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를 않는다.
109병동의 병실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암이 멈추었다고 그랬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 씩씩하던 엄마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연약하고 끙끙 앓고 있는 엄마만 있다.
누어서 꼼짝을 못 한다.
몸하나 돌리는 것도 힘들어서 주체를 못 하시는 엄마를 보며
아...............정말 도대체 지금 우린 무엇이며 무엇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모
형제
가족
이런 얽힘이 주는 무게는 날개가 아닌 마음이란 비 실체에 얹혀진 북한산 바위보다 무겁고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시공간의 현실에
막막하고 암담하고 감정없는 이 감정은 나를 검은 고독속에 가두어 놓고
이별을 알리고 있다.
고작 먹어야 한끼 두 스푼
하루종일 먹어야 종이컵 두개의 분량의 물
코에 강제로 집어 넣는 산소
혈관에 꼽아 놓은 영양액
먹고 마시고 싸고 자고... 자연 스러운 것들이
병실에 누운 엄마에게는 먹는것도 고통이고 마시는것도 버거움이며 싸는건 고통의 천만배의 아픔을
생성하고 또 생성하는 시간
사는것도 죽는것도 순간의 찰나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몇일째 산소통을 달고 화장실을 들락여도 할 수 없는 자연을 거스르는 몸의 단절
지쳐 기저귀로 대처 하고
누워 기절할 만큼의
죽을 만큼의 기력으로
기저귀에 가득 채운 똥의 무게를 받아 내며
이것이 삶의 거쳐야 할 내 몫인가.....
온전한 아름다운 이별은 누가 정한 누구의 몫인지
엄마는 묵직한 기저귀를 두번을 채우셨다.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비우고 계신다.
고맙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죽을때 배넷똥마저도 싸고 간다고 하시며 고맙다를 연신 내게 주신다.
눈물이 흐른다.
이유가 없다.
그냥.....그냥...... 떠나야 할 내 집이, 곧 다시는 보지 못할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며
이 이별이 이제는 어쩌면 내 삶의 가지들을 치는 계기가 될것 같아.....
진중한 이별의 시나리오를 나름 상상한다.
산다는것은
죽는다는것은
남긴다는것은
고통과 고독의 이 진지함은
온전히 아름다운 내 몫인가.
보이지 않는 인연이란 사슬의 끈을 끊고싶다.
내 어께에 이어진 누군가의 끈을 턱...짜르고 핑그르 홀가분하고
내 손에 묶여진 가족의 끈을 턱 짜르고 훅 떨치고
내 심장에 묶여진 탐욕과 허풍과 허세를 난도질쳐 1000도의 불에 던지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건 아마도 내가 아직 숨을 쉬기에
허망한 넋두리를 하는 사치일 것이다.
암이란 녀석이 곳곳에 자라 똥을 만들어 썩힌 놈들이 장을 타고 항문을 빠져 나와
널부러져 있다.
하얗고 잘 만들어진 성인 기저귀에.
그렇게도 버티고 나오지 않으려던 놈들
관장약과 남은 숨을 버티는 엄마의 안간힘으로 버티다 버티다 밀려 나와
지독한 냄새를 병실안에 가득 채운다.
다들 조용하다.
어쩌면 엄숙하다.
그 아름답던 탄생의 인간이 이렇게 처절한 고독의 검은 똥을 남기며
슬슬 떠나고 있다.
허망도 아니고
허무도 아니고
비참도 아니고
서글픔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그 아무것도 아닌게 왜 이리 나를 몰아쳐 검은 바다에 세우는가
떠나는 엄마를 다독이며
안쓰러운 여인의 긴 고통의 흔적을 바라보며
난
울고 있다.
삶이란 영롱한 보석이 허무란 빛으로 내 눈과 눈사이 이마 아래 거기로 찾아와
암흑의 광활한 세상을 주고
금빛 물결을 보게 한다.
난
울고 있다.
절대 위로가 되지 않는 나를 내가 바라보며
20년 후 내가
지금 여기에서 나를 꼭 안아주고 있다,
엄마!
첫댓글 흑흑,,,
무어라 위로의 말을 전할까요.
당신과 당신 어머니의 영혼께 밝은 빛이 깃들길 바랄뿐입니다.
힘을 내소서 ! 용기를 내소서 ! 희망을 내소서 !
힘을 내고 있습니다. 생명앞에서..떠남이 이렇게 무겁고 묵직한 인생인줄 이전에는 몰랐습니다. 영원히 살았음 얼마나 좋을까...파란 하늘 맑은 물 구룸....꽃...바람...태양...이런 비타민을 매일 마시며....살았으면...영원히...그래서 삶은 아름다운가 봅니다. 영원히 살지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