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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산 산악회 정기 등산일입니다.
아침 일곱시에 출발하는 등산버스를 타려면 아침일찍부터 서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 등산으로 인해 어제 밤부터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꼭 소풍가기 전 날 들떠있는 아이들처럼 등산가방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기를 여러번,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 모닝콜 소리에 잠을 깨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큰일도 봐야하고 면도에 머리감기 바쁩니다.
챙겨주는 사람이 따로 없기에 아침밥 먹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아침 6시 40분, 오산역에 도착하니 벌써 나와 버스를 기다리시던
박만석 선배님께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뽑아 주시네요.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선배님, 항상 얻어 마시기만 해 감사함에 미안한 마음까지 얹혔습니다.
커피잔을 건네받아 한 모금 넘길 때서야 창진관광버스가 스리슬쩍 들어옵니다.
이 버스의 차고지가 수원 세류동이어서그런지 언제나 늦게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게 하기 일쑤입니다.
곧 이어서 25인 승 미니버스 한 대가 더 들어 와 큰 버스의 반대편에 섭니다.
나는 얼른 큰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두 대의 버스는 오산역을 출발합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이동수님의 가지고 오신 삼립 크림빵이 우유와 함께 하나씩 나눠집니다.
어릴적에 먹고 싶었던 빵 중 으뜸이었던 게 삼립 크림빵이었습니다.
한 입 뜯어 입에 넣으니 달콤한 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진한 옛 추억이 혀끝에서 되살아납니다.
경부고속도를 달리던 버스는 9시 18분, 황간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지방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지방에는 언제부터인가 자기만의 독특한 특산물을 내세워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습니다.
영동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라 도로 양편으로는 감나무가 즐비합니다.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감나뭇길을 달리던 버스는 오전 9시 55분,
한천 주차장에 도착해 우리를 내려놓습니다.
사실 이 주차장의 정식 명칭은 '물한계곡 주차장'입니다.
"왜 한천 주차장이라고 하냐"고 상촌면 사무소에 물었더니
"한천이란 이름은 상촌면 물한리에 있는 한 작은 마을 이름인데, 주차장의 정식 명칭은 물한계곡 주차장"이라고,
왜 한천 주차장이라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마 주차장의 있는 자리가 한천마을이라 그렇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에 내려서니 포근한 봄날씨가 아스팔트 위에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이 사진은 벼슬님의 카메라에 잡혀 있었습니다.
주차장을 조금 벗어나면 등산 안내판이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오늘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등산을 합니다.
한 그룹은 4시간 코스로, 물한계곡 주차장을 출발해 잣나무숲 삼거리에서 쪽새골로 민주지산을 오르고,
또 한 그룹은 6시간 코스로, 잣나무숲 삼거리에서 삼마골재를 넘어 삼도봉, 석기봉을 돌아 민주지산을 오릅니다.
이 지도는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얻어다 실었습니다.
오전 10시 5분, 드디어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좀 흐린 날씨 덕분에 햇살이 구름 너머로 숨어버려서 걷기에는 안성마춤입니다.
버리기 아까워서 여기저기 꼭꼭 숨겨놓은 잡동사니들하며
참으로 어수선해 보이는 농촌가옥이 물한계곡 어귀에 서 있습니다.
나는 저런 집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도시로 떠나 간 자식을 그리워 하는 늙은 어미의 심정처럼,
하얀 연기는 하늘위로 솟아오르다 지쳐 지붕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등산길이 시작됩니다.
고산(高山)들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20여 km의 깊은 골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바로 물한계곡입니다.
물한계곡에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물이 차다는 뜻의 한천마을 상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물한리 주차장에서 삼도봉을 향하다 보면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등이 있고
장군바위를 비롯 많은 소(沼)와 숲이 어우러져 더욱 시원하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물한계곡에 세워지고 있는 건물입니다.
맑은 계곡이 부서지고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는지요?
저 건물 속에서 미증유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해도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에 비할 수 있을까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은 평탄하고 안온합니다.
그러나 철조망이 계곡을 막고 있어 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이를 어쩌지요?
사람과 물은 하나입니다.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철조망은 왜 쳐놓았을까요?
저 가리개가 치워질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걸었습니다.
잣나무숲 삼거리로 향하는 오솔길엔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엷은 바람이 나무 사이사이를 훑고 다니면서 피튼치드을 열심히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10시 26분, 두 그룹이 갈라서야 하는 잣나무숲 삼거리까지 왔습니다.
한 그룹은 지름길로 가고, 다른 한 그룹은 삼도봉 석기봉을 거쳐가야 하는 먼 길을 택할 것입니다.
이 삼거리 갈림길엔 이런 리본들을 많이 매달아 놓아 서낭당 고개를 연상케 합니다.
민주지산은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이라 특히 부산 경남 리본들이 많이 매달려 있는 걸 보았습니다.
길은 두 갈래, 여기서 각자 갈길을 골라야 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잠시 휴식하는 사이에 가야할 길이 서서히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건강한 미소가 들꽃처럼 이름답게 피어납니다.
나는 삼도봉 석기봉으로 가는 분들의 뒤를 따르기로 작정했습니다.
등산길은 가파르지 않고 험하지 않아 능히 따라갈 수 있으리라 생갹했기 때문입니다.
물한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입니다.
오늘의 등산로엔 이런 징검다리를 몇 개 건너야 합니다.
징검다리를 대신하여 만들어 놓은 목교(木橋)입니다.
그러나 이 물한계곡의 아지자기한 경치에는 어울리는 것 같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 다리를 쳐다볼 뿐 건너지 않았습니다.
등산길 중간마다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습니다.
유현우 회원께서 앞으로 나서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입니다.
그러나 오석기 대장께선 "오래 전 공수부대원들이 등산하던 중 이 코스에서 여러명이 죽었다"며
나보다 앞 서서 나가면 안된다고 불호령을 내려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따라갑니다.
하긴 오늘따라 오 대장의 발걸음이 몹시 무거워 보입니다.
오전 11시 15분, 쉼터라고 쓰여진 곳에 도착했습니다.
쉼터에 놓여진 긴 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지고 온 간식거리를 꺼내 먹으며 에너지 충전도 합니다.
산에서만큼은 가지고 온 것을 꺼내 서로 나눠먹으면서 우정을 확인 합니다.
오전 11시 32분, 삼막골재에 도착하였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조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재(嶺)부터는 능선길입니다.
다시말해 삼막골재는 능선의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냥 갈 수 있나요?
삼막골재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오르막 능선길입니다.
촘촘히 박아놓은 나무계단이 줄사다리를 타고 가는 것 같습니다.
오르막 끝 지점에서 걸어온 길, 삼막골재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진달래는 아직도 겨울의 한 복판에 서 있는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오전 11시 50분, 삼도봉(三道峯)에 도착하였습니다.
삼도봉은 해발 1,176m의 봉우리로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 3개 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
삼도봉으로 불리며, 날라리봉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이 조형물은 삼도봉 대화합 기념탑으로, 인접 군민의 뜻으로 이 탑을 세운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삼도봉에서 바라다 본 봉우리와 봉우리들.
가까이 뾰죽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석기봉이고, 맨 오른쪽 높은 곳이 민주지산일 것이라고 어림짐작을 하나
어느 누구도 정확한 민주지산을 밝혀내지 못 했습니다.
삼도봉을 내려와 산죽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석기봉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능선은 봄이면 온통 산죽과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 꽃 산행을 즐기게 된다고 하지만,
다른 산의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반해 이 곳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지만,
그 꽃들은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요? 오늘은 꽃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5월 중순 경에나 필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이는 금년에 꽃 피기는 틀렸다고 허탈해 합니다.
석기봉을 바로 눈 앞에두고 정자가 서 있네요.
이때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집니다. 큰 비로 이어지지 않겠지요.
석기봉을 오르고 있습니다.
석기봉을 오르는 끝 지점에서는 밧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12시 30분, 높이 1.239m의 석기봉(石奇峯 )에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의 왼쪽은 전북 무주이고 오른쪽은 충북 영동입니다.
석기봉에서 바라다 본 민주지산. 가운데 높이 솟아있는 산이 민주지산입니다.
이 산을 넘고 능선을 따라 2.9km를 더 가야 합니다.
석기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험하지는 않지만 밧줄을 이용해 내려 가는 것이 좋습니다.
굵은 밧줄에 매달려 가는, 산행의 묘미를 한 껏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석기봉을 내려오니 또 잔잔한 산죽(山竹)길이 기다립니다.
오후 1시, 점심을 먹기 위해 산죽길 옆 공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화장까지 마친 후
1시 45분, 민주지산을 향해 다시 산죽길로 들어섭니다.
오후 2시 20분, 쪽새골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24분, 드디어 민주지산(岷周之山)에 올랐습니다.
민주지산은 충청북도영동군, 전라북도무주군, 경상북도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1,242m의 산입니다.
옛 삼국 시대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산이기도 했습니다.
이 산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충북 영동군의 절경 문한리 계곡과 경북 김천시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가 유명하고,
동남쪽으로는 마애삼두불의 미소를 머금은 석기봉과 전국을 8도로 나눌 때 삼도의 분기점이 된
삼도봉이 웅거하여 삼남을 굽어봅니다.
민주지산에서 방금 걸어왔던 석기봉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가운데 뾰족하게 높이 솟아있는 봉우리가 석기봉입니다.
내려가는 코스는 쪽새골 코스입니다.
쪽새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듭니다.
신우리 산악회 채두병 회장의 얼굴에 연분홍 꽃이 화알짝 피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온통 돌밭이어서 걱정이 됩니다.
쪽새골 등산로에는
천년도 더 됐음직한 나무가 임종을 앞둔 노파처럼 힘겹게 서 있는가 하면
한 편에선 어린 새싹이 동토(凍土)를 헤집고 여리디여린 머리를 내 밀었습니다.
이처럼 생멸(生滅)의 섭리를 당당하게 받아드리는 게 자연계의 법칙입니다.
어느새 돌밭길이 끝나면서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개울을 건너고나면 가벼운 산길로 내려섭니다.
가을 겨울의 흔적을 지우기에는 봄은 아직 멀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계절은 나뭇가지 끝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쪽새골을 내려와 잣나무숲 갈림길로,
그리고 오후 4시 18분에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하였습니다.
아침 주차장을 출발한 지 6시간 20여 분 만입니다.
남해철님 카메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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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마골재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을 잇는 능선과 봉우리들, 그 길에 늘어선 산죽군락
함께 걸으며 맛깔나는 애기와 맛있는 도시락을 주저없이 나눠 준 여러 동지들.
이 모두 오늘의 피로를 잊게 해준 주요 자산들이었습니다.
민주지산,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않으리...
오늘 산행을 위해 애써주신 집행부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0.4.18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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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뒤로~ 체력한번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체력은 역시 슈랙님이...
애쓰셨습니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던 님, 감사합니다.
작품입니다~~~
놀리면 못써요...
1코스로 갈것을 잘못했나봐요....
나도 걱정했는데 걷기에 무난한 코스였어요. 다음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1코스로 가세요...
좋은 글과 사진을 올려주셔서 많은 공부 되었습니다.
글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