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문
용 : 모든 실제 동물과 상상 속 동물들의 능력과 장점을 취합하여 만들어낸 동물로. 네 마리의 신령스런 동물인 사령(四靈)의 하나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용의 머리는 뱀. 뿔은 사슴. 눈은 귀신.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용(龍)은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도 신비적·민속적인 신앙숭배의 대상이 되었고 불교에서는 사천왕(四天王)의 하나로 믿어 왔으며 용왕(龍王)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용은 천자와 황후를 상징하여 조선시대에는 왕실이외에 일반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쌍용문(雙龍紋)과 단룡문(單龍紋)이 있는데 사용하는 사람의 지위에 따라 발톱 수를 달리하기도 했다. 민속을 통해서 보면. 홍수와 가뭄을 주재하는 수신으로서의 용. 바다에서 항해와 조업을 주재하는 해신으로서의 용.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벽사진경의 능력을 지닌 용이 있고.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서의 용이 있다. 사람들은 용의 다양한 성질과 신비한 능력에 의탁하여 그들이 바라는 바가 성취되기를 빌었고 무속에서는 용을 수신으로 섬기면서 풍요와 안전을 빌었으며. 궁중에서는 용을 임금의 권위에 비유하여 여러 장식문양으로 활용하였다. 이 밖에도 용(龍)은 생활용품. 문방구 등 매우 넓은 영역에 걸쳐 길상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봉황(鳳凰) : 봉황이란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함께 이르는 말인데 용이 학과 연애하여 낳았다는 상상의 속의 새이다. 상상의 새인 봉황의 외형적 특징은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단혈산(丹穴山)에 살고 있다고 한다. 봉황이 산다는 단혈이라는 곳은 바로 조양(朝陽)의 골짜기이며 조양은 곧 태양을 마주하는 길운의 징조를 상징한다. 봉황을 단봉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단혈에서 생장하기 때문이다. 봉황은 군집생활을 하며 살아있는 곤충과 풀은 먹지 아니하고. 먹고 마시는 것이 자연의 절도에 맞으며 절로 노래하고 춤춘다고 한다. 그 소리는 소(簫)의 소리와 같고 오음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집 생활을 하며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을 틀지 않고. 죽실이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의 물을 마시며 날아오르면 뭇 새들이 모두 따른다고 한다. 봉황의 글자를 쓸 때 범(凡)자를 따르는 것은 범(凡)이 곧 총(總)의 뜻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며 봉을 붕(鵬)이라 하는 것은 날아오르면 뭇 새들이 모두 따라 날기 때문이다. 봉황은 고상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어 왕비에 비유되기도 하며. 태평성대를 예고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겨져 궁궐의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봉황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좁쌀 따위는 먹지 않는 고고한 품위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민화 윤리문자도 가운데 염자도(廉字圖)의 중심 소재로 선택되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봉황은 귀인들이 예복이나 장신구 또는 가구. 공예품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시문되었다.
거북 : 예로부터 이 세상에 성인이 나타나거나 나라 안에 어떤 상서로운 길조가 보일 때 나타난다는 용. 기린. 봉황. 거북 등 네 마리 신령스러운 짐승을 사령(四靈)이라고 일컫는다. 거북은 개충(介蟲)의 우두머리로 여겨졌던 동물로 다른 동물보다 수명이 긴 생태적 속성 때문에 불사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거북은 실재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를 통해 영험하고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옛사람들은 거북이 주술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껍질을 불에 구워 트는 모양을 보고 미래의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또한. 사방신의 하나인 현무로서 북방을 수호하는 방위신으로 신앙되기도 했고. 달의 화신과 수성과 천지 음양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 무늬로 등장하는 거북의 모습을 보면 입으로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것은 신령한 동물 또는 상서로운 징후를 상징한다. 때로 거북은 용두와 같은 벽사 귀면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거북무늬는 십장생도를 비롯하여 해구도. 신구도. 서구도. 쌍구도의 형식으로 나타나며 문방구. 인장. 가구 등에 많이 시문되었다.
나비(胡蝶) : 나비의 상징관은 장자의 호접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장자가 꿈속에서 자신이 나비가 되어 화궁 속으로 날아다니며 달콤한 꿀만 빨아먹으면서 나비의 즐거움을 만끽한 데서 나비는 즐거움의 상징이 되었다. 또 한 젊은이가 나비를 잡으려고 따라가다가 어느 대갓집 뜰에 뛰어들어 미인을 만났다는 이야기에서 남녀화합의 상징까지 겸하게 되었다. 만물이 회생하는 봄날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짝을 찾아 생을 구가하는 나비가 젊은 청춘남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비는 자유연애와 미호. 행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나비가 덩굴식물과 함께 그려지는 경우는 자손창성과 익수를 의미한다. 참외나 호박 또는 땅콩 등은 줄기와 뿌리가 끊임없이 뻗어 나가면서 마디마다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에 면면 또는 연생을 의미하고 그 주변에 나는 나비는 장생을 상징한다.
매미(蟬) : 매미는 높은 나무에까지 올라 양에 접근하고 높은 나무에서 서식하면서 공기와 이슬만 먹고 산다하여 예로부터 고결의 상징으로 여겨진 곤충이다. 매미는 오덕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머리모양은 문을. 이슬을 먹고 사는 식생은 정결을. 절후에 순응하는 것은 신을. 곡식을 해치지 않는 것은 염을. 구멍에서 사는 것은 검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나라 때에는 선관 또는 익선관 이라고 부르는 고관들의 관을 표범 꼬리와 매미 문양으로 장식하였는데. 뒤에 인품의 고결함과 지체의 고귀함으로 통칭되었다. 옛사람들은 ‘이슬을 먹고 밥을 먹지 않는다’라고 하는 등 자신의 고결함을 매미에 비유하여 말하기도 하였다. 재생의 의미를 지닌 매미는 여성의 옷 장식 노리개나 생활 소도구 장식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물고기문(魚文) :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작은 자갈돌에 새겨진 물고기 형상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생각되며. 또한 선사시대의 바위그림에 나타나는 물고기 그림은 당시 어렵 생활과 관련된 풍어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자기나 장신구 등에서 나타나는 물고기 문양에는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 많다. 본래 쌍은 음과 양을 함께 갖추고 있는 의미이기 때문에 쌍어(雙魚)무늬는 조화 또는 부부의 화합을 상징한다. 고대의 전설에는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 물고기는 두 마리가 서로 쌍을 이루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반려가 됨을 상징하는 쌍어(雙魚)무늬를 애용하였다. 신라시대의 금-은제 허리띠장식의 내림장식에는 물고기 모양이 매달려 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고급관리들은 옥대에 물고기 모양을 장식하였는데. 일반 서민들은 허리띠에 물고기 장식을 할 수 없었으나. 거울이나 그릇에 물고기 모양을 새겨 넣어 장식하는 것은 무방하였다고 한다. 이 물고기는 밝은 눈을 상징하는 한편 여유와 평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고기 문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잉어이다. 잉어는 부귀의 상징이며 관직등용과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박쥐 : 편복무늬(蝙蝠文) : 박쥐는 한자로 표기할 때. 박쥐 편(蝙)자와 박쥐 복(蝠)자를 쓰는데. 그 ‘편(蝠)’자가 복을 의미하는 ‘福’자와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하여 박쥐는 예로부터 복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박쥐 두 마리를 쌍으로 배치한 문양은 쌍복 즉. 복이 겹쳐서 들어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박쥐 다섯 마리를 그린 문양은 오복(五福)을 상징한다. 또한. 박쥐 네 마리의 중간에 목숨 ‘수(壽)’를 배치한 문양도 장식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오복(五福)을 나타낸 것이다. 도자기의 경우. 큰 청화백자 사발에 여러 마리의 박쥐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다복(多福)’을 뜻하는 것이다. 편복(蝙蝠)무늬가 당초 문나(무늬나???) 만자문(卍字文)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은 ‘복수만대(福壽萬代)’. 즉 만대에 이르도록 장수하며 복을 받으라는 축송의 염원이 담겨있다.
벌 : 벌은 집단생활을 하는 곤충으로 일반적으로 벌은 사회성이 강하고. 근면 성실하며. 모성애가 강한 곤충이다. 벌은 집단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먹이를 모아 저장하고 집을 짓고 유충을 키우는 등 활발한 노동활동을 한다. 또한 여왕벌이라는 집단의 우두머리에 대해 끝까지 충성하며 질서정연하고 협동심도 강하다. 만발한 꽃들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나비나 벌들은 남성을 상징한다. 꽃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을 상징하고 벌은 향기에 취해 날아든 남성을 상징하여 꽃과 나비. 꽃과 벌은 남녀 간의 춘정(春情)을 의미한다.
사슴 : 사슴은 미려한 외형과 온순한 성격을 가진 동물로 예로부터 선령지수(仙靈之獸)로 알려져 있다. 사슴은 무리를 지어 살기 때문에 자리를 옮길 때마다 머리를 높이 들어 뒤에 낙오자가 없는지 살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연유하여 우애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 “사슴은 천년을 살며 500세가 되면 색이 백색으로 변한다.”라고 한 것이나 십장생도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장수의 상징으로도 간주되고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장수의 상징으로서 등장할 때는 소나무. 단풍. 바위. 불로초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슴을 복록(福祿)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것은 사슴 녹(鹿)이 녹(祿)과 발음이 같은 것에 연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슴을 제위(帝位)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원앙(駌鴦) : 원앙은 수컷인 원. 암컷인 앙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원앙을 읊은 노래가 [시경] [소아] 원앙편에 처음 보이는데 “원앙새 날아들자 그물 쳐 잡으려 하네. 군자님은 영원토록 복을 누리시겠네.” 라고 노래하고 있다. 또 진의 장화가 지은 [금경]에서는 “원앙은 짝을 지어 사는 새이다. 아침에 서로 기대다가 저녁에 짝을 짓는데 그것은 자기네끼리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한 쌍의 원앙은 어느 한쪽을 잃더라도 새로운 짝을 얻지 아니한다하여 민간에서는 부부간의 정조와 애정 또는 백년화목의 상징으로 여겼다. 원앙은 날 때 암수가 서로 어깨와 날개를 나란히 하며 난다고 하는데 수컷인 원이 오른쪽을. 암컷이 왼쪽을 지킨다고 한다.
학(鶴) :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열 가지 즉. 십장생 중에 하나로서 꼽히는데. 건축의장을 비롯하여 문방구류. 의류 등 많은 공예 의장에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쓰여 왔다. 학은 흑. 황. 백. 청의 네 종류가 있는데. 그중 흑학(黑鶴)은 가장 오래 산다고 한다. 이 학은 600살이 되면 물만 마시고 산다고 하여. 옛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평생을 고고하게 살다가 학으로 변신하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