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는 고양이 일가
- 빈혈-
1
이제 아버지는 약을 넘기시지 못 하신다 너무 오래되었다 말하
고 싶을 때면 굳은 혀 밑으로 침이 흘러나왔다 그 쉰내 나는 당
부를 닦아 내며 어머니는 알았다고 대꾸하시는데 나는 눈이 왔
으면 좋겠다고 그럼 덜 추운 날이라 위풍도 없을 거라고 중얼거
렸다 아무리 연탄구멍을 열어도 아버지의 손은 시려졌다 어머니
아버지가 주무시질 않아요 계속 눈을 뜨고 계셔요 아니구나 이
젠 감겨 드려야겠구나 크리스마스엔 눈이 많이 왔다 기쁘게 성
탄절을 축하하던 얼굴들이 와서 조문하고 돌아갔다 계속 함박눈
은 쏟아져서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춥지 않았다
2
어머니의 귀가는 너무 늦었다 공장의 야근이 많다고 그래야 돈
을 많이 번다고 하셨지만 나는 빈 집이 무서워 들어가지 못했다
옆집은 전등을 너무 일찍 켜는 것 같았지만 그 밑에 쭈그리고
앉으면 무섭지 않았다 저녁을 먹는 소리가 들릴때 쯤 별들이 떴
는데 탁탁 젓가락이 밥상에 부딪칠 때마다 더 많은 별이 튀어나
왔다 길가에 짐승들도 별빛을 달고 다녔다 멀건 하늘에 별들이
꽉 차야 돌아오신 어머니를 따라 집에 들어가면 몹시 날 때리시
고 저녁을 주셨다 곱은 손이 풀리는지 자꾸 가려웠다 얘야 천천
히 먹어라 빠르게 수저를 움직일 때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워
하셨지만 천천히 꼭꼭 씹을수록 밥은 너무 달아서 삼킬수 없다
는 걸 모르셨을까 어머니 이제 제가 잠들어도 불은 끄지 마세요
형광등이 자꾸 어지러움을 앓으며 켜지는게 싫어요 그 겨울 동
안 무서움은 매보다 훨씬 아프지 않다고 춥지도 않다고 가르치
고 싶어 하셨다 어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