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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나무 에 꽃이 피면 잎은 아래로 축 처져요. 쉬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 벌이 좋아한답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한여름 불볕더위 속, 해를 피하기 위해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붕~' 하는 꿀벌소리가 들려요. 벌들이 주로 모이는 나무가 있는데요, 잎이나 꽃을 꺾어 문질러 보면 옅은 귤 향이 난다고 해서 ' #향기로운 ' 이라는 뜻의 학명을 가진 ' #에보디아 ( #Evodia ) ' 라는 나무예요. 꿀벌이 너무 좋아해 영어 이름이 '벌 벌 나무(Bee-bee tree)'입니다.
달콤하고 향긋할 것만 같은 이 #나무 의 우리나라 이름은 의외로 ' #쉬나무 ' 예요. 우리나라 #자생종 으로, 키가 크게는 15m까지 크지요. 여기서 '쉬'는 '오줌'이 아니라 중국의 #오수유나무 와 열매가 비슷해 '오'를 빼고 ' #수유나무 ' 로 불리다 '쉬나무'로 줄어든 거예요.
쉬나무는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어요. 지름 5㎜ 내외의 하얗고 둥근 꽃을 무더기로 피워 손바닥만 한 우산 모양 꽃 무리를 만들어 냅니다. 꽃이 피면 잎은 아래로 축 처지는데, 이때 쉬나무 꼭대기는 마치 하얀 물결이 부서지며 파도가 치는 것만 같습니다. 둥근 꽃망울이 살짝 벌어지며 수술대라도 바깥으로 나오면 #꿀벌 이 몰려오죠. #꿀 이 많이 나오는 #아까시나무 의 영어 이름이 ' #벌나무 ( #Bee-tree ) ' 인 것에 비하면, ' #벌벌나무 ( #Bee-bee-tree ) ' 인 쉬나무는 분명 꿀벌이 더욱 좋아하는 나무일 거예요.
쉬나무는 다른 이름도 있어요. 경상도 일부 지역에선 쉬나무를 ' #소등 (燒燈)나무'라고 불러요. 소등은 ' #불을밝힌다 ' 라는 뜻이죠. 이는 쉬나무 열매가 기름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쉬나무는 7~8월에 꽃을 피운 뒤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맺는데, 여기엔 검은색 타원형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이 #씨앗 의 40%가 #기름 성분이라고 해요. 옛사람들은 쉬나무 열매를 말리고 불에 덖어 기름을 짜내 사용했어요. 한 그루에 많게는 30L나 되는 기름이 나온대요. 이 기름은 선비들이 밤중에도 공부를 할 수 있게 불을 밝혀주기도 하고, 머리카락에 발라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온 이후부턴 더 이상 #쉬나무기름 을 불을 켜는 데 사용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에 #쉬나무씨앗기름 이 의학적으로 중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쉬나무 기름 속 #불포화지방산 이 #지방간세포 의 #지방수치 와 #당수치 를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죠.
쉬나무는 #번식력 이 좋고 공해나 소음에도 강해 #가로수 나 공원 어디든 심을 수 있어요. 또 #기후온난화 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밀원식물 (꿀벌이 자라는 데 필요한 #꽃꿀 과 #꽃가루 를 제공하는 식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조선|[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