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500원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었겠지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중에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지를 벗는 중에 바지 끝단이 한쪽 발에 걸렸습니다. 기우뚱 하는 순간 몸과 바지가 잠시 허공을 맴 돕니다. 꽈당~ 쪼르르~ 몸이 크게 넘어지는 소리와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입니다. 옆으로 넘어져 아픔은 뒤로하고, 쪼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진 동전이 어디로 굴러가나 살피는 게 먼저입니다.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동전을 한 곳에 모아 보니, 500원짜리 3개와 100원짜리 5개입니다. 500원짜리 동전을 보는 순간 16년 전에 있었던 한 가지 사건이 생각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16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 세 살짜리 아들은 동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니 무척 사랑했습니다. 이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1,000원 짜리 지폐와 5,000원, 10,000만원 지폐는 돈으로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500원 짜리 동전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 손에 쥐어진 5,000원 지폐와 10,000원 지폐로 꾀 재미를 보았습니다. 지폐는 돈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500원 동전을 내밀면 그냥 바꿔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지금처럼 50,000원 지폐가 생겼다면 제 손에 들어온 수입은 더 커졌겠지요(?)
오매불망, 자나 깨나 3살짜리 아들이 오직 한 가지 동전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19년간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교회마당에 지금은 사라졌지만, 2층으로 지어진 사택이 있었습니다. 이곳 2층에서 4년을 살았습니다. 사택 앞 양지바른 곳에 각종 음료수를 파는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밀키스, 쌕쌕이, 콜라, 사이다 종류도 다양했지만, 가격은 일률적으로 500원이었습니다. 동전을 투입하면 먹고 싶은 음료수가 나온다는 것을 아들이 터득한 것입니다. 이것만 터득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3살짜리 아이에게는 동전 투입구가 손에 닿지 않습니다. 어찌하나 멀리서 살펴보니, 그늘 막 안에 있는 흰색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다가 그 위에 올라가 동전을 넣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눌러 아래로 떨어지는 음료수를 꺼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손가락 힘이 약할 텐데 어찌 캔을 따서 마실까? 입니다. 저의 염려도 잠시, 쏜살같이 교회사무실로 달려가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집사님, 이것 좀 따주세요.”,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지만 참 맛있게도 먹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귀엽다고, 예쁘다고 성도님들이 아들 손에 쥐어 준 돈 때문에 탈이 난 것입니다. 아빠 엄마 몰래 얼마나 많은 사이다를 내려 먹었던지 치아는 녹아내리고, 목안에 있는 편도선이 자라 잠이 들었을 때, 기도를 막아 거친 숨소리로 힘들어 합니다. 동전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기에 무서운 병원 치과를 가야하고, 멀지 않아 입안에 자란 편도선 수술도 받아야 합니다. 너무 사랑하여 아이에게 아픔이 되었던 500원짜리 동전을 바라보는데 불현 듯 이런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세상 것들로 인하여, 탈이 난적은 있어도, 내가 주의 교회를 좋아하고, 사랑함으로 인하여 탈이 나본 적이 있었는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내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격려해 주십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가 2:10)
섬김이 박희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