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인이어야 총명예지가 족히 임할
수 있으니, 관유온유(寬裕溫柔)가 족히 용납함이 있으며, 발강강의(發强剛毅)가 족히 잡음이 있으며, 재장중정(齊莊中正)이 족히 공경함이 있으며,
문리밀찰(文理密察)이 족히 분별함이 있는 것이다. ○부박(溥博)하고 연천(淵泉)하여 때로 발현된다. ○부박함은 하늘과 같고, 연천은 못과
같으니, 나타남에 백성들이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고, 말함에 백성들이 믿지 않는 이가 없고, 행함에 백성들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이
때문에 명성이 중국에 넘쳐 만맥(蠻貊)까지 뻗쳐서 배와 수레가 이르는 바와 인력이 통하는 바와 하늘이 덮어 주는 바와 땅이 실어 주는 바와 해와
달이 비추는 바와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바에 모든 혈기(血氣)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존경하고 친해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을
배합한다고 말한 것이다.〔唯天下至聖 爲能聰明睿知 足以有臨也 寬裕溫柔 足以有容也 發强剛毅 足以有執也 齊莊中正 足以有敬也 文理密察 足以有別也
○溥博淵泉 而時出之 ○溥博如天 淵泉如淵 見而民莫不敬 言而民莫不信 行而民莫不說 ○是以 聲名洋溢乎中國 施及蠻貊 舟車所至 人力所通 天之所覆 地之所載
日月所照 霜露所墜 凡有血氣者 莫不尊親 故曰配天〕
이미 앞 장에서 말했으니, 이 두 장은 서술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앞 장에서 공자가
천지(天地)와 같다고 말했으니, 이는 어떤 사람인가? 바로 성인이다. 그런데 ‘성(聖)’을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또한 재미가 없으니, 즉시
‘성(聖)’ 자를 분석하여 ‘총명예지(聰明睿知)’ 네 글자로 표현했다. 대개 성덕(聖德)의 근본은 단지 이 네 글자일 뿐이다.
- 역사서에 “요 임금은 순(舜)이 총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을 시골에서 발탁했다.”라고 했으니,
어찌 사실에 의거한 글이 아니겠는가. - “족히 임할 수 있다.〔足以有臨〕”라는 말에는 바로 ‘애석하구나, 지위가
없으니〔惜哉無位〕’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미 지성(至聖)ㆍ총명(聰明)ㆍ예지(睿智)에 대하여 말했으니, 하학(下學)이 어떻게 따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다시 천명(天命)의 성(性)에 나아가 성 안에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끄집어냈다. 또 배우는 자들이 착수할 곳을 모를까 걱정해서
‘총명예지’ 네 글자를 분석해 달리 열여섯 글자로 표현했으니, 성인을 배우는 과정(課程)을 보여 준
것이다.
관유온유(寬裕溫柔)는 전체의 인(仁)은 아니지만 관유온유하면 인을 배울 수 있다. 나머지
세 가지도 이와 같다.
- 강하고 굳세며 질박하고 어눌함은 인(仁)에 가깝다.〔剛毅木訥近仁〕 그러나 이것과는
상반되니, 배우는 자가 마땅히 생각을 극진히 하여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 제2절 이하는 성인의 덕 전체를 찬미하는 내용인데,
또한 《시경》의 송체(頌體)와 같다.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감동시켜 모든 혈기(血氣)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존경하고 친해하지 않음이 없어 저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을 구르기에 이르니, 바로
“배우는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몰랐다.”라는 경우에 해당한다. 아,
훌륭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