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빗#니싼#희망
니싼의 마지막 날 많은 평론가들이 출애굽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 한 권의 고전을 소개합니다.
분노의 포도<Grapes of Wrath>
1962년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28)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준 《분노의 포도 Grapes of Wrath, 1939》는 1930년대 미국 경제 공황 시절의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핍박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생명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경의 대평원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때문에 농사를 망친 소작인 조드 일가는 은행과 지주에게 땅을 빼앗기고 쫓겨나다시피 고향 오클라호마를 떠난다. 한 장의 구인 광고에 모든 희망을 걸고 조드 일가는 감옥에서 아들 탐이 가석방을 받게 되어 나오자, 유랑 목사 짐 케이시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고난의 여행을 시작한다. 66번 국도를 따라 '축복받은 땅'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조그만 트럭에 12명이 타고 3,200㎞ 떨어진 캘리포니아행은 쉽지 않았다. 도착하기도 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 길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약한 맏아들 노아는 일찌감치 도망쳤다. 나이 어린 사위도 임신한 아내를 놔두고 달아났다. 집안 어른들도 제구실을 못했다. 강건했던 아버지는 고향을 떠난 뒤부터 자주 흔들렸다. 고생 끝에 도착한 캘리포니아도 기대와 딴판. 못 살겠다며 고향을 등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반면 농장주들은 인력이 밀려 들어오며 인건비가 나날이 떨어져 신이 났다.
캘리포니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배고픔과 질병, 그악스러울 정도로 혹독한 노동 착취뿐이었다. 조드일가는 실업자 캠프에 수용되는데 이곳에서 난민과 보안관들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케이시는 그 책임을 지고 체포된다. 탐이 케이시를 다시 만났을 때, 케이시는 바로 그의 눈앞에서 자경단원의 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탐은 케이시를 죽인 자경단원을 살해하고 쫓기는 몸이 된다. 탐의 어린 동생들은 이웃 아이들과 싸우다가 자랑삼아 동굴 속에 숨어 있는 오빠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머니는 탐을 찾아와 다시 도망갈 것을 권유한다. 도주의 길에 오르기 전, 탐은 어머니 앞에서 케이시의 뜻을 이어받아 굶주리고 핍박받는 사람들 편에서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배운 그는 이제는 더욱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더욱더 큰 세상을 향해 떠나가면서 말한다.
"엄마, 케이시 목사님이 말하곤 했어요. 우리 각자의 영혼은 그저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요. …그때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도 인간 하나하나는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아요. …두 사람이 같이 누우면 온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배고픈 사람을 위해 싸우는 곳,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때리지 않는 곳,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어린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곳에 가 있을게요. …불쌍한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서 자기가 지은 농사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위해 떠나겠어요.“
탐은 유랑 목사 케이시가 믿는 '성령'은 결국 인간의 영혼이고, 우리가 모두 그 위대한 성령의 일부이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애야말로 진정한 종교라는 케이시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하여 떠난다.
그러나 뒤에 남은 조드 일가와 다른 난민들은 이제 돈도 일자리도 먹을 것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절망에 빠진 가장 '파 조드'는 말한다. "이젠 끝장이야.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그러나 가족의 단결과 생존을 지켜 나가기 위해 부드럽고 강한 무한한 힘을 발휘하는 어머니 '마 조드'는 남편에게 희망을 준다.
"아니요, 우리는 죽지 않아요. 배가 고파도, 몸이 아파도, 죽어 가는 사람이 있어도, 그래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더 강해져요. 오늘 하루만, 하루만 더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요.“
겨울이 다가오고,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곧 홍수로 변해서 난민들이 살던 텐트나 낡은 자동차를 덮친다. 굶주린 난민들은 썩은 채소로 끼니를 때우고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헛간을 찾아 헤맨다. 만삭인 조드가(家)의 딸 로즈어브셰론의 진통이 시작되고 아버지와 이웃들은 그녀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힘겹게 둑을 쌓지만, 나무가 쓰러지면서 둑은 무너지고 모든 것이 진흙탕 속에 잠긴다. 로즈어브셰론은 결국 사산을 하고, 며칠 후 조드 일가는 어렵사리 건초가 있는 헛간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굶어 죽어 가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어린 아들은 빵을 훔쳐서 아버지에게 주었지만, 수프나 우유 외에는 넘길 수가 없다고 했다.
잠깐 어머니와 딸의 눈이 마주친다. 어머니의 눈빛을 알아차린 로즈어브셰론은 낯선 남자에게 다가가 불은 젖을 물린다.
그래서 결국 소설은 절망 속에서도 죽지 않는 따뜻한 인간애와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인간의 기본적 힘을 전하며 끝난다.
‘계층 간의 반감을 조장해 폭동을 선동하는 공산주의 소설’, ‘미국의 전통적인 3대 사상이 녹아 있는 빼어난 작품’. 1939년 4월14일, 초판이 나온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당시 기자였던 스타인벡은 ‘샌프란시스코 뉴스’의 취재 의뢰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좌절을 밤낮으로 현장을 찾아, 약 1년의 취재를 마친 후 취재 수첩의 내용을 기반으로 ‘분노의 포도’를 썼다.
‘분노의 포도’는 단순한 르포성 고발 소설이 아니다. 희망을 남겼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뒤늦은 자각과 연대를 통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죽은 아이를 낳아 기력을 잃고 슬픔에 잠긴 어린 산모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젖을 주는 행위야말로 절망 속 휴머니즘의 정수다. 스타인벡은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찬미하고 그 연대 가능성을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면을 썼을 것이다. 굶주리고 지친 자가 굶주려 죽어가는 자와 나누는 모유보다 강한 생명의 유대가 또 있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할 텐데"- 마 조드가 말하듯이 '살아남은 사람은 더욱 강해지는' 그 의지가 눈물겹게 아름답다.
합치지 않는 한 우리 각자의 영혼은 작은 조각에 불과하고 두 사람이 누우면 온기를 나눌 수 있다던 탐,
삶의 중요한 것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고, 그 어떤 어려움 속에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 것은 그 끝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어디엔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탐“ 이 있기 때문이다.
<월간샤밧>
니싼이 담고있는 유월절과 홀로코스트 기억일을 통한 자유, 생명, 희망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See you again in 5785 Ni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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