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음도, 모험과 무모함의 경계에서 값진 경험을 하다
1. 일자: 2024. 6. 7 (금)
2. 장소: 우음도
화성 공룡화석산지에서의 좋은 기분을 이어서, 우음도로 향한다. 거리는 4km가 채 안된다. 가면서 다시 광활한 평원을 경험한다. 이 역시 눈이 시원해 좋았다.
우음도 입구를 지나 송산그린시티전망대로 향하는데, 입장 시간이 지났단다. 망설이다, 받아온 트랭글 지도를 살핀다. 다행이 인근에 길이 있다. 임도를 따라 걷자 집이 나오고 커다란 개가 날 쳐다본다. 쫀다, 겁이 났다. 조심스레 길을 이어가는데 어수선해 걸을만한 곳이 못된다. 여차하면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조금 더 가본다. 그린시티를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 뒤로 폐허 느낌의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차가 쌩쌩달리는 시화대교 부근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안 되겠다 돌아가자 할 즈음, 자연학습장 옆으로 곱게 단장된 오솔길이 보인다. 평원 너머로 시화호와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안산과 시화와 인천의 모습이 펼쳐진다. 조금 더 모험을 해 보아야겠다.
지도상 길은 원형으로 차를 세워둔 곳까지 이어진다. 멀리서 다가오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신경쓰였지만 삘기꽃이 흐드러진 숲의 느낌이 너무 좋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특히한 건, 평원 도처에 키 큰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어 마치 성처럼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근사한 사진들이 만들어진다. 길 우측에 예사롭지 않은 퇴적암 바위들이 서 있다. 이 역시 근사한 포토존이었다.
모퉁이를 돌아들자 놀라운 광경이 나타난다. 퇴적암 단층이 도처에 있다. 척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지질 활동으로 작은 단층이 겹쳐지면서 눌린 바위 표면에 시간의 무늬가 켜켜이 쌓여져 있다. 시화대교에서 돌아갔으면 이 귀한 걸 못 볼 뻔 했다. 전망대 데크 위에 서서 바위들을 찬찬히 살피고, 고개 돌려 인천항으로 향하는 바다의 모습도 본다. 모든 게 아득하다. 광야도 바다도 줄지어 이어진 송신탑도, 그리고 사람사는 동네의 키 큰 건물들도 그저 멀리 존재하는 객체로만 인식된다. 다만 눈 앞의 퇴적 바위들만이 귀중한 존재로 나와 인연을 이어간다. 문득, 관계는 곁에 있어야 살아나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 멀어지면 막연해지고 이내 잊혀진다. 현재 나와 함께 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그래도 오늘 외딴 섬이었던 이 땅에서 본 끝 간데 없는 평원과 먼 바다의 기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모험과 무모함의 경계에서 돌아설 수 있는 것도 용기이다. 오늘은 용케 두려움을 떨치고 길을 이어간 결과 값진 경험을 했다. 감내할 수 있다면 낯섦에 도전하는 게 맞다.
저녁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온다.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