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수술은 받아본적 있어도 수술방에 들어 갈 정도의 상황은 나에게 없었다.
어렸을 적 병원에 입원했었던 때도 경미하게 다친 것 뿐이라 수술방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랑니 발치와 잇몸 낭종 제거를 해야 돼서 인생 최초로 수술방을 들어가게 된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렇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어금니쪽에 압력을 가하면 통증이 있었다.
양치질 좀 잘못해서 치아에 금이 갔나보다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고 또 그때 당시에는 내가 할일이 많아 바빴다.
그러다가 정말 이대로 놔두면 더 심해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한번 왔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치과를 들렀다.
그랬더니 사랑니 아래에 낭종이 있어 큰 병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서를 끊어주면서 일주일 내로 얼른 가보라고, 예약이 꽉차있을 거라 치료가 달 단위로 늦어질 수 있다고 담당 의사가 말했다.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다는 사랑니 발치 이야기는 남일 인줄만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여태 사랑니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내 사랑니는 문제가 없을거라고 확신 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믿음이 하루만에 무너졌다.
1~2시간이면 끝날줄 알았던 대학병원 수술 예약이 오랜 시간 지체되었다.
점심시간 체크도 안해보고 간 탓에 구강악안면외과의 영업 시간인 오후 1시 30분까지 기다렸었다.
의료진들이 내 치아를 확인하고는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2박 3일이나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가 의문이 들어 질문하니 그냥 발치면 상관 없지만 낭종 제거는 입원을 꼭 해야한다고 하였다.
예약이 성사됐으니 끝인 줄 알았는데
이젠 수술을 받기 위한 검사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구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말이다.
그곳 병원까지 가서 혈액 검사, 노폐물 검사, x-ray 검사
너무 많은 검사들을 받은 탓에 무슨 검사였는지도 이름을 까먹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검사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보험 처리가 안되어서 허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고 수술 예정일이 45일 정도로 넉넉하게 남았었다.
수술 전에는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케이크, 컵라면, 닭강정, 아이스크림, 양송이 버섯, 아스파라거스 등 원없이 먹었다.
입원 당일, 환자복을 입고 병원밥을 먹었는데
병원밥은 맛없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맛있게 잘먹었다.
마치 초등학교 급식을 오랜만에 먹는 느낌이었다.
백미밥에, 나물 반찬에, 고기 반찬에, 국물까지 마음에 들었다.
입원실 방은 넓었고 커튼을 칠 수 있어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어 편안했다.
그러나 맞은편 침대에 있는 아저씨는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화가 난듯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그 옆에 아내로 보이는 할머니가 쩔쩔매는 모습이 보였다.
그 할머니는 밤늦게까지 입원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숨을 계속 쉬시고 혼자말을 하셨고 그래서 나는 수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수술 당일, 입원실에서 신발과 안경을 벗고 휠체어를 타라고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엘리베이터 타고 수술실까지 내려가는데 기다리는 동안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었다.
그저 멍 때리면서 수술이 빨리 끝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동식 침대로 자리를 옮겨 누웠고 수술방에 들어가자 정신은 더 아득해졌다.
수술을 위해 소독약을 뭍힌 솜을 안면에다, 구내에다 바르고, 두 눈에 연고를 바른 후 테이프로 눈을 가리고,
코에 산소 호흡 튜브를 다는 등 수술실이란 어떤 곳인지 실감이 됐다.
수술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는데 체감상 일찍 끝낸 것 같다.
수술이 끝났다는 소식을 가족과 날다 식구들에게 알렸고
쌤하고 우리 날다 학생들이 병문안을 와주었다.
과일 음료수 병도 챙겨오면서까지 말이다.
나는 안와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시간을 내 병문안을 와줘서 고마웠다.
지금은 수액을 맞고 있고, 발치한 부분을 냉찜질 하면서 지내고 있다.
오늘이 퇴원 예정일인데 집에 가서도 관리는 꾸준히 해야한다.
양치질 습관 한번 잘못 들여서 별 고생을 다 한다..
앞으로 이런 일 없게 꼼꼼히 양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