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과 상식]
경험 없는 사람은 없어요.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제가 과문해서"란 표현을 가끔 쓰는데, 경험이 적어서(상식이 부족해서)란 의미가 되겠네요. 경험이 많고 적건, 경험은 상식을 낳죠. 그래서 상식을 "경험의 보따리"라고도 합니다. (과학은 "지식의 진열장"이라 하여 대비시키는 표현) 논리적 판단을 하기 전에, 즉각적으로 상식적 판단이 먼저 작동합니다. 이로부터 경험하지 못한 영역으로 나아가는 게 바로 논리(추론)인 겁니다. 그래서 상식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논리적 추론을 한다는 건 곧 가능성을 줄여간다(좁혀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건 가능성의 영역이니까"(예외란 것도 있으니까)라는 말을 반복한다는 건, 자신의 사고력(추론 능력)이 무능함을 자백하는 셈입니다. 추론이란, 가능성을 줄여가면서 현실성(실재성)을 높여가는 작업이니까요. 즉, 어떻게든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지, 규범과 상식은 불완전하니까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금 비약하자면 마치, 아버지는 가난하고 불성실하고 구시대의 사람이니까 아버지의 말은 무시하고 아버지라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억지가 되겠죠.
ㅡ '재미있고 심각한 논리 이야기 11'에서 (저의 졸작)
규범과 상식이란?
'규격화된 범례들', 즉 규범(norm)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정상(normal)인 것이고, 이를 파괴하면 비정상(abnormal)이 된다.
파격(unprecedented 전례 없음)과 예외(exceptional 이례적)가 빈번하면, 규범이 무너지고 상식이 파괴된다.
상식(common sense)이 파괴되면, 서로간에 공감(共感)도 없고 감정이입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각자도생'으로 흘러서 '무정부 상태'가 되고 만다.
kjm _ 2023.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