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 : 여러분. 경기도 과천 서울동물원에 살고 있는 침팬지 가족들이 운동 삼매경에 빠져 몸짱이 돼 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현장에 나가 있는 박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 기자 그곳 상황 전해주시죠!
박 기자 : 네. 여기는 용용, 갑순, 쥬디, 광복, 까뮈 등 5마리의 침팬지가 살고 있는 서울대공원입니다. 이곳 동물원 유인원관에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요. 그런데 다들 침팬지 가족들을 보고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지금 저들을 바라보고 있는 저도 아슬아슬해서 미칠 지경인데요. 어! 어! 어!
앵커 박 : 무슨 일이죠? 박 기자! 박 기자?
박 기자 : 지금 침팬지 한 마리가 아기 침팬지를 안고 높은 곳으로 마구 뛰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상황인데요. 이들이 올라간 높이가 무려 24미터는 돼 보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는데요. 저도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쩌면 좋죠?
앵커 박 : 박 기자! 정신 차리시구요. 대체 침팬지들이 몸짱이 됐다는 이유가 뭡니까? 동물원에 침팬지들을 위한 헬스 기구라도 있는 건가요?
박 기자 : 아닙니다. 침팬지들이 몸짱이 된 이유는...
지지직! 갑자기 연결이 끊어졌군요. 오늘은 앵커 박과 박 기자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봤는데요. KBS 개그콘서트의 ‘9시쯤 뉴스’ 코너를 살짝 패러디 해봤습니다.
서울동물원의 침팬지 가족들이 몸짱이 됐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이리 호들갑을 떨었을까요. 이유는 얼마 전 새롭게 세워진 정글타워 때문입니다. 침팬지의 새 집이자 우리 인간으로 따지면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진 건데요.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위험해 보일 정도의 높은 구조물이지만 침팬지에게는 가장 알맞은 높이라고 합니다. 최고층은 무려 24m에 달하고 구조물은 12m, 18m, 24m로 다층화 돼 있어 침팬지들이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하더군요. 활동공간도 전에 비해 3배 이상 넓어지는 등 침팬지들이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데요.
서울동물원 측은 침팬지들의 활동 공간이 많아지고 고층 구조물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팔의 근육도 늘어나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침팬지들이 몸짱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거죠.
게다가 침팬지 가족들의 모습이 이전과 달리 의기양양해졌다고 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집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동물원에 설치된 침팬지 타워는 현재 최대 높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침팬지 최고층타워는 일본의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15m였다고 하는군요.
이제 침팬지들을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타워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활기찬 침팬지 가족들을 기대했지만, 그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2시간에서 3시간 가까이 타워 앞을 맴돌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침팬지 가족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날씨 탓이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문제였던 겁니다. 강한 햇살 때문에 관내에 설치된 방 안에서만 놀고 있었던 건데요.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 아닙니까. 끈질기게 기다렸더니 드디어 침팬지 한 마리가 밖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매우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만족할 만한 사진을 담지는 못했네요.
관람객들은 다들 밝은 표정으로 이들 가족을 지켜봤는데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누렸지만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라 하더군요. 채 몇 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는 침팬지 가족들. 섭섭해도 어쩔 수 있나요.
이들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부 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침팬지 세 마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한 마리는 홀로 멀뚱멀뚱 앉아있었고, 나머지 두 마리는 서로 이를 잡아주고 있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애석하게도 이들은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침팬지 정글타워 바로 옆에 있던 오랑우탄들의 모습이라도 담아 봤는데요. 능숙하게 줄을 타고 가는 기세가 무섭기도 하고 정말 대단해 보이더군요. 그렇게 이웃 오랑우탄의 재롱에 아쉬움을 달래며 동물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동물원 관계자에 따르면 침팬지들은 보통 아프리카에서 분포하며 20여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고 하네요. 이중 1~2마리가 리드하면서 살아간다고 하는데요. 유인원 중에서도 지능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야생에서 20~30m 나무의 위에 올라가 생활한다고 하니 이번 초고층 정글타워가 매우 반가웠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열심히 운동해서 몸짱으로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서는 침팬지 가족들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침팬지들 보통이 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