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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의 서술형 설명보다 훨씬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과 가족, 동료, 공동체, 내담자까지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내 동료나 주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 불쑥 불쑥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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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기 유아는 엄마가 보이는 온갖 태도, 정서, 행동을 마치 젖(가슴)을 '삼키듯' '덩어리 채' 자기 안으로 흡수한다.(intro-jection) 그리고는 그 외부대상의 힘과 능력이 그대로 마치 자기 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현실에 대한 분별능력이 아직 미발달해 주관과 객관 사이의 경계가 아직 모호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원시적동일시 과정은 미묘하고 신비로우며 당혹스럽기도 하다.
"아니, 그 분의 표정과 태도와 목소리가 내 안에 들어와 있네. 어, 생각도 스타일도 똑같네...!", "어라. 만난지 얼마 안된 저 사람이 오랜 기간 고심해 이룩해온 내 생각과 말을 마치 자기 것처럼 사용하고 있네, 글의 내용도 문체도 비슷하고, 언제 내 능력을 허락도 없이 다 가져 간 거지?"
내사는 보통 누군가를 경외하거나 사랑할 때 자연스레 일어난다. 그 경우 안에 들어온 '그 대상'은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나는 ~ 의 자손이며, '~' 의 아들-딸이고, '~'의 남편-부인이며, '~'의 아빠-엄마이고, '~'의 친구다.") 정체성의 뼈대인 그 내사 대상은 원시인과 유아에게 일종의 보호자이자 먹을 양식이자 에너지 원천이다. 따라서 그 대상이 어떤 이유로 상실되면, 환경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정신이 위축ㆍ공허해지며 자기의 일부 내지 전부가 죽었다고 느낀다.
"사랑하는 '그 녀'의 주검을 대면하던 그 날, '나'라는 무엇은 그 때 이미 죽었어! 지금의 난 숨 쉬는 시체일 뿐이야..." (영화 'English Patient' 주인공의 마지막 말)
원시시대에 전쟁터에서 왕이 적에게 죽으면, 괴력을 발하던 용사들이 갑자기 무기력해져 적장에게 무릎 꿇거나 혼비백산해 도망쳤다. 이는 왕과 심리적으로 연결된 용사들 내부의 '내사된 왕-거대자기'가 왕이 죽는 순간 함께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원시부족들은 강력한 내사작용을 통해 힘 있는 '왕과 하나로 융합'됨으로써, 왕의 분신처럼 활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항시 작동하는 왕성한 내사로 인해 왕이 불편하면 부족원들도 불편하고, 왕이 기분좋고 힘솟으면 부족원도 똑같이 되기 때문에, 부족원들은 왕을 최대한 안전하고 유쾌하고 힘있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순종하고 온갖 헌신을 다 해왔다.
역으로 왕이 불치병이 들면 부족원 모두가 병들기 때문에, 회복이 어려운 '병든 왕'은 부족의 생존을 위해 냉혹히 제거되고, 힘있는 새 왕으로 대체되어야 했다. 공간과 시간, 지역사회와 세대를 걸쳐 끊임없이 반복되는 '왕 중 왕' 결투 현상의 이면에는, '내사' 라는 원초 정신기제와 연관된 '인간의 한계와 운명'이 담겨있다.
" 죽으나 사나 우리는 하나다! " (" 내사 때문에 같은 운명일 수밖에 없다!")
"'그 분'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척 보면 척 느껴져...!"
" 부모 (선생, 지도자, 배우자...)를 잘못 만난 이후로 ... 내 인생에는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어...늘 찝찝해!"
이것이 '내사'로 긴밀히 융합된 채 살아가는 원시인과 유아의 마음이며, 강력한 융합을 필요로 하는 특수 집단원 (가족,..학교, 군대, 조폭, 밀교 단체, 단일민족..)의 마음이다.
내사작용이 왕성한 유아는 엄마의 기분을 바로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엄마 마음이 평안해야 자기도 평안해질 수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책임져야할 엄마들 중 일부는 자기문제에 빠져 아이가 자신을 내사하고 있음을 망각하며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인다.(아기 : "엄마는 나를 보지만 정신은 늘 딴대 있어! 나도 혼란스러워!") 아이보다 자기 삶에 몰두하는 자기애적 엄마 경우일수록 외부환경에 안심할 수 없는 유아는 버림당할까봐 긴장하며 '내사'를 더 강력히 작동시킨다.("제가 당신을 이해하고 위로해 드릴께요. 그냥 저를 관심 있게 바라만 봐 주세요!")
적절한 내사는 엄마-유아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필요하고 유용하다. 그러나 특정 대상을 향해 집중되는 과도한 내사작용은 다중기능을 행하는 자아기능들 사이의 불균형을 초래해 '자아 발달'을 저해하며, 현실에 대한 전체적 인식을 방해한다.
구강기 유아는 아직 언어 습득이 되지 않아 '옳고/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며,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내사가 강한 성인 역시 유아처럼 '옳고/그름'에 대한 분별이 모호하고 관심이 없다. 유일한 관심은 자신의 정신을 안정되고 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최초 내사대상(엄마)같은 '힘 있는 대상'을 지금여기에서 만나 뼈 속 깊이 내사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아의 욕망!)
유아가 성장해 아동이 되면 내사작용이 줄어들고 '중요 대상'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자신에 필요한 특성만을 주체적으로 선택해 흡수하는 성숙한 동일시가 작동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도 내사작용이 여전히 강하며 유아기에 내사한 내적대상과 정신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경우, 그/녀는 새로운 대상들과 성숙한 관계 경험을 할 수 없게 된다. 과거 삶이 반복될 뿐인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아가 주위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자신이 고립된 아이처럼 작고, 하찮고, 메마르고, 박탈당했다고 느껴진다.
성인이 되서도 유아기 불안을 방어하고 자기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사를 많이 사용하고, 더 이상 현실 보상을 발휘하지 못하는 초기 내사대상(inner object )과 심리적 유대를 끈적이 유지한다면, 그/녀는 이미 '상실'을 못 견뎌 과거대상을 '애도' 하지 못하는 성격적 우울증자다.
유아기에 내사된 강력하게 느껴지던 '그 대상'은 그 당시엔 원초적 불안을 가라앉히는 적응적 역할을 했건만, 전혀 다르게 바뀐 성인의 환경에선 오히려 새로운 대상경험과 주체적 삶을 방해하며, 미숙한(구시대적) 현실판단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도대체 어찌해서 과거 내 정신의 든든한 후견인이던 그 내사대상이 반드시 '분리, 애도'해야만 하는 부적응적 병인으로 변질되는 것인가?
그 핵심이유는 유아기에 내사된 내사물(내적대상)이 자아에 의해 온전히 '소화되지 못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아에 통합되지 못한 채 정신 안에 머무르며 <나도모르게> 마치 그/녀가 나 인양 나의 기분과 판단과 행동을 조종한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분명 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아에 통합되지 못한 내사물'은 자아가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에 진정한 '나의 것'이 아니다. 그로인해 자부심과 정체성이 모호하며 뭔가 어색하며 해리 행동을 일으키고 자유롭지 못하다!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온 지금의 이 기분과 생각과 행동은 과연 내가 원한 내게 필요한 나의 것인가? 나는 정말로 나인가?
비록 무력하고 미성숙했던 시기의 내가 '어떤 필요' 때문에 '그 분'을 내 안에 게걸스럽게 '정신없이' 삼켰지만, 그 분은 '그 분'이지 온전한 '나'는 아니다! 정당한 상호 관계 속에서 숙고해가며 땀흘린 노력과정을 통해 서서히 나의 일부로 소화해가며 흡수한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가 되지못한 내 속의 이물질이자 주인이자 손님인 '내사된 이마고'들! 그것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나의 삶에, 새로운 관계에, 기분에, 향락에...끼어들고 좌우하며, '투사'와 '해리'를 일으키며, 자유롭고 주체적인 나로써 살지 못하게 한다.
'성숙한 동일시'를 이룩한 개인이 지닌 (관심대상에 대한) '적절한 내사'와 그 내사대상들은 개인 정체성의 귀중한 뼈대와 자원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성숙한 동일시를 방해하는 과도한 내사작용과 그 내사대상은 '통합된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여 유아적 정체성에 고착시키는 병리적 기능체로 전락한다. 가령
성장하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과도한 내사는 나이에 걸맞는 자식의 정신발달과 주체적 삶을 방해하는 심각한 병인이 된다. 삶의 모든 가치를 특정 자식에게 부여하며 사는 어머니 일수록 내사의 병리성이 심각하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가기 위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자식이 감당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심적 고통들과 힘든 과제가 인생의 각 단계마다 존재한다. 그런데 특정 자식에게 연결된 강한 내사로 인해 그 고통이 너무도 생생히 전해지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을 스스로 버텨내는 자식의 귀중한 인생 과정의 중간에 끼어들어 그 과정을 중단시킨다.
" 곱게 자란 심성 고운 네가 살벌한 바깥세상에서 고생이 심하구나! 상처받을 네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차마 볼 수가 없구나. 그래 내 힘과 재산 네게 다~ 줄게 고생하지 말고 편이 지내거라...."
여러 자식들 중 '무능력한 (병신) 자식'일수록 유난히 신경 쓰여 평생 돌보게 되는 어머니 행동의 무의식적 배경에는 자식(유아)에 대한 어머니의 원초적 '내사' 작용이 있다.
"힘들고 괴로워하는 네 마음이 (내안에 그대로 들어와) 내 가슴을 찟는구나! 그래 네가 평안해질 때까지...,무슨 일이든 다 할게....걱정마라 예야!"
내사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내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사할 힘 있는 대상들을 늘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대상이 힘 있을 땐 본능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힘없거나 심란할 땐 결코 곁에 있고 싶지가 않다! 그래 소리 없이 물러난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힘있는 정승과 가깝게 있고 싶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안 오듯이...') 이는 인격의 '선함/악함' 문제가 아닌, '내사'에 고착된 유아적 정신구조, 유아적 불안, 유아적 욕망 때문이다.
"부디 나로 하여금 당신의 힘을 마음껏 삼키고 공유하게 해줘! 그런 자비롭고 풍요로운 대상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힘없고 불안한 대상은 끔찍해....전염 될까봐 두려워! "
" 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살고 싶다. 힘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급 물건들로 나와 내 주변을 치장하고 싶다....유명한 사람들과 가까이 만나고 싶다...그렇게 하니 정말로 힘이 나더군요!"
보통의 사람들도 '불안정한 대상'(사회적 무능력자, 사악한 자, 범죄자, 정신병자...)을 피하고 '힘있는 대상'(능력있는 자, 성공한 자, 좋은 마음을 지닌 분, 성직자, 유명 학자, 미스(터)코리아, 연예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내사'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운명이 어떤 성품과 능력을 지닌 대상과 가까이 지냈는가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도 내사 때문이다. 그래 좋은 가족, 동료, 집단, 탁월한 조력자...가 선망되는 것이다.
내사작용이 강한 사람 앞에선 그가 친구나 가족일지라도 자기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 상대가 '지금 당장' 불편해져 못견뎌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매우 '중요한 대상'일 경우, 좋은 기분이 들 때, 좋은 외양으로 만나 좋은 말을 해야, 상대에게 긍정적인 내사를 일으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내사작용은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활성화하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유아에게 적합한 방어기제이기에, 성인의 현실에선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가령, 내사는 대상을 향해 객관관찰 없이 즉시 자동 작동되는 유아적-원시적 '먹어 삼킴'이기에 대상의 '현재 기분' 중 일부는 '빨리' 파악할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빠른 직관이, 다양한 과거 흔적들과 다중의 심리층들로 복합구성된 '대상'에 대한 냉철한 종합 판단을 방해한다. 그로인해 정서적 직감력은 일부 커질 수 있어도, 대상과 현실의 여러 요소들에 대한 전체적 판단에 근거한 심층 관계와 대화는 힘들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사작용이 크다는 것은, 그의 내면세계가 여전히 '유아적 불안, 환상'에 고착되어 있다는 신호이다. 또한 유아처럼 자신의 정신상태를 성찰할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는 신호다. 내사적 방어구조는 유아기 불안과 환상의 뿌리가 직면ㆍ성찰되지 않는 한 평생 바뀌지 않는다. 집안이 망하고 자식이 망가지고...고립되거나 망신을 당해도 ... 후회하고 또 후회해도 .. 바뀌지 않는다.
내사하는 그/녀와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선 그/녀도 모르는 불안과 환상의 근원에 조심스럽고 인내스럽게 접속해야 한다. 이는 곧 그/녀의 숨은 주인인 '내사 대상'과의 (비의식적, 비가시적) 관계소통을 의미한다. '그 분'과 잘못 관계하면, 그/녀와의 현실 관계도 엉망이 되거나 붕괴된다.
분석 장면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상당부분 '공격자와의 동일시'로 인한 병리적 내사물(부정적인 무의식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삶의 전방위 후견인인 줄 알았던 '그 분'이 알고 보니 유아기부터 아이(나)의 삶을 제멋대로 강압적으로 통제한 무시무시한 대상임이 드러난다. 학대당하는 유아는 공포스런 상태에서 학대자의 특성을 내사함으로써 무서움과 고통을 극복하려한다. 두려운 대상의 특징을 자기 것으로 흡수해(심할 경우 '학대자 자신'이 되어), 그 대상에 대한 원초적 불안을 방어하는 것이다. 대상과 동일하게 되고 융합되면 위협적 대상이 자신을 박해하거나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전 당신의 꼭두각시 분신이니 부디 절 해치지 말아주세요! 보세요. 말투, 표정, 태도도 똑같잖아요!"
"나는 무기력한 희생자가 아니야, 오히려 '힘 있는' 가해자야'(훗날 자녀나 타자 가학의 씨앗)
이성적 '대화'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반복되는 부부싸움의 경우, 아내와 남편의 무의식에선 자신의 '현 정신상태'에 대한 온전한 자각을 방해ㆍ부인시키는 '내사 대상'들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싸우는게 엄청난 손실을 초래함을 머리로 앎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에선 유아기 때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하던 그 (내사)대상과, 그 대상에 대한 분노와 불안이 활성화되고 그것이 가깝게 위치한 상대방에게 '투사'되어 격노를 일으키는 것이다.
내적대상 A : " 당신이 또다시 내 말을 무시하고 기를 꺽으려 해 ....결코 용서못해 ~ "
내적대상 B : " 니가 또다시 날 모욕하고 학대해...도저히 참을 수 없어. 복수하고 말거야!"
억울함과 피해의식이 증폭되는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부부싸움은, 실상 정신 속에 거주하는 보이지 않는 귀신(내사대상)들 사이의 싸움이다. 두 커플은 의식에선 협력해 잘 살고 싶은데, 각자의 무의식적 내사대상들이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아 엉뚱한 대상에게 대신 한풀이 하는 것이다.
구강기 때 공감받지 못해 분열된 파괴욕동과 공포가 투사되어 내사된 환상들의 음성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보복하고 싶었어...내가 겪은 고통만큼...잔인하고 원없이...네 곁에서 두고두고 죽을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