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 生存戰略
박지연
은행 광고판에 2020년부터 지점 합병으로 문을 닫는다고 적혀 있다.
20년을 이용한 은행, 영업장에는 아직도 대기 손님이 꽤 많았다. 그러나 우리 집 근처 두 지점이 사라지면서 나도 전철을 타거나 많이 걸어야 하는 불편이 생겼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만 그런 사정이 아니었다. 스웨덴에서도 집 근처 은행이 없어지면서 현금압출기(ATM)조차 찾기가 어려워 현금이 필요한 고령층은 움직이는 게 부담스러워도 큰 도시로 나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 한다.
스웨덴은 얼마 전까지 -금리에서 제로금리로 오면서 ‘현금 없는(Cashless) 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디지털 금융 기술이 발달해 현금을 유통하지 않는다. 제로금리 사회에서는 시중의 돈이 생산적인 경로에 흐르지 않고 대개 지하경제로 흐르기 쉽다. 이러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자금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간 경합하는 핀테크가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활성화되어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스웨덴은 은행이 대부분 현금을 취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점에서조차 현금 대신 카드 결제나 모바일 송금, 결제 앱으로 받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방법에도 젊은이들은 재빠르게 적응해 핀테크를 이용해서 모바일로 비대면 거래를 확장해 나가지만 고령층은 이에 익숙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전자신분증인 은행 ID를 97.9%가 사용하지만, 저소득층이나 이민자들에게는 어려움이 많다.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연합 27개국도 은행지점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7%(65.000곳)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중심지라는 영국, 금융산업이 발달한 영국에서조차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저축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금융당국은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설계해 놓고 있지만, 세계화한 영국의 이미지에 비해 국민은 금융의 변화에도 이해도가 낮다. 스코틀랜드의 왕립은행은 매주 버스로 여러 지역을 순회한다. 이는 원래 도시에서 떨어진 곳의 고객을 위해 1946년부터 서비스를 해 왔는데 최근에는 요양원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440여 곳을 순회하며 은행 업무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은퇴자들이 사회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건강 등 프로그램이 많다. 여기에 디지털과 금융교육도 추가시켰다. 요즘 디지털 발달로 비대면 거래를 통한 금융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데 여기서도 고령층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65세 이상의 80%가 스마트 폰을 갖고 있지만, 이들 중 14%만이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 다른 나머지 고객을 위해 미국은행은 교육용 동영상을 만들어 반복 훈련을 적극적으로 시키고 있다. 이는 점점 성행하는 금융사기 등을 막기 위해 상·하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어 법을 제정했다. 지방정부도 고령층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비대면으로 금융 업무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세상이 되었다. 우리 젊은이들도 모바일로 환전을 하고 한도 조회를 하며 대출 신청을 하면 우대금리도 받는 혜택이 있어 한눈에 웬만한 거래를 다 한다.
은행도 경쟁이 심하다. 카카오 뱅크가 있고 카카오 페이도 출현하며 어떻게 고객에게 우대를 줄 것인가 고심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미 영업점도 없이 모바일 뱅킹으로 등록, 고객유치를 위해 새롭고 편리하며 고객이 선호할 앱을 만들어 내는 게 경쟁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거기에 은행도 생존전략으로 인공지능(AI)기술까지 활용하는 데까지 왔고 종전의 현금입출금 기기에 기능을 더한 ‘만능 ATM’의 설치도 하지만 보급은 충분치 않다.
아마존은 결제부터 발송까지 ‘원 클릭’으로 끝낸다. 아마존 결제를 통해 지급과 대출 서비스인 은행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결제 앱을 보유해 모든 생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은행 업무가 은행 간판 없이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모든 절차가 쉽고 편하며 빠른데 따로 시간을 내 은행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는 벌써 국경 없이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글로벌 결제체제가 되었다. 디지털 기술로 생존전략에 승리한 그들이 한 참 멀리 달아 난 금융의 변화가 놀랍다.
다만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이 문제다. 그들도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회고해 보면 1997년 IMF의 어려운 시기에도 IT에 눈을 뜬 정부는 학생 주부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이 무료로 어디서나 컴퓨터 교육을 받도록 했다. 나도 좀 서툴렀을 때 KT 큰 강당에서 수강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따라가기 힘들 때 옆 대학생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진도를 쫓아갔다. 나도 그 덕에 지금까지 불편 없이 사는 것을 감사한다.
은행 핀테크도 희망자에게 교육을 해주거나 어떤 지침이라도 있으면 한다. 고령사회의 독거노인들은 어디에 물어볼 데가 없다. 날로 발전하는 은행 업무를 스스로 볼 수 없다면 이건 사회적 문제다. 국민 다 같이 적응해야 하는 것은 이 시대에 같이 사는 사람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에 뒤처지면 불리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후를 버틸 자금을 은행에 넣어둔 사람은 금리로 노후자금을 해결하긴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 펀드(DLF)나 라임 같은 고위험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손실까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묘한 IT 사기꾼들이 난무하는 때에 고난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이 없도록 건전한 시장을 이해하고 견디며 노후자금을 통째 털어버리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방법으로든지 국가적으로나 지방자치단체라도 관심을 두고 교육해야 한다. 자기 책임이라 미루고 버려둔다면 이건 너무 잔혹한 사회가 아닌가.
ATM의 글자를 크게 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고령자는 늘어나는데 변화하는 금융환경이 그들에게는 높디높은 산으로 보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생존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