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는 읽기가 부담스러운 책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분량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도 아닙니다.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시라기보다는 산문에 가깝습니다. 문장구성이나 표현기교를 보면 마치 아주 옛날의 문체로 쓰여진 그리스로마 신화 원서를 읽는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어렵고 잠이 오는 문체라고 할까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읽기에 부담스러운 이유는, 대체 욥이 뭘 잘못했기에 이리도 큰 고난을 겪었는가의 물음에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 속에 수없이 다가오는, 왜 의인이, 왜 크리스찬이 더 고난을 받는 경우가 많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송민원 박사님의 책은 진짜로 성경은 욥이 죄인이라고 규정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수백 년 혹은 수천 년간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일을 했습니다. 이 책은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저자는 세 개의 지혜문학을 지금의 성경대로 욥기-시편-잠언 순으로 읽거나, 긴 것부터 배치하는 유대 성경처럼 욥기-잠언-전도서 순으로 읽기보다는, 잠언-욥기-전도서 순으로 읽을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잠언은 의인과 악인을 대조하며 규범적 지혜를 보여주고 있고, 욥기에서는 그렇게 규범을 지키더라도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 하에서 의인도 고난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전도서는 그러니 하나님의 절대선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 행복을 추구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을 합니다.
잠언과 전도서에 관한 내용에서는 저자의 주장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편, 욥기의 내용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획기적인 발상이 등장을 합니다. 처음에 접할 때는 혹시 이 분 이단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이론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욥이 죄인이 아님을 주장합니다. 이미 욥기 본문의 서두에서 욥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규정되어 있음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욥이 죄인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평가에 도전하는 것으로서, 적절치 못한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욥이 고난을 받은 이유도 죄 때문이 아님이 성경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음을 설명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엘리후 조차도 어리석은 얘기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이 책은 제2부 6장 [욥은 과연 회개했는가]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저자는 히브리어 원문의 주의 깊은 번역을 통해 회개라는 단어는 오역이었음을 밝히며, 욥이 회개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를 얻었다고 얘기했음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독자들도 욥의 세 친구처럼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인인 욥을 인간의 시각으로 정죄하려고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아카데미 동행을 이끄는 오인용 목사님은 이 책을 지혜문학 해석의 교과서로 삼아도 좋겠다는 얘기를 하며 추천을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이 책은 한국의 신학자가 전 세계의 신학자들이 풀지 못하던 욥기의 난제를 푼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풀리듯, 독재국가의 정치범들이 민주사회에서 사면복권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어떤 분은 욥의 죄는 자신이 무죄하다고 주장하는 교만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마치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공을 느끼는 그 마음조차도 없애야 한다는 것처럼,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조차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로암 망대가 무너지며 사고를 당했던 유대인들, 인도네시아 해일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었듯, 욥도 자신의 죄로 인해 고난을 받은 게 아니었음을 시원스럽게 논증해 낸 이 책에서 사이다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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