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평가에 사용되는 간편 검사
┃강연욱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이에 따른 만성 노인성 질환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치매환자들의 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치매 전문의의 진단과 임상심리전문가에 의한 신경심리학적 평가가 필수적이겠으나 경제적이거나 지역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노인들이 치매에 대한 전문인력의 평가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검사자가 간단한 교육과 훈련만 받으면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 중에서 치매 노인을 1차적으로 선별(screening)하고 그 노인에게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표준화된 검사도구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어 왔다. 이런 필요에 따라서 국내에서는 최근 5년 간 다양한 치매 평가 척도들이 개발되어 임상과 지역사회 보건소 및 복지관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치매 평가 척도들 중에서 간단한 교육과 훈련 후에 지역사회에서 쉽게 사용될 수 있는 간편 검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치매 설문지
치매 설문지는 일상생활에서 환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환자의 현재 상태와 병전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환자의 인지 기능, 정서적 상태, 행동 문제 및 신체적 상태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검사이다. 치매 설문지는 특히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검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치매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더욱이 환자가 전문적인 신경심리학적 평가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다.
보호자들이 응답하도록 되어 있는 이와 같은 치매설문지들은 대상이 되는 환자의 교육정도나 나이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으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검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간단히 시행할 수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예를 들어 환자의 부모)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으며, 면접자가 특별한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경제적인 검사라는 여러 가지 이점을 지닌다.
더욱이 선행 연구들은(Tombaugh & Mclntyre, 1992; Galasko et al., 1990) 초기 단계의 치매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인지기능의 변화를 평가하는 치매설문지가 인지기능을 단면적으로 평가하는 Mini Mental State Examination(MMSE; Folstein et al., 1975) 보다 더 민감하다는 점을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치매 설문지가 치매의 대단위 역학조사와 일차진료기관에서 치매를 선별하는 검사도구로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Fuh et al., 1995; Kawas et al, 1994; Mackinnon, & Mulligan, 1998).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매설문지로는 Informant Questionnaire on Cognitive Decline in the Elderly(IQCODE; Jorm & Jacomb, 1989), Dementia Questionnaire(DQ; Silverman et al., 1986; Kawas et al., 1994), Deterioration Cognitive Observee (DECO; Ritchie & Fuhrer, 1992), Memory Self-report Questionnaire (MSQ; Koss et al., 1993)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Samsung Dementia Questionnaire(SDQ; 최성혜 등, 1998, 부록 1 참조)와 SDQ의 단축형인 S-SDQ(최성혜 등, 1999, 부록 2 참조)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2. 간편 인지기능 평가
현재 치매의 선별검사로서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검사도구는 Mini-Mental State Examination(MMSE)이며 우리나라에서도 Korean-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강연욱 등, 1997; Kang et al., 1997, 부록 3 참조)이 표준화되어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MMSE는 다양한 인지 기능들을 5-10분 정도에 측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검사로서 심하거나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진행된 치매를 탐지하는데 있어 그 신뢰도와 타당도가 입증되었고(Kaszniak, 1986), NINCDS-ADRDA가 정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기준(McKhann et al., 1984)에도 포함되어 있는 검사이다. K-MMSE는 시간에 대한 지남력(5점), 장소에 대한 지남력(5점), 기억등록(3점)과 기억회상(3점), 주의집중과 계산능력(5점), 언어(8점) 및 시각적 구성(1점)으로 구성되어 있다(총점 30점).
MMSE는 Wechsler 지능검사의 IQ(Dick et al., 1984) 뿐만 아니라 Blessed Orientation -Memory-Concentration Test와 같은 다른 간편 인지기능 검사와도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음이 선행연구들(e.g., Filenbaum et al., 1987; Katzman et al., 1983)에서 밝혀졌고, MMSE 점수는 두뇌의 신피질, 특히 전두엽 내측(midfrontal lobe)의 신경연접(synapse)의 밀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Terry et al., 1991). MMSE는 이와 같은 인지 기능 선별검사로서의 우수성과 임상적인 편리함 때문에 치매 선별 및 평가 장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피검자의 나이와 교육수준에 따라서 점수가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Kang et al, 1997) 인지 기능 저하 여부에 대한 임상적 판단을 위해서 MMSE를 사용할 때에는 나이와 교육수준에 따른 세부적인 규준을 반드시 참조하여야 한다.
3. 일상생활 수행 능력 평가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데 있어 인지 기능의 저하 못지 않게 중요한 한 기준은 평가 대상인 노인이 일상생활에서의 사회적 또는 직업적 적응수준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 이다. 치매 노인들이 일상생활 기능을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하여 개발된 척도들로는 신체적인 능력과 관련된 기능(physical ADL)을 측정하는 척도와 도구적인 능력과 관련된 기능(instrumental ADL)을 측정하는 척도가 있다. 혈관성치매 환자들처럼 치매 초기부터 여러 가지 신체적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치매도 있지만 퇴행성 치매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기능은 말기까지 유지되는 반면에 도구적인 기능은 초기 단계부터 감퇴되므로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이 척도들은 치매의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변별진단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1) Physical Activities of Living(ADL) Index
대/소변 가리기, 세면, 화장실 사용, 식사, 이동, 보행, 옷 입기, 계단 오르내리기, 목욕하기 등과 같이 신체적 능력과 관련된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서 Barthel ADL Index, Katz ADL, Physical Self-Maintenance Scale(PSMS)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Barthel ADL index가 번안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부록 4 참조).
(2) Instrumental ADL Index
시장보기, 교통수단 이용, 돈 관리, 집안일 하기, 음식 준비, 전화 사용, 약 복용, 취미 생활, 텔레비전 시청 등과 같은 도구적 기능을 일상생활에서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척도이다. IADL of Lawton, Functional Activities Questionnaire(FAQ), IADL of Cambridge Mental Disorders of the Elderly Examination(CAMDEX), Bayer ADL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판 I-ADL(강수진 등, 2002)이 제작되어 사용되고 있다(부록 5 참조).
4. 이상행동(문제행동)의 평가
치매 환자들에게서 관찰되는 이상행동, 즉 정신증상으로는 우울, 초조, 불안감 및 안절부절못하거나 더 나아가서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등의 “정서적 장애,” 누가 자신의 물건을 훔쳐 갔다고 주장하거나,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거나, 배우자를 부모나 자녀로 착각하는 등의 “망상,” 환시, 환청, 환촉, 환후 등의 “환각,” 폭식, 과도한 성행동(hypersexuality), 공격적 행동, 끊임없이 손뼉을 치거나,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하루종일 옷장을 정리하는 등의 반복적 행동 등을 나타내는 “행동이상”이 있다.
이런 이상행동들은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는 치매중기부터 관찰되나 전측두엽 치매 환자들에게서는 기억력 등의 인지 기능 장애 보다 더 일찍 치매 초기부터 관찰된다. 따라서 이러한 이상행동의 평가는 전측두엽 치매의 경우에는 치매의 조기 진단에 매우 중요하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는 치매의 진전 정도(심각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치매 환자들이 나타내는 이상행동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에게 가장 심각한 고통을 안겨 주는 원인이 되고 환자를 병원이나 수용시설에 입원시킬 것 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주요요인이 되므로 치매평가에 있어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치매 환자들의 이상 행동을 평가하는 위해서 외국에서는 Neuropsychiatric Inventory(NPI; Cummings, 1994), BEHAVE-AD(Reisberg et al., 1987), Neurobehavior Rating Scale(Levin et al., 1987) 등이 사용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한국판 NPI(K-NPI; Choi et al., 2000)가 제작되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5. 치매의 심각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과 사회적 활동 및 일상생활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치매의 심각도를 단일 수치로 평가하는 척도들이 있다. 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CDR; Morris, 1993)과 Global Deterioration Scale(GDS; Reisberg et al., 1982)이 이런 목적으로 외국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척도들이며 국내에서는 최근에 한국판 Expanded CDR(최성혜 등, 2001, 부록 6 참조)이 제작되었고 GDS는 한국어로 번안되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부록 7 참조). 이들 척도는 특히 임상에서 주로 치매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6. 기억장애・치매 평가척도(SIMD)
최근에 치매연구회(현 대한치매학회)에서는 위에서 기술된 대부분의 척도들을 포함하고 있는 종합적인 치매 평가 도구인 기억장애・치매 평가척도(Semistructured Interview for Memory disorders and Dementia; SIMD, 2002)를 개발하였다. SIMD는 일상생활에서 관찰되는 환자의 행동을 바탕으로 보호자가 직접 여러 척도들(e.g., S-SDQ, Barthel ADL, Instrumental ADL, NPI)에 반응하는 보호자용 척도와 치매 전문의가 환자와의 직접 면담을 통해서 환자를 평가하여 여러 척도들(e.g., K-MMSE, CDR, GDS)에 반응하는 의사용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척도가 완성된 후 치매 전문의가 두 척도의 내용을 종합하여 그 환자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도록 되어 있다.
1. Samsung Dementia Questionnaire(S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