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인플레이션/221011/박찬석
돈(화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돈이 없는 시대도 있었다. 물물교환(barter)을 하면 된다. 케냐 시골에서 T-셔츠를 벗어주고, 옥수수 한 바구니와 바꾸어 먹었다는 여행자 이야기를 들었다. 자급자족을 하고 살아가는 농촌에서는 돈이 없어도 된다. 모든 재화를 화폐로 거래하는 현대사회에서, 돈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그런 나라가 있었고, 지금도 있다. 인플레가 심해지면 초인플레(hyperinflation)가 일어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한국 또한 인플레를 잡는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실 로드(Cecil Rhode, 1853-1902)는 영국의 영웅이고 애국자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에게는 나쁜 사람이다. 동인도회사처럼 남아프리카회사를 설립하고 남아프리카연방 총독을 지냈다. 남아프리카 연방에는 남아공, 북로데시아(짐바브웨), 남로데시아(잠비아)를 아우르는 크기이다.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동아프리카 영국 식민지의 연장이다. 막대한 부를 대영제국에 안겼다. 로드는 인종차별정책 설계자(architect of apartheid)이고, 백인 지상주의자(white supremacist)였다. 영국 백인만이 사람이다. 아프리카 흑인은 사람이 아니다. 아프리카 흑인의 삶터를 뺏어도, 강제 노동을 시켜도, 구타와 고문을 해도 죄가 안 된다. 로드의 주장이다. 사후에 막대한 재산을 옥스퍼드 대학에 기증했다. 로드 장학금은 지금도 옥스퍼드의 자랑이다. 백인에게만 주다가, 최근에 한국학생도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는 로드의 동상이 있고, 짐바브웨 블라와요(Bulawayo)에 로드의 묘지가 있다.
짐바브웨는 내륙국이다. 북쪽은 잠비아, 남쪽은 남아공, 남서쪽은 보츠와나, 동쪽은 모잠비크이다. 여러 부족이 함께 산다. 16개 공용어가 있다. 상류층은 영어, 하류층은 자기 부족어를 쓴다. 고대 문명의 유적지가 있는 곳은 사하라 이남 중 짐바브웨뿐이다. 옛날부터 제대로 된 왕국이 건설될 만큼 농산물이 풍부했다. 아프리카의 보석(Jewel of Africa)이라고 한다. 남(South)로데시아는 백인국가로 1965년 독립했다. 백인 통치에 반대하여 흑인 무장단체는 게릴라전을 했다. 인종차별국가로 국제적으로 고립되었고 제재를 받았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남로데시아는 짐바브웨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무장투쟁을 하던 무가베가 정권을 잡았다. 정치적 독립은 했지만, 경제적 이권은 여전히 백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백인이 소유하고 있던 농토와 광산을 국유화하고자 했다. 백인 지주와 기업인은 영국의 엄호를 받고 있어서 쉽지 않았다.
무가베는 영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공산 진영에 붙었다. 좌파정치는 하지 못했다. 냉전시대이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미국과 영국이 제재(sanction)를 했다. 결단을 내렸다. 백인 소유 농지를 국유화하고 광산을 접수했다. 문제가 생겼다. 플랜테이션 농장은 기업농이다. 경영기술이 있어야 하고, 해외 판로가 있어야 한다. 백인의 재산몰수는 영국과 미국의 반감을 샀다. 짐바브웨 수출상품에 대하여 엠바고(embago)를 쳤다. 사탕수수와 커피, 광산물의 판로가 막혔다. 수출을 못하니 돈이 없어 생필품을 수입할 수 없었다.
물가가 올라갔다. 하이퍼인플레션(hyperinflation)은 매 달 50%이상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라 한다. 생산은 안 되는데 소비는 여전했다. 경기가 침체되니 세수는 줄어들었다. 교사. 경찰, 군인에게 월급을 줄 수 없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 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폭등했다. 1년 동안 2천 만% 인플레가 되었다. 10조 억짜리 화폐가 등장했다. 짐바브웨 화폐를 받는 사람이 없어졌다. 미국 달러, EU 유로, 남아공의 랜드화를 사용했다. 재정이 파탄났다. 짐바브웨에서 여행을 한 후배가 1억 원짜리 지폐를 기념으로 주었다. 여교사가 1불을 받고 성매매를 했다. 버텨냈다.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풀자 경기는 회복되었다.
지구상에 영국과 미국처럼 가까운 나라가 없다. 세계의 질서를 만들고 경찰을 자처한다. 경찰과 맞서는 나라는 나쁜 나라이다. 무가베는 영국에 대들었다. 서방언론은 나쁜 독재자라고 평한다. 듣기에 따라 다르다. “Depending on who you listen to…. Mugabe is either one of the world’s great tyrants or a fearless nationalist who has incurred the wrath of the West.(서방언론은 무가베는 독재자, 아프리카 언론은 서방을 분노케 한 용감한 민족주의자)”평한다. 나의 견해는 아프리카의 자유언론을 따른다. 무가베는 2017년 쿠데타를 맞아 실각했다. 군부는 그를 추방하지 않았고, 그는 망명도 하지 않았다. 다수의 국민들은 그를 지지했다. 94살에 병으로 죽을 때까지 짐바브웨에 살았다. 생전에는 아프리카 어디를 가던 환영받았다. 죽고 난 후 아프리카의 영웅으로 칭송한다. 리비아 카다피와 우간다 아민은 미국에 대들었다가 독재자가 되어 죽었다. 아프리카는 서방언론과 다른 견해가 있다.
영국, 미국,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국가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승전국 식민지로 있다가 독립을 했다. 정치적 독립은 했다. 경제는 여전히 유럽 백인들이 쥐고 있다. 코모로스에서 마요트를 떼어가고, 모리셔스에서 디에고 가르시아를 떼어가듯 했다. 일본이 전쟁에 이겼으면 흥남 질소 비료공장, 수풍 발전소, 경부선 철도 운영권은 그대로 일본인이 가졌을 터이다. 우리가 패전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림 colossus of Rhode (로드의 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