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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A: ‘백운동 정류장 → 박달봉(130) → 광덕산(70) → 광덕고개(45) → 백운산(70) → 도마치봉(45) → 향적봉(30) → 흥룡봉(15) → 이정표(50) → 백운동 정류장(20)’ 8시간 코스
Plan B: ‘백운동 정류장 → 박달봉(130) → 광덕산(70) → 광덕고개(45) → 백운산(70) → 도마치봉(45) → 안부삼거리(20) → 이정표(35) → 백운동 정류장(20)’ 7시간 20분 코스 중 상황에 따라 선택할 예정이었다. 물론 상황이 열악해 질 것에 대비한 탈출로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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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廣德山]
높이: 1,046.3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광덕산은 화천군과 철원군, 경기도 포천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로 규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설경이 아름답다. 광덕산 능선에 펼쳐지는 억새밭 풍경 또한 장관. 상해봉은 정상을 이룬 바위지대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암초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체로 능선이 암벽으로 이어져 스릴을 주며 광덕재에서의 광덕산 그리고 백운산에 이르는 능선에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광덕산은 산 높이가 1,000m 가 넘지만, 해발 620m 되는 광덕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 2시간이면 오를 수 있고 정상은 광장처럼 넓고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좋다. 하산은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거나 상해봉을 거쳐 하산할 수 있다.
산행기점은 광덕고개로 서울에서 사창리행 버스를 타고 광덕고개에서 하차한다. 북쪽으로 30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이 광덕산, 오른쪽 직진 길이 상해봉으로 가는 길이다.
광덕산의 수피령에서 출발해 촛대봉과 복주산을 거쳐 정상을 밟은 뒤 하오현과 하오터널을 지나 광덕계곡으로 내려오는 산행 코스는 약 17km다. 총 7~9시간 정도 소요된다.
백운산[白雲山]
높이: 903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에 있는 백운산은 박달봉과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는 광덕산 등의 크고 작은 연봉들이 어우러져 고산중령을 이룬다.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옥수가 어우러져 취선대등 절경이 사계절 모두 독특한 비경과 흥룡사란 이름난 절이 있다.
백운산은 수려한 백운계곡으로 더욱 유명하다. 여름철이면 백운계곡에는 피서 인파가 모여든다. 산행기점이 되기도 하는 광덕고개에서 우측은 백운산, 좌측은 광덕산으로 구분이 되며, 겨울철 설경이 뛰어나고 산세도 아기자기하여 찾는 이가 많다. 겨울철 산행의 백미인 설경도 장관이다. 일동 용암천에 들려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옥수가 어우러져 취선대등 절경이 사계절 모두 독특한 비경과 흥룡사란 이름난 절이 있다.
백운계곡은 광덕산과 백운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이 모여 이룬 골짜기로서 선유담에서 아름다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는 신라 시대 창건했다는 흥룡사가 있으며, 흥룡사 뒤쪽에는 약 1km의 선유담 비경이 펼쳐져 있다.
계곡의 길이가 무려 10km나 되며 연못과 기암괴석이 한데 어울려 절묘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광암정, 학소대, 금병암, 옥류대, 취선대, 금광폭포 등의 명소가 펼쳐진다. 물도 너무 차지 않고, 물살도 심하지 않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수도권과 가까워 여름 휴가철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백운계곡과 광덕 고개에 이르는 길은 주변경관이 아름다워 드라이브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파라솔, 그늘막, 캠프장 등의 편의시설이 있고 주변에는 국망봉, 산정호수, 광덕산 등의 관광지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또한, 먹을거리로는 백운계곡을 따라 줄지어 선 갈비촌이 있다.
도마치봉
높이: 937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자연 보존상태가 좋으나 정상 접근이 험준하다. 도마치계곡이 통제되어 있어 백운산, 신로봉, 국망봉 산행길로 산행이 시작되며 흥룡사가 있는 백운동 계곡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마치봉의 산세는 백운산과 비슷하며, 정상의 모습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도마치봉을 광의의 백운산으로 생각하고 산행을 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백운계곡은 이 갈림길에서부터 그 아름다운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흥룡봉을 통해 능선길로 들어섰다가 호된 급경사를 지나 능선봉 위에 올라선 뒤에는 그 봉우리가 도마치봉인 줄로 임의로 착각하고 도로 내려오고 싶어질 만큼 힘이 드는 구간이다.
그러나, 송림 사이로 난 길과 급경사를 올라가면서 고도를 높이면, 계곡이 내려다보이기 시작하고 백운계곡 너머 박달봉과 광덕산의 조망이 시원해진다. 급경사 길을 1시간가량 올라가면 드넓은 봉우리 정상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는 백운산, 도마치봉이 지척에 보이는데, 공터에서 좌우 능선으로 빠지면 도마치봉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흥룡봉은 좌우 능선이 암릉으로 되어 있어 경치가 좋고, 능선봉 자체도 전망이 좋다. 도마치봉을 1km 남짓 남겨둔 봉우리이기에 도마치봉을 보는 조망이 좋다.
흥룡봉에서 동쪽으로 난 능선을 내려서야 도마치봉 능선을 탈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다. 흥룡봉에서 내려오면 밋밋한 안부에, 키 큰 소나무가 죽죽 뻗어있는 아름다운 능선이 된다. 그리고 이 부근에서 백운계곡에서부터 올라오는 계곡 길과 합류하게 된다.
정상에서는 도마치계곡이 내려다보이지만, 현재까지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정상 일대에서는 시야를 가릴 큰 나무는 없다. 도마치봉에서는 국망봉과 국망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앞에 보이고, 신로령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볼거리
흑룡사, 백운동계곡, 노송군락 – 한국의 산하
거의 매주 산을 다니며 100대니 300대니 명산을 따라 등산했다가 그 실체에 실망한 이후 내 나름 한국의 산을 높이 순으로 줄을 세워 다녔다. 높은 순으로 줄을 세우니 가야 할 산 대부분이 태백산맥 라인에 - 소위 백두대간으로 불리는 - 집중되어 아주 많은 연구를 하지 않으면 당일 산행이 불가능했다. 해서 가까운 곳이 없을까 찾아보니 가평의 '화악산'이 보였다. 사실 작년 아무 생각 없이 '용문산'에 올랐다 정상석에 기록된 해발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아니 이 산이 1,000m가 넘는다고? 이후 경기도 지역 산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겨울 동안 갈만한 산을 찾아 나열하다 보니 1,400~1,500 사이의 산 중 경기도 가평 '화악산'이 1,468m로 두 번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서 설 연휴 동안 인터넷을 뒤져 다녀왔고 그 과정에서 가평과 포천 사이의 한북정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봉우리의 높이가 1,000m가 넘는다는 사실도….
화악산 이후 한북정맥 능선을 따라 산행했다. 그리고 이번에 포천 한북정맥의 시작 점이랄 수 있는 광덕, 백운, 도마치봉을 다녀 오기로 했다. 그 다음 주는 노채고개로 올라 청계, 귀목을 하는 것으로 포천 한북정맥을 끝낼 생각이다. 애초 대간이니 정맥이니 하는 것에 별 관심은 없었는데, 내가 정한 기준의 산이 대부분 그 라인상에 있는 이상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정한 기준과 별 차이가 없는 한에서 포천 한북정맥을 따라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토요일 최근 몇 번 탔던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행 7시 30분 버스를 타고 백운동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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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30분발 사창리행 버스를 타고 포천 이동 백운동에 내리기 위해서는 5시 20분에 기상해 6시 39분 오금행 3호선을 타야 한다. 그래야 생리적 볼일을 보고 밥도 먹고 미진한 준비를 마친 후 내가 생각하는 산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전날 봉 감독이 만든 작품을 보고 싶어 합창단 연습 장소를 방문했다. 그 방문 결과가 내일 산행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전해 줄 물건도 - 사실 이것 때문에 갔다. - 있었기에 조심하기로 하고 갔다.
몇 시에 그 동네에서 떠났는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와이프가 빨리 오라는 문자를 무시하고 술을 마셨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6시 35분이었다. 원래 기상 시간에 맞춰 폰의 알람을 설정해 두는데 합창반 친구들과 술 마시며 노느라 배터리가 다 닳아 취침 시점에 폰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었다. 자기 전 그걸 알았지만, 충전시킬만한 정신상태가 아니라 바로 뻗었다.
기상하자마자 바로 아지트로 달려가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고 배낭을 메고 비 오는 거리를 우산을 받고 불광역을 향해 달렸다. 물론 술이 아직 안 깬 상태였고, 달리며 앱을 통해 교통편을 확인해 보니 버스 시간에 맞춰 전철로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차도 5~6분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일단 모험을 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강변북로로 가겠다는 기사에게 내부를 타는 것이 맞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얘기하자 내부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래도 무시하고 내부로 가자고 해 내부로 달렸는데, 동부간선과 만나는 지점에서 정체가 되었다. '아, 여기가 사고 지점인가 보구나!' 이제 틀렸으니 기다리고 있는 '낙진'에게 '먼저 가라, 난 다음 차로 갈게…."라고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런데 좀 있다 길이 뚫리더니 7분 전에 동서울터미널 외곽에 도착했다. 기사가 미리 결제를 하라고 해 폰의 티머니로 요금을 지급하고 내린 시간이 6분 전이었다. 바로 포천행 버스가 출발하는 35번 탑승구를 향해 달려가니 낙진이 보였다.
일단 널찍한 버스에 타 내 좌석과 비어있는 옆 좌석을 이용해 배낭에 들어 있는 모든 짐을 꺼내 다시 정리하며 있는 것과 있어야 하는 것을 확인했다. 늘 넣어 다니는 비상식량, 라면 하나, 컵라면 하나 - 코펠이 작아, 라면 두 개를 끓이면 넘치지만, 라면 하나 컵라면 하나를 넣으면 괜찮음(경험에서 얻은 노하우) - , 500mℓ 생수, 코펠과 버너, 그리고 가스, 우중 산행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준비한 우산과 판초, 레인 커버, 스패츠, 굶주린 위장, 해결하지 못한 생리 현상 등이 있었다. 없는 것은 햇반, 김치, 달걀, 파, 고추, 술과 안주 등이었다. 그리고 충전이 안 된 핸든폰과 보조 충전기는 있었다. 폰을 충전시키며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자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여의치 않아 세상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음 정류장이 우리의 목적지 백운동이었다. 풀어놓은 배낭을 정신없이 다시 싼 후 레인 커버를 씌우고 판초를 꺼내 들고 스패츠를 착용하고 내렸다.
폭우가 내리는 백운동에 – 내가 원한 우중산행이 이것이다. - 내려 판초를 뒤집어쓰기 전에 소지품을 확인하니 폰이 보이지 않았다. 낙진이 내 폰으로 전화를 해도 주변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아직 술도 깨지 않았고 더부룩한 아랫배의 생리현상이 주는 부담에 뭔가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해서 일단 판초를 뒤집어쓰고 산행을 시작했지만,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 있는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그래서 일단 도로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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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백운산 종주 산행 대부분은 들머리와 날머리를 백운 주차장으로 한다. 그런데, 백운동 버스 정류장은 주차장에서 상류로 70여 미터 올라간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정류장에선 주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우리 같은 초행자는 들머리인 주차장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게 된다. 이런 사실도 하산 후에 알게 된 것이다! 어쨌든 들머리를 찾기 위해 도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낙진이 앱 지도를 보고 – 지난 방태산도 그렇지만, 이정표 같은 친절한 도구를 찾는 바보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당초 없다! 동물적 감각과 선구자의 글을 잘 보는 수 밖에는… - 들머리인 주차장이 하류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주차장을 향해 내려갈까 고민하며 지도를 확인하니 우리가 있는 곳 조금 위에 다른 들머리가 있었다. 내 폰이 있었다면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버스에 두고 내렸으니…. 산행 내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매의 눈으로 들머리를 찾으며 폭우 속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조그마한 계곡을 끼고 있는 식당이 보였다. 그 시간이 9시경으로 본격적인 산행 시작 시각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비록 힘은 들지만 길을 잃으면 계곡으로 가라!' 그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길이 있었고 그 길이 우리가 찾던 두 번째 들머리였다. 길은 계곡을 따라 올라 계곡 끝에서 능선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박달봉(810m)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이다. 산행 시작 후 1시간 반이 걸려 박달봉에 도착한(정규 코스로 가면 2시간 10분 걸린다고 지도에 나옴) 것이다. 박달봉이 주차장에서 출발한 길과 만나는 갈림길이었다. 물론 박달봉에 오는 과정에 버스에 남겨진 폰에 전화를 수없이 했지만, 받지 않았다. 산에서 계속 전화를 할 수 없어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 내가 와이프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미, 버스 안에서 비 오는데 산에 갔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 사정 얘기를 하고 계속 전화해보라고 했다.
박달봉을 지난 광덕산 정상을 행해 가는 중에 낙진 폰으로 와이프가 문자로 전화를 받지는 않지만, 마지막 위치가 버스 운행 라인 중 강원도 지역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해서 바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강원고속 사무소에 연락을 해보라고 했더니, 연락처를 찾기 위해 서핑을 해보았지만, 찬을 수 없었다며 내게 화를 냈다. 조용히 전화를 끊고 사정 얘기를 했더니 낙진 왈 "모바일 버스 티켓에 전화번호가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시도해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해 사정 얘기를 했더니 30분 후 서울 사무실로 전화해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어쨌든 버스에 두고 내린 폰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전날 술에 쩔어 정신없이 출발하느라 먹지 못한 나의 아침과 우리 산행 기본인 출발지에서 먹는 막걸리와 간단한 식사에 익숙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온 낙진의 아침에 위장이 슬슬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해서 적당한 지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정상을 향해 가다, 정상 200여 미터 아래 625 유해 발굴 지역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 준비를 했다. 우리가 능선에 오른 10시경부터라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비는 이슬비로 바뀌었고 오르막길에서 판초는 끊임없이 발목을 잡아 불편해하던 중 점심을 먹기 위해 과감히 벗어, 우의 못지않은 등산복을 믿고 바로 배낭에 넣었다.
라면과 컵라면 두 개를 끓여 낙진이 가져온 김치 과일 양주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늘 있던 햇반이 없어 둘 다 아쉬워했지만, 없는 걸 어떡하겠는가? 그렇게 아쉬운 점심을 먹고, 사실 둘 다 그것이 첫 끼니였다. 부족하나마 점심을 먹은 후 만약에 대비해 비상식으로 가지고 다니는 행동식을 배낭에서 꺼내 주머니에 넣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아, 물론 버스 서울 사무소에 전화해, 다시 사정 얘기를 하니 직원이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상황을 확인해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정상을 향해 가다 그나마 첫 끼니를 먹었다고 기상 시 바로 해결하지 못한 생리 현상이 급격히 공격해 와 적당히 으슥한 장소를 찾아 땅을 파고 해결 후 파낸 흙으로 뒤처리를 하고 배낭을 벗어 둔 곳으로 올라갔다. 다른 얘기지만 난 숙취를 해결하는 단계가 배설, 엄청난 양의 물 섭취, 그리고 잠인데, 배설은 점심 후 그리고 물은 마실 물을 챙기지 못해 라면을 끓이기 위해 미리 싸 두었던 생수가 다였다. 어쨌든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나니 정신이 돌아와 합리적인 판단이란 것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광덕산 정상(1,046m)에 올라 비 내리는 날 삼각대는 아닌 것 같아 가져오지 않았지만, 내리는 비가 이슬비 수준이라 어딘가 카메라를 거치하고 인증을 찍고 싶어 정상석 주변 돌 위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1,000m가 넘는 경기도 산 중 마지막 산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백운산을 향해 가는데, 버스 사무소에서 전화가 와 폰을 찾았고, 버스 기사가 가지고 동서울터미널로 오는 중이니, 6시까지 터미널 강원고속 사무실로 찾으러 오라고 했다. 내가 6시까지는 못 갈 거 같다고 하니 그럼 35번 승강장에 맡겨 놓겠다고 해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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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정상의 이정표에는 백운산 가는 길목인 광덕고개 2.4km라고 되어 있었다. 정상까지 오르기만 하다 내리막길을 가니 발걸음이 가볍기는 했지만, 903m의 백운산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니 차 소리가 들리고 저 밑으로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니 '등산로 입구 200m', '광덕 고개 600m'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이 이정표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우린 백운산을 가기 위해 광덕 고개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광덕 고개에서 그 이정표가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기존의 고개에 도로를 확장하고 포장을 하면서 광덕산과 백운산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다. 해서 광덕 고개를 내려오면 잘 포장된 도로가 보이는데, 그걸 가로질러 가야 백운산 들머리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로를 위해 만들어 둔 1m가 넘는 방벽을 뛰어내려야 했고…. 도로를 만들다 1대간 9정맥 요원의 안전을 위해 등산로 입구 즉 들머리를 기존보다 아래쪽에 만들어 둔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길이 조금만 벗어나도 불편해하는 대간 종주 요원들은 우리가 그랬듯이 모든 걸 무시하고 그 길로 간 것으로 보였다.
광덕 고개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51분경이다. 그런데 그 고개의 광경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고개 정상 분지에는 두릅 같은 나물이나 약초를 파는 토산품 점이 예닐곱 개 있었고 간단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었다. 그중 한 토산품 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릅 - 두릅과 삼겹살을 같이 싸서 먹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 을 사서 배낭에 넣고 백운산을 향해 올라갔다. 들머리에서 100여 미터를 올라가니 백운산 및 그 주변 봉우리와 하산 길에 대한 지도가 있었다. 거기에는 4개의 코스에 대해 안내하고 있었는데, 내 계획은 시간과 체력이 남아 있다면, '도마치봉 → 향적봉 → 흥룡봉 → 백운 주차장'의 4.6km 5번 코스를, 아니면 '도마치봉 → 향적봉 → 백운 주차장'의 3.6km 4번 코스를 할 예정이었다는 것을 낙진에게 설명해 주었다.
광덕 고개를 내려오던 중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날이 개 앞산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백운산에 올라서자마자 다시 이슬비가 내리고 시야는 10m가 채 되지 않았다. 이 현상에 대해 낙진이 내놓은 가설은 "광덕산과 국망산(봉) 등 1,000m가 넘는 봉우리 사이에 있는 이 산(903m)과 주변의 봉우리 및 고개가 구름의 통로다. 그래서 늘 구름이 끼어 있어 이름이 백운산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가 많은 동네고, 덕분에 '백운계곡'이라는 특출한 계곡도 있다는 것이다. 그 가설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전진했으나, 얇디얇은 여름용 등산복과 물에 흠뻑 젖은 장갑은 오한을 일으키고 손이 시렸다. 해서 옷을 꼭꼭 여미고 장갑은 벗어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 따뜻하게 만들며 산행을 계속했다. 광덕 고개에서 백운산까지의 3.2km는 생각외로 길고 힘들게 느껴졌는데, 광덕 고개가 해발 660m, 백운산이 903m라 260m가량을 올라가야 했고 전날 숙취가 막 깨기 시작해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특히 숙취 해소를 위해 신체에서 시원한 물을 요구했고, 라면을 짜게 먹어 더욱 갈증이 심했지만, 내가 가진 물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백운산 정상에 올라 낙진이 가진 물과 행동식으로 칼로리를 보충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내 기억으로는 광덕 고개에서 도마치봉을 거쳐 백운 주차장까지 대략 9km로 알고 있었고 백운산 정상까지가 3.2km라면 6km 정도를 더 가야 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는 삼각봉, 도마치봉 등 이름이 알려진 두 개의 봉우리가 더 있었다. 물론 이름 없는 자잘한 봉우리야 말할 것도 없고…. 삼각봉(918m)까지는 1km가 좀 안 되었지만, 목 방태산 계곡 산행과 금 새벽까지 음주로 지친 몸으로는 힘든 코스였다. 그나마 1km라는 것에 위안하며 달렸다. 그 시각이 3시 34분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백운산 903인데 삼각봉이 918, 도마치봉이 925, 국망봉이 1,167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삼각봉에 도착해 인증을 찍고 이정표를 보니 도마치봉이 1.2km로 떨어진 거로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3km가 아니었다. 거기에 안도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도마치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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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 도마치봉 산행기 대부분이 지옥 길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길로 내려가 보니 알겠고, 이 길로 오른다면 그 힘듦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도마치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이정표가 나오고 거기에는 '정상 1.0km', '절터 1.0km'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정상 1.0km는 0.1km의 오기로 보였고, 절터 1.0km는 1.9km의 오기로 - 절터에 도착 후 생각해보니 - 보였다. 어쨌든 절터까지의 내리막길은 거의 무릎에 육박하는 물에 젖은 낙엽에 미끄러지기를 수 회, 그리고 그 낙엽이 길 상태를 가리고 있어 여간 험난한 것이 아니었다.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군 참호로 가득한 절터에 - 이정표 표기, 다른 지도에는 안부라 표기 - 도착하니 이정표에 흥룡사를 가는 두 가지 길에 대한 표기가 있었는데, 흥룡봉을 넘는 것과 계곡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거리는 계곡을 따라가는 것이 400여 미터 짧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4번 코스의 2.1km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3.6km로 표기되어 있었다. 하산한 이후에야 가장 긴 '도마치봉 → 안부 → 백운 계곡 → 백운 주차장' 4.8km 3번 코스를 따라 내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애초 계획했다, 시간과 체력 문제로 포기한 '흥룡봉'을 넘는 코스가 더 짧고 쉬워 보였다. 물론 완전히 하산하기 전까지 우리는 가장 짧은 4번 코스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정표가 보여주는 거리와 내가 아는 거리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내려갔다. 지도상으로는 3번이나 4번, 5번 코스로 가기 위해서는 향적봉에 올라 나누어지는 것으로 기록되어있으나, 안부의 이정표에는 바로 분기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안부의 이정표를 믿고 우리는 계곡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절터라는 것이 과거에 절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건 물이 있다는 얘기다. 계곡을 따라 50여 미터 내려가니 갑자기 물소리가 요란해지면 땅 밑을 흐르던 물이 바위를 만나 지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 나타났다. 비록 비가 내렸다고 해도 생각 이상의 수량이라 과연 절이 있을 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까지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터만 있고 절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우린 포천이 자랑하는 백운 계곡의 시발점에서부터 백운 계곡을 따라 내려간 것이다. 4.8km에 이르는 하산 길 중 끝 1.2km를 제외한 3.6km는 목요일 방태산 대골에 못지않게 힘들었다. 정리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은 계곡 너덜 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은 산사태로 망가진 대골과 다를 바 없었다. 격일로 거의 비슷한 계곡 길을 가고 있는 것에 놀랍기까지 했다. 산사태로 망가진 대골과 다른 점은 주변의 화려한 수목과 맑은 물, 그리고 다양한 소가 경탄을 자아냈다. 더욱 좋은 점은 인적이 거의 없다(산행 중 만난 산꾼은 도마치봉에서 한 명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내가 도마치봉을 오른다 해도 이 길로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야영하기 아주 좋은 곳이라는 얘기다.
이번이나 다음 여름에 방문할 생각으로 알탕 하기 좋은 소 중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평지를 가진 곳을 몇 개 점찍어 두며 내려왔다. 1시간 30분가량이 걸려 흥룡사 주차장(백운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한 시각이 6시 5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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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버스 정류장으로 옮겨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한 시간이 7시 8분이었다. 그런데 흥룡사 주차장(백운 주차장)은 우리가 아침에 내렸던 백운동 정류장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침 버스의 기사가 정신이 없어 정류장을 지나쳐 내려 준 것으로 생각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 시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백운동 계곡 주변의 상가는 몇몇을 빼고 모두 철시된 상태로 여름 성수기에만 문을 열고 나머지 기간은 문을 닫고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해서 버스 시간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주변에 매표소가 있나 찾아보았으나 마치 폐허처럼 인적 없는 빈 가게들만 늘어서 있었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스마트 폰 밖에 없었다. 버스에 두고 내린 폰을 찾기 위해 전화를 했던 강원고속에 다시 전화해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고자 했으나, 이미 다 퇴근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통신이 불량한 가운데 인터넷으로 관련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원하는 정확한 내용을 기록한 산행기가 있었다. 그 글에 의하면 버스 정류장은 흥룡사 주차장(백운 주차장)에서 상류로 70여 미터 올라간 '백운산 갈비' 맞은편에 있는 거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엉뚱한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단 얘기다. 짐을 챙겨 위로 올라가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거기에는 마을버스 개념의 농어촌 버스 노선도와 시간표가 붙어 있었는데, 두 개 노선 중 하나는 17시 다른 하나는 18시 30분이 막차였다. 다시 말해 농어촌 버스는 끝났고, 사창리에서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를 기다려야 했지만, 그 차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7시 30여 분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불러 이동으로 움직이기로 하고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그마한 버스가 나타났다. 정류장의 노선도에는 없는 농어촌 버스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버스를 타니 버스 안이 약간 뜨거움을 느낄 정도로 따뜻해 천국에 오른 기분이었다. 버스에 붙어 있는 노선도에는 7시 30분에 백운동을 출발하는 차로 이동에는 7시 40분 도착으로 되어있었다. 정류장에는 이 버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이동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시간표를 보니 거의 매 40분 단위로 시간에 따라서는 20분 단위로 동서울행 버스가 있었고, 사창리에서 출발해 백운동을 거치는 차는 7시 50분에 있었다. 백운동에는 40분에 도착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이 버스를 타고 바로 서울로 갔다.
버스를 타니 긴장이 풀리고, 추위에 떨다 따뜻한 곳에 들어가니 슬슬 졸리기 시작하는데, 낙진 왈 "아침 버스도 그렇고 이 버스도 젊은 아가씨가 많은 게 면회를 갔다 오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해 둘러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광덕 고개 정상이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인데 화천의 환영 문구에 7사 15사 27사를 언급한 거로 봐서는 맞겠다. 그러다 잠이 들어 깨어보니 동서울터미널에 거의 도착했다. 대략 40여 분을 잤다. 터미널에 내려 두고 내린 폰을 찾은 후 간단히 저녁을 먹기 위해 적당한 가게를 찾다 순댓국집에 들어갔다. 술국을 시켜 낙진은 맥주 난 빨갱이로 각 1병 후 다음 주를 기약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비 오는 백운산에서 찍은 꽃과 나무는 카페 앨범에…
‘백운동 정류장 → 박달봉 → 광덕산 → 광덕 고개 → 백운산 → 도마치봉 → 안부 삼거리 → 백운계곡 → 이정표→ 백운동 정류장'의 20.4km를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7시에 끝냈다.
첫댓글 고생했군...날머리 헤매는건 변함이 없고..^^
그런데 '낙지 왈'은 뭘까? ^&^
그래 오타가 있었구만
고생 많았다.
나도 그 전날 늦게까지 잡혀있다 토요일 아침에 늦잠자고 말았다.
너희가 동서울에 돌아온 시각에는 인사동에 잡혀 있었네.
인사동은 뭐냐?
안그래도 연락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국립공원이 아닌 산 특히 지방의 산을 다니기 시작한지 1년이 안됐지만, 알게 된 것은 산이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사실!
애당초 이정표라는 것도 없고 있어도 믿을 수가 없다. 차라리 없으면 지도를 보고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가는데, 틀린 이정표가 문제다. 아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거든.
그런데, 사실 그게 더 재밌다. 이번에도 생각지도 못한 백운 계곡의 처음과 끝을 보았으니
그걸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간만에 문화생활 겸 사람들 좀 만나러 그림 전시회에 갔지.
그림 한시간 둘러보고 네시반경에 같이 간 사람들이랑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시작해서 그 집 문닫는 열시까지 있다가 귀가했다.
우리가 9시에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그 컨디션에 20키로라니 대단하다!!!
그 덕에 나는 덜 힘들었다
내가 원래 계곡 산행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번 두 번의 - 방태산 대골, 백운 계곡 - 계곡 산행으로 학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