선거를 통해 등장한 다수당(多數黨)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 자신들의 국정 의제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최초로 선거 4연승을 한다면 기존 ‘보수·진보 양당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고 ‘민주당 일당 우위’의 ‘1.5 정당 체제’가 구성될 수도 있다. ‘1.5 정당 체제(one and half party system)’란 미국 버클리대학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가 전후(戰後) 일본의 정당체제를 연구하면서 밝힌 용어다. 의회 총 의석 중 한 정당이 1이고, 그 이외 정당들은 모두 합쳐도 0.5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일당 우위 체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2~6인의 독특한 중선거구제와 야당의 분열로 1955년에 탄생한 일본 자민당이 1993년까지 50여 년간 장기 집권을 했다.
▲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2019년 10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 / 사진=조선DB
급락하는 문재인 지지도
아래 〈표〉는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2016년 제20대 총선까지 역대 총선을 분석한 것이다. 총 여덟 차례 총선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은 세 차례(2004년, 2008년, 2012년)에 불과했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文在寅) 정부 출범 3년 직전에 실시된다. 그런데 역대 총선 결과, 집권 3년 전후(前後)로 실시된 네 차례 총선(1992년, 1996년, 2012년, 2016년)에서 집권당은 세 차례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2012년 총선이 예외였다. 그해 12월 대선이 있었고,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유력 대권(大權) 후보인 박근혜(朴槿惠)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면서 겨우 152석을 획득했다.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관심은 2016년부터 시작된 탄핵과 촛불, 남북화해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권자 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지 여부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脫原電), 불안한 남북관계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離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曺國)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민심이 크게 요동쳤다. 최근 한국갤럽 10월 1주 조사(10월 1~2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잘 못한다’는 부정(51%) 평가가 ‘잘 한다’는 긍정 평가(42%)보다 훨씬 높았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리얼미터 10월 1주(9월 30일~10월 4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4.4%로 떨어지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에 부정 평가는 52.3%로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중도층에서 긍정 평가는 39.7%인 반면, 부정 평가는 56.7%였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여론조사(9월 26일~10월 2일)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32.4%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이 얻은 41.4%보다 9%포인트 낮았다.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앞두고 문 대통령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加速化)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문재인의 유체이탈 화법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급락의 직접 이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조국 사태로 진보의 도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 결과, 문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은 사람이 ‘인사(人事) 문제’(29%)를 지적했다. 그다음으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0%), ‘독단적/일방적/편파적’(10%), ‘전반적으로 부족하다’(7%)라고 응답했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파렴치한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난 조국 전 장관을 감싸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문 대통령은 10월 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찬반집회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國論)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초동의 ‘조국 수호’ 집회와 광화문의 ‘조국 퇴진’ 집회를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로 긍정 평가하면서도 ‘국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대통령이 잘못된 인사로 국론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마치 정치권이 대립·분열하고 있어 문제인 것처럼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 체제가 극심한 민심 이반과 민주당 지지도 하락 요인으로 작동했다. 물론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민심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몰락하고 있던 보수 정당들은 예기치 않는 조국 사태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曺國)이 조국(祖國)을 살렸고, 보수에 조국은 ‘고마운 분’일지 모른다.
진보 정당 지지도 여전히 높아
▲ 지난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사진=조선DB
내년 총선을 전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큰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은 크게 네 가지 변수(變數)에 의해 영향받을 것이다.
첫째,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 여부다. 지난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서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은 현재의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현행 47석보다 28석 늘리는 것이다.
또한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의 50%에 따라 각 권역별로 배분된다. 이렇게 할당된 비례대표 의석 당선자 수는 다시 권역별로 배분된다. 전국 당선자 수를 정하는 방식을 각 정당 내 권역별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개특위에 보고한 ‘여야 4당 합의 선거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제’로 지난 20대 총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35.5%)은 123석에서 107석으로 줄어들고 새누리당(33.5%)은 122석에서 109석으로 줄어든다. 반면, 국민의당(26.7%)과 정의당(7.2%)은 각각 22석, 8석이 늘게 된다.
하지만 4년 전 총선 결과를 갖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정권 교체로 민주당이 야당에서 여당이 됐고, 정의당은 준(準)여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의당은 갈기갈기 분열되는 등 총선 환경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지난 9월 1주 조사(3~5일)에 따르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 38%, 자유한국당 26%, 정의당 12%,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 그리고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무당(無黨)층이 16%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으로 자유한국당 16%, 더불어민주당 14%, 바른미래당 7%, 정의당 6%, 우리공화당 1%를 선택해 진보 정당과 중도·보수 정당 합산 비율이 각각 20%, 24%였다. 무당파를 포함해서 계산하면 범(汎)진보 정당은 최소 55% 이상 득표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해찬, “240석 목표”
▲ 지난 7월 15일 신임 인사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은 현 정권 들어와 準여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조선DB
11월 27일 이후 선거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지역구가 28석 줄어들면 서울(49석→42석), 부산·울산·경남(40석→35석), 대구·경북(25석→22석), 인천·경기(73석→70석), 호남·제주(31석→25석), 대전·세종·충청(35석→31석) 등 지역별로 3〜7석까지 지역구 의석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역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에 찬성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민주당 128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친여 무소속 4석(문희상·손금주·손혜원·이용호)을 다 합쳐도 반수를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민주평화당(4석)과 대안신당(9석)이 선거법에 찬성할 경우 선거법은 통과될 수 있다. 조국 퇴진에 올인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과연 어떤 전략으로 선거법 개정을 막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들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권력독점형 개헌’도 할 수 있다. 이해찬(李海讚)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17일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서 충분히 우리가 꿈꿔볼 수 있다”면서 “원외위원장 115석에 125석을 합치면 240석이다. 240석을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수가 분열되면 이런 기대가 실현될지도 모른다.
결정적 변수, 분열
둘째, 구도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세력이 분열되는지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령 1995년에 야권은 정계 복귀를 하면서 김대중(金大中) 총재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와 기존 제1야당이던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되었다. 야권 분열로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수도권(96석)에서 54석(56.3%)을 차지해서 집권 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 서울 27석(57.4%), 인천 9석(81.8%), 경기 18석(47.4%)을 차지했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 여파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親)박근혜 인사들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창당됐다. 총선 결과 친박연대는 예상을 깨고 13.2%의 정당 득표를 얻어 자유선진당(6.8%)을 제치고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6석을 비롯해 총 14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총 2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영남 지역에서 출마한 친박 성향의 무소속(13명)이었다. 만약 한나라당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18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되었다. 안철수(安哲秀) 의원이 2015년 12월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했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탈당했다. 그리고 총선을 석 달 남긴 2016년 1월에 안철수·천정배 등이 주축이 되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기존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과는 다른 ‘합리적 개혁 정당’과 ‘3당 체제’를 표방했다.
총선 결과 국민의당 돌풍이 일어났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26.7%를 기록해 민주당(25.5%)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 호남권(28석)에서 압승(23석)했다. 다만, 기대했던 수도권에서는 부진해 서울에서 2석(안철수 노원 병, 김성식 관악 갑)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38석을 얻어 민주당(123석), 새누리당(122석)에 이어 제3 정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야당이 분열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82석(67.2%)을 석권해 총 123석으로 새누리당(122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少數정당들의 독자 움직임
▲ 지난 3월 10일 박근혜 탄핵 2주년 규탄 집회에 나온 조원진(왼쪽)·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이들은 ‘친박연대’의 재현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 사진=조선DB
내년 총선에서 보수가 분열되어 ‘1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르면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계·안철수계 등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지난 9월 30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모임을 공식 출범했다. 유승민 의원이 모임의 대표를 맡았다. 유 의원은 10월 6일 ‘바른미래당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자유한국당이 탄핵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친박세력을 청산해야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독자적인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최근 안철수 전 의원은 정계 복귀설을 일축하고 독일을 떠나 미국에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유승민 의원과 신당 창당을 함께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연대가 의원총회를 통해 ‘대안신당’(가칭)으로 이름을 바꾸고 신당 창당 의지를 높여가고 있다.
친박 4선 홍문종 의원이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 결집과 선명한 우파 정책으로 보수 정권 창출에 나설 것”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을 탈당해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과 함께 우리공화당을 만들었다. 박근혜 후광(後光) 효과에 기대어 ‘친박 신당’을 만들어서 ‘어게인(again) 친박연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관철될 경우 친박 신당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인다면 정의당같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112개 선거구에서 45개 선거구(서울 20, 인천 5, 경기 20)가 경합 지역이었다. 3% 이내에서 승패가 결정된 곳이 총 17곳(37.8%)이었다(1% 미만 4곳, 1~3% 13곳). 이 경합 지역에서 민주당이 25곳(서울 13, 인천 2, 경기 10), 새누리당이 19곳(서울 6, 인천 3, 경기 10)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새누리당(35석)은 수도권에서 승리한 곳 중 경합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3%인 반면, 민주당(82석)은 30.4%에 불과했다. 당시 새누리당이 집권당이었고, 야권이 분열되었는데도 수도권에서 완패했다.
만약 내년 총선 전에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보수는 자유한국당, 유승민 신당, 친박 신당으로 분열될 것이다. ‘1여다야 구도’에서 보수 패배는 필연적이다.
여당, ‘경제심판론’을 평화·反日로 넘으려 할 것
셋째, 이슈다. 대선이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면 총선은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응징투표가 대세를 이룬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자리 정부에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문재인 정부 분야별 정책 평가 추이 분석에 따르면, 경제정책은 집권 초기 2017년 8월 ‘잘하고 있다’가 54%였지만 2년이 지난 2019년 8월 그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9월 4주(24~26일) 조사에서,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나빠질 것’(56%)이라는 비관 전망이 ‘좋아질 것’(13%)이라는 낙관 전망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16%가 ‘좋아질 것’, 32%가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실업자가 향후 1년간 ‘증가할 것’은 53%이며 ‘감소할 것’은 18%였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기준 경제순환지표 10개 중 6개가 ‘하강’하면서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들어서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경기부진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선 경제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통설이 먹혀들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경제 심판론’ 이슈를 ‘평화가 경제’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집권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봤던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지지 세력을 모으려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당의 의도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경제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TK의 전략적 선택은?
넷째, 대구·경북(TK)의 전략적 선택 여부다. 한국 ‘보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TK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여부에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보수 파편화냐, 보수 대통합이냐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TK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TK가 탄핵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찬·반 공방에 중심에 서면 보수는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분열로 간다. TK를 중심으로 구축될지도 모를 친박 신당은 결국 보수 파편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는 어떤 경우에도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2000년 총선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김윤환·이기택 등 거물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극심한 내홍(內訌)을 겪었다. 급기야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국민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나라당이 13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되었다. 영남권 65석 중 64석을 싹쓸이했다. 민국당은 강원 춘천에서 1석, 비례대표(3.9%)에서 1석 등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것이 과거 TK가 보여준 전략적 선택의 사례다. TK의 결정이 PK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한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3당 합당, DJP 연대,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통합하는 새로운 정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우파 빅텐트’ 서둘러야
그런데 보수 통합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가 중심이 되면 성공하기 힘들다. 각 보수 정당과 차기 대권 후보들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당 밖의 ‘우파 빅텐트(big tent)’로 모여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형성된 후보들 간 감정의 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우파 빅텐트’에는 한국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반문(反文) 성향의 원로(정의화, 김형오, 김종인, 윤여준, 김광두 등)가 참여해 최고 상층부를 구성하고, 공천 기준과 통합 정당의 대표 체제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100% 경선과 당대표 체제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모든 차기 대권 후보들이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이 부여되지 않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내년 총선에 국민에게 대권 주자로 인식되는 인사들은 서울 종로 등 최고 격전 지역, 다선 중진들은 험지에 출마하도록 하는 ‘자기 희생 전략’을 구축할 때 보수 통합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9월 14일 최근 보수 통합 추진 문제와 관련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제 도입 여부와 연말까지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보수 통합 논의의 초점은 단일정당 결성에서 선거연대(連帶) 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단언컨대 이런 구상은 성공하기 어렵다. 실제 선거전에 들어갈 경우 중도보수 야당 간 선거 연합이나 연대가 성사될 수 있을지 회의적(懷疑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별로 후보자 공천 등 예비선거 과정에 들어가면 후보 단일화 등 지분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결국 범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 드라이브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보수 야권이 분열해 범여 좌파 다수 구도를 만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우파 빅텐트’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김형준 / 명지대 교수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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