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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시편 90편 한 편을 기록했습니다. 인생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깊은 모세의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다윗: 히브리 성경 표제에 이름이 명시된 것만 총 73편(시 3~9, 11~30, 138편 등)입니다. 그 외에 표제에는 이름이 없지만, 신약 성경 사도행전 4장 25절에서 누가가 시편 2편을 인용하며 다윗의 시라고 증언했고, 히브리서 4장 7절 기자가 시편 95편을 인용하며 다윗의 글이라 명시했습니다. 신약 기자들이 증언한 이 두 편까지 합치면 다윗의 시는 총 75편으로, 시편 150편의 정확히 절반을 차지합니다. 다윗은 명실상부한 시편의 중심 저자입니다.
솔로몬: 두 편(시 72, 127편)을 썼습니다.
아삽: 12편(시 50, 73~83편)을 기록했습니다.
고라 자손: 10편을 썼으며, 그중 거핫의 자손인 헤만이 88편을, 에단(여두둔)이 89편을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성경 본문에는 일곱 명의 저자 이름이 나타나 있습니다. 한편 헬라어 70인역 성경을 보면 이 일곱 명 외에도 추가적인 저자 전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편 120~134편의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15편은 히스기야 왕의 명령 아래 그의 사람들이 수집하고 편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바빌론 강가에서 시온을 그리워하며 부른 애절한 노래인 시편 137편은 예레미야 애가를 지은 예레미야 선지자가 썼다고 전하며, 146편은 학개가, 147편은 스가랴가 기록한 것으로 명시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긴 장인 시편 119편은 학사 에스라가 기록했다고 70인역은 밝혀줍니다. 이처럼 저자 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나머지 시편들은 저자를 모른다 하여 '고아 시편(Orphan Psalms)'이라고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이 흩어져 있던 150편의 영감 어린 시들을 최종적으로 수집하고 결론을 내어, 1권부터 5권까지의 다섯 묶음 구조로 완벽하게 편집한 인물은 학사 에스라로 전해집니다.
시편의 배경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시편을 가장 먼저 기록한 사람은 최초의 성경 기자인 모세입니다. 그는 광야 방랑 시절의 중간 무렵인 BC 1430년경에 시편 90편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세는 이집트 왕궁에 있을 때나 미디안 광야에 있을 때는 시를 쓰지 않았고 출애굽 과정 중에 영감의 기도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편집자이자 119편의 저자인 에스라가 정경화 작업을 하던 시기가 BC 430년경입니다.
따라서 시편 기자들이 활동하고 시편이 기록된 전 구속사의 세월은 BC 1430년부터 BC 430년까지 무려 약 1,000년의 역사적 시간을 아우릅니다. 그 중간에 다윗 왕이 즉위하기 전인 목자 시절(BC 1020년경)부터 승하하기 전(BC 970년)까지 약 50년 동안 75편의 시를 집중적으로 쏟아내었고, 솔로몬과 고라, 아삽 자손, 그리고 BC 700년경 히스기야 시대의 기록들이 성령의 감동으로 더해진 것입니다.
시편을 기록한 종교적인 상황과 동기는 무엇입니까? 시인들이 마음속에 일어나는 깊은 영적 감정, 즉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 죄를 지었을 때의 뼈저린 뉘우침과 회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토로하는 애절한 탄식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한 예배의 고백입니다. 종교는 시편이 자라난 근본 토양입니다.
미국 휘튼 대학교의 리랜드 라이컨(Leland Ryken) 교수는 그의 저서 『성경의 문학(The Literature of the Bible)』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시편에 수록된 각각의 시는 전반적인 구조인 선악 간의 대쟁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시편의 세계에는 끊임없이 의인과 악인, 경건한 자와 불경건한 자라는 두 부류의 영적 대립이 존재합니다. 시인들은 이 대쟁투의 현실 속에서 겪는 아픔과 승리를 시로 엮어냈습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시편은 유월절이나 초막절 같은 연중 절기나 희생 제사를 드릴 때 온 회중이 성전에 오르며 공적으로 낭송하고 노래하기 위한 예배 매뉴얼(Instruction Manual)이자 찬송가로 사용되었습니다. 시편은 히브리인들의 신앙생활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시편의 일반적인 문학적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1. 서정체와 가사체 (Lyric Style)
시편의 시들은 단순히 활자로만 읽는 시가 아니라, 음악적인 율동과 음조를 지닌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노래 가사입니다. 시편 23편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라는 고백처럼 깊은 감성적 터치가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슬픔과 격정이 극에 달해 "밤마다 눈물로 내 침상을 띄우며 요를 적신다(시 6:6)"는 식의 시적 과장법(Hyperbole)이 허용되기도 합니다. 시 문학의 핵심은 언어의 경제성입니다. 긴 설명을 배제하고 가장 간결하고 집약된 어휘로 마음에 감동의 울림을 주는 가사체 형식입니다.
2. 대구법 (Parallelism)
앞선 강의에서 상세히 설명해 드린 히브리 시 문학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입니다. 두 개 이상의 줄이 대칭 평행을 이루며 조화를 이룹니다. 의미가 대등하게 강조되는 동의 대구, 반대되는 사상을 평행하게 놓는 반의 대구, 내용을 결합해 발전시키는 종합 대구와 점진 대구법이 있습니다. 이 대구법의 구조를 이해해야 시편의 기별을 정확하게 캐치할 수 있습니다.
3. 비유적 표현 (Figurative Expression)
시편은 시적 미화를 위해 다채로운 비유를 사용합니다. 시편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의 삶을 시냇가에 심은 나무에 비유하고 악인을 바람에 나는 겨에 비교한 것은 직유법(Simile)의 선명한 예입니다. 시편 23편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시편 18편의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처럼 연결어 없이 대상을 직접 매칭하는 것은 은유법(Metaphor)입니다. 또한 시편 80편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역사를 이집트에서 가져와 심은 포도나무의 서사로 확대해 비유한 것은 풍유법(알레고리, Allegory)에 속합니다.
그 외에도 왕을 왕관이나 보좌로 표현하듯 사물의 특징으로 전체를 대변하는 환유법(Metonymy, 시 73:9)이나, "간사한 혀여"라고 신체의 일부로 사람 전체를 나타내는 제유법(Synecdoche, 시 52:4)도 자주 등장합니다.
더불어 시편에는 사물이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는 의인화(Personification) 기법도 가득합니다. 시편 35편 10절의 "내 모든 뼈가 이르기를 여호와 같은 이가 누구냐" 하신 고백은 뼈가 살아 말하는 듯한 의인화의 절정이며, 뼈에 사무친 신앙의 고백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또한 현장에 없는 대상을 직접 불러 감정을 격화시키는 돈호법(Apostrophe)도 두드러집니다. 시편 114편 5절의 "바다야 네가 도망함은 어찜이며 요단아 네가 물러감은 어찜인가 너희 산들아 숫양들 같이 뛰놀며 작은 산들아 어린 양들 같이 뛰놂은 어찜인가" 하신 노래가 대표적입니다.
하나님이 사람의 육체적 형태를 지니신 것처럼 묘사하는 신인동형설(시 10:12, "여호와여 일어나옵소서 하나님이여 손을 드옵소서")이나, 인간의 감정을 공유하시는 것처럼 표현하는 신인동감설(시 6:1, "주의 분노로 나를 책망하지 마옵시고 주의 진노로 나를 징계하지 마옵소서")도 시편 문학의 뚜렷한 특징입니다.
또한 시편에는 각 행의 첫 글자를 히브리어 알파벳 22자의 자음 순서(알레프, 베이트, 기멜, 달레트...)에 맞추어 엮어 나가는 정교한 '알파벳 이합체(Acrostic) 시'가 다수 존재합니다. 시편 25, 34, 111, 112편이 그러하며, 145편은 히브리 자음 중 하나(눈, N)가 유실된 21개 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성경에서 가장 긴 장인 시편 119편은 이 알파벳 이합체 기법의 결정판입니다. 히브리어 22개 자음을 각각 8개 절씩 배당하여, 1~8절은 첫 단어가 모두 '알레프'로 시작하고, 9~16절은 모두 '베이트'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22개 자음에 8절을 곱하여 정확히 176절이라는 완벽한 구조의 시를 완성했습니다. 글자 자수 율격을 위해 끊을 수 없는 완벽한 시적 예술품입니다.
에스라가 최종 편집한 시편 150편의 체계적인 5권 구조를 도표로 살펴보겠습니다.
| 구분 | 시편 범위 | 수록 편수 | 모세오경과의 영적 대칭성 | 핵심 기별 내용 |
시편의 독특한 영적 성격 몇 가지를 더 짚어보겠습니다.
1. 할렐루야와 감사의 책
'여호와를 찬양하라'는 뜻의 '할렐루야'는 구약 전체에 62회 등장하는데 그중 61회가 오직 시편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시편의 마지막 결론 부분인 시편 146편부터 150편까지의 다섯 편은 모두 '할렐루야'로 시작하여 '할렐루야'로 끝나는 찬란한 '할렐 시편'입니다.
146편: 내가 살아있는 평생에 여호와를 찬양할 것
147편: 찬양하는 일이 선하고 아름답기에 마땅히 찬양할 것
148편: 천사들과 달과 별, 온 우주 만물이 주를 찬양할 것
149편: 새 노래로 성소에서, 침상에서, 전장에서 찬양할 것
150편: 호흡이 있는 자마다 성소에서 온갖 악기를 울려 최종 대합창을 올릴 것
또한 감사에 대한 수치적 언급도 구약 전체 70회 중 50회가 시편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매 절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헤세드)이 영원함이로다" 교창 형식으로 응답하며 26개 절 내내 하나님의 신실한 구원 섭리를 노래한 시편 136편은 이 감사 신학의 백미입니다.
2. 비탄 시와 저주 시편의 기별
시편의 무려 3분의 1은 고통과 재앙 속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비탄과 불평의 시들입니다. 시인들은 질병과 원수들의 공격 앞에서 느끼는 깊은 절망과 서글픔을 날 것 그대로 하나님 앞에 쏟아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비탄의 끝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신뢰와 소망의 탄원이 함께 깃들어 있기에 오늘날 우리도 큰 공감을 얻습니다.
놀랍게도 시편 중에는 대적들을 향해 보복과 파멸을 선포해 달라고 간구하는 엄엄한 '저주 시편(Imprecatory Psalms, 예: 시 35, 109, 137편)'도 존재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하신 신약의 정신과 배치되어 보이지만, 이 구절들을 대할 때는 세 가지 신학적 유의점이 있습니다.
첫째, 악인이 철저히 심판받아 망해야 악의 세력이 땅에서 정결하게 청산된다고 믿었던 고대 히브리인들의 역사적 시대정신을 반영합니다.
둘째, "멸망할지어다"라고 쓰인 3인칭 명령형 문장들은 실상 악인들이 겪게 될 공의의 파멸 결과를 보여주는 예언적 선언(멸망당할 것이다)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학적으로 정확합니다.
셋째, 바리새인들을 향해 화를 선포하신 예수님의 공의의 심판 선언과 일맥상통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개인적인 원수를 저주하는 기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우주적 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공의를 확증하는 고백으로 읽어야 합니다.
시편서의 신학적 핵심을 요약하며 강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핵심 요약정리
시편의 명칭과 물리적 위치의 의의:
히브리어 표제는 '세이페르 트힐림(찬송의 책)'입니다. 시편은 물리적으로 성경의 정중앙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기별의 핵심입니다.
성경 전체의 중심 절인 시편 118편 8절("여호와께 피하는 것이 사람을 신뢰하는 것보다 나으며")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삶의 정석적인 이정표입니다.
역사적 연대와 에스라의 편집:
BC 1430년경 모세의 시(90편)부터 BC 430년경 에스라의 시(119편)에 이르기까지 약 1,000년의 대장정 구속사 세월 동안 다윗(75편 기록), 솔로몬, 아섭, 고라 자손 등이 기록한 영감의 글들을 학사 에스라가 최종 수집하여 모세오경과 대칭을 이루는 5권의 구조로 정교하게 완벽 편찬했습니다.
신학적 주제와 성경적 인용:
시편은 온 우주의 창조와 주권을 찬양하는 신학, 하나님의 변치 않는 언약적 사랑인 '헤세드'와 감사의 신학, 그리고 고난 속의 탄식과 신뢰의 신학을 고루 담고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 총 360회 이상 인용된 구약 구절 중 무려 3분의 1에 육박하는 112회의 인용과 암시가 오직 시편(특히 97개 시편)에서 유래되었을 만큼 신약 기자들과 복음 사역의 거대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찬양과 예배의 절대적 매뉴얼:
구약의 '할렐루야 책'으로서, 마지막 146~150편의 장엄한 할렐 시편 대합창을 통해 호흡이 있는 모든 피조물은 장소와 형편을 불문하고 온갖 악기를 울려 하나님의 선하심을 찬양해야 한다는 예배의 궁극적 목적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다음 강의 시간에는 시편의 가장 찬란한 보화이자, 신약 기자들이 복음의 기초로 삼았던 '메시아 시편'의 구체적인 예언 성취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겠습니다. 한 주간 동안 시편의 생명의 양식을 깊이 묵상하시며 기쁨 가득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