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 생태찌개 전문’은 서울에서 알아주는 생태찌개 집이다. 이 집의 찌개는 어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낚아 올린 낚시태로맛을 내기 때문에 비리지 않고 부드럽다. 알이며 내장도 신선하다. 12시만 되면 별관까지 손님이 들어차므로 예약은 필수.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까지 다 먹고 나면 어느새 뱃속까지 시원해진다 글·서인수 기자(seoinsu78@carlife.net) 사진·박창완 기자(chang21@carlife.net)
차 한 대만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진미 생태찌개 전문’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건물은 모두 두 채인데 별관은 한지를 붙인 벽이 독특하다. 12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가게 안은 벌써 손님들로 버글버글하다. 매큼한 생태찌개 냄새가 코 속을 파고들며 식욕을 자극한다.
주방에 들어가니 새벽시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생태가 소쿠리에 가득하다. 한쪽에선 두부를 부쳐내고 다른 한쪽에선 생태를 손질하느라 주방 안이 분주하다. 서울 마포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진미 생태찌개 전문’은 꽤나 유명한 생태찌개 전문식당이다. 12시만 되면 별관까지 손님이 꽉 들어차 이 집의 생태찌개를 맛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 그래도 찾는 이는 늘어만 간다. 멀리서 물어물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고 10년 넘게 드나드는 단골손님도 꽤 많다. 이 집 찌개 맛을 한 번 보면 다른 집 생태찌개는 먹을 수 없을 정도라니, 그 맛이 벌써 기대된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국물 맛
메뉴는 생태찌개, 홍어회, 두부김치, 오징어 등 4가지로 단출하다. 그 중 생태찌개는 작은 것이 3만 원, 중간 것이 4만 원, 큰 것이 5만 원이다. 생태찌개 큰 것 하나를 시켰더니 세숫대야 만한 냄비에 생태며 해물, 야채가 그득히 올려져 나온다. 살이 터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생태가 탱글탱글하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살은 부드럽다. 알이며 내장도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구수하게 퍼진다.
국물은 얼큰한데 눈물이 핑 돌게 얼얼한 것이 아니라 은근하게 맵다. 새우, 조개, 오징어 같은 해산물을 넣어 뒷맛이 개운하다. 숭숭 썰어 넣은 파, 양파, 호박, 무, 미나리가 시원한 맛을 낸다. 연거푸 국자를 퍼올려도 바닥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만큼 양도 넉넉하다. 다섯이 먹어도 충분하지 싶다.
반찬은 간소한 편이라 나물 무침과 김치 몇 가지, 두부 부침이 전부지만 모자라면 언제든 넉넉하게 채워준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맛이 좋고 나물 무침은 참기름 냄새가 향긋하다. 간장 양념을 올린 뽀얀 생두부는 푸딩처럼 부드럽다. 반찬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하다. 두부는 특별히 두부집에서 맞추어 오는데 좋은 콩만을 골라 갈아 만든 것이라 콩 비린내가 전혀 없이 담백하다. 야채 하나하나에도 신선함이 묻어난다. 매일 아침 시장을 돌며 싱싱한 것으로만 사오기 때문이다. 식사를 다 마치면 누룽지탕을 주는데 이 또한 맛이 아주 좋다. 구수한 누룽지 밥알이 매운 내 가득한 입안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싱싱한 낚시태가 맛내기 비법
이 집의 맛내기 비법은 매일 아침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공수해오는 싱싱한 낚시태와 신선한 재료에 있다. 안주인 송충옥 사장은 15년째 낚시태만을 고집해왔다. 낚시태란 어부들이 일일이 낚싯대로 낚아 올린 명태를 말한다. 한번에 그물을 던져 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마리에 1만 원이 훌쩍 넘을 만큼 귀하신(?) 몸이다. 송 사장이 낚시태만을 쓰는 이유는 바로 맛 때문이다. 낚시태로 찌개를 끓이면 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국물 맛이 구수하게 살아난단다. “우린 대충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내 먹기 싫으면 남 주기도 싫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과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사람들도 좋아해.” 구수한 강원도 억양의 송 사장이 연신 바쁜 손을 놀려댄다. 낚시태 값은 해마다 오르는데 송사장은 찌개 값을 잘 올리지 않는다. 일주일에도 몇 번 씩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때문이다. “남들은 ‘손님이 많으니까 돈도 많이 벌겠지’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 낚시태가 워낙 비싸서 남는 것도 없거든. 그렇다고 그물을 휙 던져서 잡은 생태를 쓰면 손님들이 오겠어? 다들 이 맛 때문에 여기 오는 사람들인데…….” 이 집의 또 다른 별미는 입에서 쩍쩍 붙는 달짝지근한 찹쌀 동동주(6천 원). 시골에 사는 친척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들어오는데 신 김치를 볶아 두부와 함께 내는 두부김치(1만 원)와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내장을 뺀 물오징어를 들통에 넣고 살짝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오징어(5천 원)는 씹는 맛이 쫄깃쫄깃하다.
입맛을 잃기 쉬운 나른한 봄, 얼큰한 국물로 미각을 되살리고 싶다면 ‘진미 생태찌개 전문’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좁은 골목 사이로 찾아 들어가야 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지만 생태찌개 맛만큼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까지 다 먹고 나면 어느새 뱃속까지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진미 생태찌개 전문’은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있다. 서울 공덕오거리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달리다가 마포대교를 건너기 전에 있는 신화빌딩과 대농빌딩 사잇길로 들어가 200m쯤 가면 오른쪽으로 태순집 한우주물럭이 보이는데 이 건물을 끼고 우회전해 10m쯤 더 들어가면 왼쪽으로 솔밭가든이 보인다. 이 솔밭가든 앞길에서 좌회전해 10m 더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진미 생태찌개전문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문의 ☎(02) 701-3214 좌석은 모두 100여 석. 매주 일요일에 문을 닫고 점심은 낮 12시~오후 2시, 저녁은 오후 6시~10시까지다. 주차장이 없으므로 차는 큰 길 건너편에 있는 마포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주차료는 30분에 1천 원. 10분이 넘을 때마다 500원씩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