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중반 어느 날 이른 아침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자마자 "Hellow, Young Kim? My Name is Jullea, Can you cut all the Agapanthus in my garden?" (우리 집 정원의 Agapanthus를 전부 잘라주세요) "All Cut?" "Yes." (전부요? 그래요!) "Cut everything."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전부요!)" Okay, I will do that today." (오늘 가서 그렇게 할게요)
전화를 끊고 그 집의 정원을 그려 보면서 생각했다.
그 집 정원의 Agapanthus 는 누런 떡잎이 지저분하게 생겨서 그 떡잎을 제거하자 면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고도 항상 지저분하게 보이고 산뜻하고 개운한 맛이 없었다. 그 집에 갈 때마다 저 묵은 잎을 잘라버리면 산뜻한 새잎이 건강하게 자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Agapanthus 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화초로 자주 군자란 이라고도 불리며 50cm 정도의 많은 잎이 모여 한 포기를 이루고 그 한 포기에서 꽃대가 대여섯 개, 많게는 열 개 정도도 나오고 꽃대의 길이는 보통 1m 정도 되며 보라색과 흰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한 꽃대에서 자그마한 꽃들이 무수히 어우러져 한 송이를 이루는데 요염 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는 꽃이다.
보통 6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8월쯤 되면 꽃이 진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꽃은 여기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다. 한 포기 만을 바라보면 볼품이 별로 없지만, 이파리와 어우러진 군락이면 그런대로 볼만한 그 꽃을 Jullea 그녀는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했다. 그녀의 Agapanthus 밭은 200평은 족히 될만한 넓은 화초밭이었다.
그날 그녀 집에 가서 세 사람이 두 시간이나 넘게 일한 보람으로 잎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잘랐다.
일을 마치고 화초밭을 둘러 보면서 깨끗하고 싱싱한 새잎이 자라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날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온 그 다음 날 아침, 전화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자마자 Jullea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일을 잘 해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터에, 칭찬은커녕 원망의 노한 목소리를 들을 때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의 말은 "I wanted you to cut flowers not the flower petals as well." (꽃대를 전부 잘라 달라고 했지 잎까지 잘라 달랬냐고 항의하는 것이었다.)
"All cut?" "Yes! I believe you lnstructed me to cut everything." "I simply did the job as you have told me!" (전부 잘라 달라고 당신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당신이 말 한대로 했을 뿐이다.)
그 집에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이러한 해프닝도 생기지 않았을 테지만 그 집은 맞벌이 부부라 평일에는 사람 없는 빈 집이므로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녀의 선입견은 꽃대 만을 생각하고 그 꽃대들이 꽃이 시들어버린 것도 있고 아직 지지 않은 것들도 있으니 선별하지 말고 꽃대 모두를 잘라 달라는 부탁 이었고, 나의 선입견은 신선한 새싹을 보기 위하여 떡잎투성이인 잎까지 전부 잘라 달라는 말로 인식하여 전부를 잘라버린 것이다.
망쳐버린 화초 값을 보상하라는 그녀의 청구는 3천 5백 달러였다.
뭐 주고 뺨 맞는다는 속담이 이러한 상황에 적당한 말일까! 인부를 고용하여 힘들여 한 일이 오히려 돈을 물어 주어야 할 형편이 돼버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6개월 뒤에 보기 좋은 잎이 나지 않으면 당신이 보상하라는 전부를 보상해주마 약속하고 그 6개월을 지나는 동안 그 집 길이 닳도록 드나들며 면밀히 잎의 상태를 관찰하고 비료와 성장 촉진제를 투입한 후 두 달째, 초봄에 원추리 싹 나오듯 삐죽삐죽 싹이 움트기 시작 하더니 4개월째는 제법 밭에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싱싱한 잎들이 어우러지고 떡잎은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는 깨끗한 화초 밭으로 변모되고 있었다.
그녀도 힘든 몇 개월을 지나는 동안 지켜 보면서 굳어진 얼굴이 조금씩 부드러워 짐을 보면서 본의 아니게 마음고생을 끼친 데 대한 미안한 나의 마음을 전하면서, 떡잎이 많이 나타나면 한번씩 잎을 베어줘야 건강한 새싹이자라서 싱그럽게 보인다고 말 해 줬다.
그 후 몰라볼 정도로 싱그러운 잎들이 옛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변모되어 있었고 응어리졌던 그녀의 마음이 풀리고, 이제는 오히려 "All Cut" 을 나보다 더 선호하게 되었고 그 사건 이후로 더욱더 돈독한 사이가 되어 화초라면 내가 박사인 양 대하는 그녀의 지극 정성에 부끄러울 뿐이다.
2008.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