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기 무술을 수련하면서 가장 큰 호기심은 과연 내공(內功)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였다.
무협지나 무협영화에 나오는 허공을 날으는 경신술(輕身術)이나 바위를 께트리는 장풍술(掌風術)은 가능한
것인가? 체내의 기(氣)를 생성하여 무한정의 공력을 이루는 내공심법(內功心法)이나, 도검(刀劍)이 침범치
못하는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을 만드는 철포삼(鐵包衫)이니 금종탁(金鐘鐸)같은 무공이 실제로 존재
하는 것일까?
몇십년 내공이란 것이 쌓여지면 무병장수하고 불노장생(不老長生)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동안 내공이라는 용어는 신비의 대상이였다.
길거리의 약장수에서 부터 산속에 산다는 도인(道人), 선도를 닦는다는 선술인(仙術人),영화,무협지,만화,소
설에서,각종 무술의 달인(達人),술취한 취객의 혀꼬브러진 객담에서 혼란의 단어로 혹은 신비의 단어로 회자
되어왔다. 과연 내공이란 무엇인가?
필자가 40여년동안 여러 무술관을 설렵하고 많은 고수들과의 교류와,고금의 무술서적들을 정독한 결과로는
'내공은 심신을 안정케 하는 수단이며, 신체 내부의 신경을 안정시켜 각장부(腸部)의 기능을 원활히
하자는 의도에서 생긴 내부단련(內部鍛練)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호흡운동을 통하여 기를 축적하고 평소의 신진대사보다 증강된 기능을 만들어 각기관을 움직이는 근육에
자극을 주는 박타법(拍打法)에 의해 저항력과 탄력을 키운다.
현재에는 내공이라는 단어보다 '기의 단련'이라는 뜻으로 기공(氣功)이라 통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刀)는 무기술 중에서도 제일먼저 수련하는 과목이다. 무거운 도를 연마함으로서 힘과 속도를 기르고 또한
내력을 충만케 하여 내공수련에도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위 초식은 모든 도술중에서 많이 응용되는 허보장
도(虛步藏刀)로서 참춘법으로도 활용한다)
달마조사가 면벽 9년만에 역근경과 함께 창안했다는 세수경(洗髓經)의 저작연대 보다 무려300 여년전 이미
내공의 기초를 제시한 것이 명의(名醫) 화타(華陀)의 오금희(五禽戱)다.
곰(熊),원숭이(猴),사슴(鹿),새(鳥),호랑이(虎)의 움직임을 본따서 만든 일종의 건강체조였다.
이 화타의 오금희는 후에 장삼봉(張三奉)이 호흡을 인용하여 내가권(內家拳)을 만들고 백옥봉(白玉峰)이
동작을 인용하여 오형권(五形拳)을 만들었다.
역근경을 수련하면 환골탈태(換骨脫胎)하고 세수경을 수련하면 세수벌모(洗髓伐毛)할수 있다고 알려진 연유
에서 이 두 경전을 무서(武書)의 성전(聖典)으로 여겨 수련하는 사람이 무척 많지만 세수벌모의 효과를 보았
다는 실예는 어느곳에서나 찾을수 없었다.
다만 환골탈태란 말은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할수 있으니 사실과 가깝다고 여겨지며 그 무서인
역근경도 여럿 전해져 내려오지만 아직까지 세수경이라는 내공서(內功書)는 알려진 바 없음을 미루어 보건대
상당부분 과장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내공의 수련요체는 호흡(呼吸)과 운기(運氣)다.
먼저, 호흡에 의해서 내공을 단련하는 것을 토납(吐納)이라 하는데, 기를 연마하고(練氣),조절하여(調氣),
길러서(養氣),축적(調息)하는것을 말한다.
이때 호흡은 우리가 보통 숨쉬는 자연호흡(自然呼吸),의수단전(意守丹田)하는 복식호흡(腹式呼吸),호흡횟수
가 극도로 작은 (1분에 1-2회정도) 태식호흡(胎式呼吸)등이 있다.
진전(眞傳)에 '갈선옹이 삼복더위에 매번 같은 연못에 들어가 열흘쯤 되어 나오기도 하니 이는 능히 기를 닫
아 태식한 까닭이다'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생각컨대 이말은 오랜 수련자가 극단적으로 호흡정지와 거의 같
은 상태에 도달했음을 말한것으로 실제로 중국에서는 무술고단자가 태식의 일종인 귀식대법(龜式大法)으로
일주일을 관속에 넣어져 땅에 묻혔다나온 일이 있었다는 기록을 볼때 전혀 허언만은 아닌듯 싶다.
운기는 호흡으로 축적된 기를 인체의 혈도(血道)인 기경팔맥(奇經八脈)을 통하여 전신의 심맥(心脈)을 타동
(打動)하는데 소위 소주천(小周天),대주천(大周天)이라 하여 18기 무술을 배우는 수련자는 누구나 귀아프
게 들어보는 용어이다.
다만, 내공의 터득기간에 대해서는 황정경(黃庭經)이라는 단서(丹書)에 보면 정력을 기로 변화 시키는(練精
化氣) 소주천 관문에 약 100일이 소요되며, 기를 정신으로 변화시키는(鍊氣化神) 대주천이 4년을 넘게 수련해
야 성취할수 있다 하였고,신을 내공의 솥에 담는(鍊神換虛) 마지막 관문에 9년의 세월을 요한다 하였으니 그
수련이 얼마나 멀고 어려운지를 짐작할수 있다.

(은창자후(銀槍刺喉)는 단전의 기를 인후부(咽喉部)로 운기시켜 창.칼이
들어가지 않게하는 기공으로 영화나 소설등에 많이 인용되는 대표적인
표연종목이다. 인후는 다른 부분보다 운기하기 어려워 충분한 숙련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18기도장에서 이 내공을 정식과목으로 채택하여 수련시키는 무술관은 거의 없다고 보는것
이 맞는 견해일 것이다.
필자가 수련하던 초기의 옛날 방식의 쿵후에서도 체계적인 내공수련이 없었는데 하물며 엄청난 시간과 노력
을 기울려도 단시간에 가시적 효과를 볼수없는 이 내공 공부를 성질급한 현대인들이 참고 견딜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다만,내공법은 그 이론과 방법을 알면 권법의 투로와는 달리 스승의 지도없이 혼자서도 어느정도 초급수련은
가능하다. 물론 고급단계로 들어가면 올바른 지도없이 연마하다가는 경락이 난류(亂流)하는 소위 주화입마
(走火入魔)의 위험성은 있지만-
정공내공법(靜功內功法)은 먼저 왼발을 오른발 위에 올리는 단반좌식(單盤坐式)을 취하고 의념(意念)을
하단전(下丹田)에 둔후 정신을 집중하고 잡념을 제거한다.
한번 들이마시는 흡(吸)에 복부를 내밀며 단전에 모인 기운(氣運)을 생식기의 회음(會陰)으로밀어서 서서히
등뒤의 독맥(督脈)으로 보낸다.
미려(尾閭,명문(命門),대추(大椎)혈을 지나 옥침(玉枕),뇌호(腦戶),백회(百會)혈을 거쳐 두정(頭頂)에 이르면
비로서 내어쉬는 호(呼)에 들어가며 기는 다시 배쪽의 임맥(任脈)으로 내려온다.
미간(眉間)의 상단전(上丹田)에서 인중(人中),옥당(玉堂),잔중(잔中)을 지나 중완(中脘),신궐(神闕)을 거쳐
기해(氣海)혈에 집결하는것으로 일호흡 즉 일식(一息)이 끝난다.
처음듣는 혈도의 명칭 때문에 무척 난해하다고 느껴질터이나 18기를 수련하며 내공에 뜻을둔 무술인이라면
이는 초심자도 알아야 하는 기초공부일 뿐이다.
백회혈이 머리꼭대기에 있고, 인중혈이 코밑에 있으며,잔중이 양젖꼭지 사이고, 중완이 배꼽이며,기해가 하복
부라는것은 경혈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인 것이다.
평상인의 호흡은 1분에 16-20회이나 수련을 거듭하면 3-4회로 줄일수있다. 한번 내공입정(入靜)에 들면 약
300회를 반복 조식(調息)하는데 1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6개월후가 되면 매 조식마다 온몸이 송개(송開)되고 기혈(氣血)이 요동치는것을 느낄수 있고 특정부위에 은은
한 열기를 감지한다.
연공시 간혹 두통이나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는 혀끝을 입천정에 대고 지긋이 압박하던가 입으로
깊게 숨을 내쉬며 훼~하는 가자결(呵字決)을 하라고 배운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시켜 선관(禪觀)으로 들어가 상상에 의해 공중
에서 큰 원기(元氣)가 오색찬란하게 내려와 머리에 닿고 피부를 뚫고 뼈를 지나서 뇌에
이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서 배 안으로 들어가 사지 오장에 퍼지니....」
처음 내공호흡법을 수련할때 꿈속처럼 아련히 구결(口訣)을 일러주던 사범의 음성이 요즈음도 이따금 가부좌
를 틀고 호흡조절을 할때면 똑똑히 들려오는것 같다.
동공내공법(動功內功法)은 기본 참춘법(站椿法)을 시작으로 각유파의
요퇴(腰腿)단련법의 기초적인 쿵후의 하나였으며 따라서 그 종류도
다양하다.
보건공(保建功),박타법(拍打法),화기공(化氣功), 오금희,역근경,팔단금,
바라문(婆羅門),도인법(導引法),태극기공(太極氣功)등이 대표적 내공법
으로 알려져 있는데 역근경과 팔단금 수련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바
있으며 태극기공에 대해서는 추후 태극권의 수련기때 다시 기술할 생각
이다.
무술동작을 기본으로 한 동공내공법은 소림오형권 내공법, 형의권의
삼재식(三才式),팔괘장의 천강기공(天剛氣功),번자권의 액륵식(腋勒式)
등이 있으나 이를 다 알수는 없는 일이고 다만 당랑권의
육합기공(六合
功)은 깊은 관심을 갖고 오랜 기간동안 연마를 끊이지 않았다.
총 6단(段) 36세(勢) 216동작으로 이루어진 육합기공은 횡(橫),평(平),직(直),사(斜)의 기공을 한동작씩 행공
함으로서 내력의 충만을 북돋우고 근골의 힘을 길러 보건양생의 기틀을 마련한다.
비록 좋은 스승밑에서 엄격한 지도를 받지못해 그 성취는 미미했을 지라도 젊어 한때 심취한 이 내공심법
덕으로 그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잔병치례 하나없이 오십대 후반까지 건강을 유지한 것을보면 기공은
무술인이 아닌 일반인 에게도 필요한 양생술(養生術)이라 확신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체험한 내공수련과 관련무술서를 좋합해 볼때 내공이란 신체단련과 체력증강의 효험은
있을지라도 내력으로 적을 살상하는 이기환형(以氣換形)등의 상상을 초월하는 신비한 무공이라는 것은 한낱
공허한 과장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내가 모른다고 없는것은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공을 6개월정도 수련하면 기혈이 관통되고 경락이 소통되어 체질이 날로 강해지고 순환계통이나
소화계통의 기능이 강화되는 경험은 필자도 한바있으며 기(氣)란 것도 이미 과학적으로 인증되었고 기공을
이용한 질병치료도 현실화 된것을 놓고 본다면 중국무술계에 회자되는 내공달인의 기인이사(奇人異士) 의
전설이 어찌 허황타 치부만 해 버릴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