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런 방송문장 쓰기
-보도문장 속의 일본어휘 색출-
1. 올바른 어휘선택이 첫째다
광복 72주년. 보도어휘에서 일본 색 어휘가 사라질 만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있다. 보도 어휘에서 외래어의 남용은 컴퓨터나 패션 또는 스포츠용어 등 외국의 문화 유입과정에서 흘러들어온, 다시 말해 우리말로 마땅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없는 어휘가 없기 때문에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본어의 남용은 사정이 다르다. 그럼 일본어휘의 남용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과거 일본이 우리말 말살정책으로 일본어의 국내유입이 원인이지만 중요한 것은 광복 후에도 그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우리 언어생활 속에 스며든 일본어휘의 실태를 보자.
감귤 중에 가장 작은 귤로 동귤(童橘)이 있다. 우리들의 언어습관으로 말미암아 이 동귤(童橘)을 금감(金柑) 즉‘깅깡’이라고 한다. 1920년에 나온 조선어사전에도 엄연히 동귤(童橘)로 등재 돼 있음에도 여전히 깅깡이라고 하는 것은 난센스다. 뿐만이 아니다. 오뎅(어묵), 아이롱(다리미), 사시미(생선회), 츠키다시(미리나오는 밑반찬), 사꾸라(벚꽃)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일본말이 보도어휘로 쓰는 경우는 드물지만 깅깡 같은 경우는 얼마 전까지도 보도어휘에서 간혹 볼 수 있었다. 광복 이후 일제 잔재 없애기 운동으로 우리말 순화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 결과 순 일본말이 많이 사라져 오뎅(어묵), 다마네기(양파), 노가다(토목인부), 시다(견습공) 정도만 남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언론사 내부에서 편집용어로 아직도 일본말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다. 미다시(제목), 야마(주제), 요꼬(가로), 다데(세로), 와꾸(틀), 찌라시(전단) 등이 그렇다. 이런 용어는 보도어휘에도 간혹 등장한다. 사건보도의 경우 실마리를 밝히는 과정에서‘증권가‘찌라시’가 오늘의 주가폭락을 부추겼다. ’는 등의 문장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 언론의 편집과정에서 지어내는 제목형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경제 Business’처럼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쓰는 것,‘홈&쇼핑’,‘항공기&고속열차’처럼 영어를 우리말처럼 &라는 부호로 연결해 국적불명의 언어를 창조(?)하거나 우리말과 & 부호로 연결해 한 어휘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도 일본어는 아니지만 일본 언론의 흉내를 내는 것이어서 맛이 개운치 않다.
2. 보도언어 속의 일본말
그러면 구체적으로 보도어휘 속에 버젓이 사용되는 일본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짚어보자. 앞서도 일부 지적했지만 엄연히 일본말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옛날 일제 때의 관습이 내려오는 것들이 있다. 이런 어휘 가운데는 순수한 일본말, 일본식 한자말 즉 화어, 그리고 서양식 일본말 등이 있다. 먼저 순수 일본말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부터 살펴보겠다.
ㅇ 순 일본말
미다시(큰 제목), 야마(주제), 찌라시(전단), 요꼬(가로), 다데(세로), 와꾸(틀) 등. 이런 어휘는 실제 보도어휘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말이란 것을 알면서도 언론사 편집국 내부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편집이 끝난 후 편집회의에서도‘기사 비중에 비해“‘미다시’가 좀 약하지 않나”또는“내용을 함축하는 데 좀 부족한 것 같애..”등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신문이나 방송의 편집회의에서까지 순수 일본말을 서슴없이 내 뱉다보니 일반 기사에서도 그런 일본말이 활자나 방송을 통해 나가도 여과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ㅇ 일본식 한자말
화어(和語)라 함은 일본식 한자말로, 일본 고유의 말이거나 그에 준하는 말이다. 주로 한자말이기 때문에 일본말이라는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어는 문자 부족을 매우기 위해 이런 화어를 많이 만들어냈다.
따라서 지금도 일본은 외국문화를 받아들일 때 그 문화의 특성을 살리면서 그 표현방식으로 원어를 일본말 발음에 가깝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그것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한글처럼 표현어휘가 풍부한 경우 꼭 일본의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말처럼 쓰이는 일본말 즉 화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입장(立場), 명도(明渡), 대출(貸出), 수취(受取), 매입(買入) 등. 이런 말들은 우리말로 오인하고 있는데, 사실은 일본식 한자말 즉 화어들이다. 그런데 이런 화어가 우리말 속에 스며들어 오히려 우리말처럼 토착화 된 것이 문제다. 이런 화어는 순수 우리말로 고칠 수 있는데도 무심코 사용되고 있다.
보도 어휘로도 많이 쓴다.‘양측의 입장(立場)이 어쩌구 저쩌구.’또는‘ LTV 한도 제한으로 대출 한도가 줄었다.’등 일본의 화어를 우리는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용어의 우리말 치환은 잠시 후에 얘기하기로 하겠다.
다른 하나는 역어(譯語)다. 일본사람들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번역한 말들을 일본식 역어라고 한다. 사회(社會), 국회(國會), 형이상학(形而上學), 철학(哲學) 때위가 그렇다. 화어나 역어 등 일본식 어휘가 우리말에 20% 이상 섞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회나 국회처럼 본래 우리말에 없었던 일본식 한자어는 그대로 우리말로 굳어져버려 이제는 거의 우리말이 돼버렸다. 그러나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는 일본식 역어가 활개치고 있음에도 이를 우리말처럼 당연시 하는 게 문제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이 번역한 것은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글은 이제 세계 언어로 도약하고 있다. 세계의 언어학자들도 한글처럼 표현능력과 범위가 광범위한 문자는 없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일본식 서양언어의 번역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ㅇ 일본식 서양말
애프터서비스(사후관리), 포볼(사구), 에어컨(에어컨디셔너), 인프라(사회간접시설), 레미콘(혼합콘크리트, Ready mixed concrete), 데모(시위,Demonstration), 메모(쪽지기록,Memorandum), 건설, 법률, 행정 등의 문서나 판결용어에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특히 건설용어로 노가다(토목인부), 시다(보조원), 십장(작업반장), 가다(틀), 한바(건설현장의 식당) 등 고쳐져야 할 일본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 쓰지 말아야할 일본말
우리말 속에 스며든 일본말이 수없이 많음을 지적했다. 우리말로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도 있고, 우리말 화 돼서 일본말로 인식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역어 가운데 쉽게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는 것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광복 72주년. 이제 우리나라도 건국 희수를 향해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말로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은 주체성 확립 차원에서도 고쳐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첫째 작업으로 그런 일본식 한자말을 들춰 보기로 한다.
① 우리말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
우려(憂慮)⟶걱정 또는 염려, 납득(納得)⟶이해, 십팔번⟶애창곡(愛唱曲) 또는 장기(長技), 식량(食糧)⟶양식(糧食), 곡물(穀物)⟶곡식(穀食), 천정(天井)⟶천장(天障), 승합(乘合)⟶(합승(合乘)), 세면(洗面)⟶(세수(洗手), 흑판(黑板)⟶칠판(漆板), 일생(一生)⟶평생(平生), 십인십색(十仁十色)⟶((가지각색, 저마다), 현관(玄關)⟶문간(門間), 국방색⟶청록색 등 우리말처럼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일본식 한자는 쉽게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다. 특히 우려나 식량, 흑판, 일생, 현관 등 가끔 보도에서도 볼 수 있는 이런 어휘는 빨리 시정할 필요가 있다.
② 우리말로 토착화된 일본말.
입장(立場)⟶(처지, 형편), 역할(役割)⟶(노릇, 일, 몫), 하숙(下宿)⟶사관(舍館), 분배(分配)⟶(노느매기), 담합(談合)⟶(짬짜미) 등. 최근에는 언론에서 분배를 노느매기로, 담합을 짬짜미로 표현해 언론이 생활 속에 파고든 일본어를 순화하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③ 우리말로 쉽게 풀어쓸 수 있는 일본어 한자.
간과(看過)하다⟶(가볍게 보다), 취급(取扱)하다⟶(다루다), 회람(回覽)⟶(돌려보기), 매도(賣渡)⟶(팔기), 매도인(賣渡人)⟶(판사람), 품절(品切)⟶(떨어짐), 기입(記入)⟶(적기), 식상(食傷)⟶(싫증남, 물림) 등
4. 왜 일본말을 쓰는가
① 문학과 어학의 영향
②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문장수업을 받은 문인들의 영향.
③ 일본식 교육을 받은 언어학자들의 무분별한 일본어 한자 사용
④ 사회 상층부의 선민의식과 사대주의
⑤ 일본의 산업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언어수입
⑥ 일본어 추방을 외치면서도 일본 언론을 본받으려는 언론의 이중성
5. 보도문장의 나쁜 사례(Ⅰ) 사대주의식 표현들
① 영어나 일어식의 피동문
‘~에 의해’, ‘~에 의한’
예: 마젤란에 의해 발견된 괌→마젤란이 발견한 괌
‘~가 요구 된다’
예: 식중독사고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주의해야 한다.
② 그밖의 피동구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지지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③ 이중과거의 남용
-먹었었다, 떠났었다, 전달했었다 등 마구잡이식 이중과거 사용문장
④ 일본식 조사의 영향을 받은 표현
‘~의하여, ~의해서, ~의하면, ~로 인하여. ~를 통하여 따위
예: 소식통에 의하면→소식통에 따르면
‘~에 있어서, ~에게 있어서
예: 중국에 있어서.....그것은,→중국에게 그것은
6. 보도문장의 나쁜 사례(Ⅱ) 방송문장의 상투적 표현
① 밝혔습니다, 밝혀졌습니다.
예: 공원을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공원을 개방 합니다.
피살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피살됐습니다.
②‘~한 가운데’
예 : 혼란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00에게 지원→혼란을 겪는 00에게 정부가 지원
③‘~와 관련해’
예 ; 사법부는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피고인들에게→사법부는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을 유출한 피고인들에게
④‘~에 나섰습니다’
예: 비싼 약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 니다.→비싼 약을 사먹게 된 환자들이 즉각 반발했습니다.
⑤‘~한다는 입장, 방침, 계획’
예: 주둔지 설치를 시작한다는 방침입니다.→시작할 방침입니다.
⑥‘~한,~는+소동(시태 사고)’
예: 찜질방 손님 8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찜질방 손님 80여명이 대피했습니다.
⑦‘들어갔습니다/돌입했습니다.’
예 : 철도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합니다.
→철도노조가 오늘부터 파업합니다.
예 : 본격적인 탐사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인 탐사활동을 시작 했습니다
⑧ 절도행각을 벌였습니다.→여기저기서 금품을 훔쳤습니다.
예 ; 8월7일 MBC 5시 뉴스(김윤미 기자의 보도에서절도행각을 벌였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여기저기서 물건을 훔쳤다’로 순화하는 게 옳다. 이처럼 잘 못 쓰거나 깔끔하지 못한 방송문 장 사례들이 많다.
7. 그밖에 고쳐 써야할 용어들
①어려운 말
파행⟶일이나 계획 따위가 순조롭지 못함
난망⟶바라기 어려움.
경색⟶ 소통되지 못하고 막힘
해태⟶ 게으름
체납⟶ 세금 따위를 기한까지 내지 못함
여신⟶금융 기관에서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수신⟶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들이는 것
② 일본식 용어
물류(物流)⟶유통(流通),
셀러리맨⟶봉급생활자
포볼⟶사구(四球),
인프라⟶ 인프러스트럭처
③ 권위주의 적인 용어
金心, 九龍, 潛龍, 영부인(令夫人), 가신(家臣), 엄단(嚴斷),
하사금(下賜金), 하야(下野) 등-
④ 과장된 표현
어떻게 이럴 수가....,,
전 국민이 경악,
누군가 했다니 헉!,
초토화, 최고, 대란, 금세기 최고 등
⑤ 조어나 비속어 축약어
공가, 공병, 재테크, 시테크, 정통부, 문체부, 행안부, 지경부,
나사본(미 항공우주국) 따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