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계돈불백>
사당역은 만남의 천국이다. 교통의 요지여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갖가지 사연을 나눈다. 음식점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거다, 하는 음식점을 만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올 때마다 여러 음식점을 전전하게 된다. 먹고 나면 찝찝하고 부족하다는 미흡한 느낌을 풀지못한 숙제로 안고 가곤 했었다. 그 숙제가 오늘 저녁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이제 음식점 고르느라 그만 고민해도 되겠구나, 그러고 보니 식당 가득히 손님이다. 앉을 자리가 없다. 나만 뒷북치는구나,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뒷북이 대수랴.
1. 식당얼개
상호 : 우면산 계돈불백 (지도에서는 우면산으로만 나옴)
주소 :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2길 5(방배동 478-5)
전화 : 0507-1381-8883
주요음식 : 돼지고기 구이
2. 먹은날 :2020.11.12.저녁
먹은음식: 뒷통살 14,000원, 삼겹살 14,000원, 껍데기 10,000원, 된장찌개 7,000원, 청국장 8,000원
3. 맛보기
3. 맛보기
김치, 콩나물, 양파, 부추, 숙주나물이다. 콩나물은 익혀 내오고, 숙주는 생으로 나온다. 김치가 채 익지 않아 조금 섭섭하지만 고기와 먹기에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느낌, 오히려 고기와 함께 이런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 먹을 수 있게 하는 상차림이 더 고맙다.
껍데기, 한때는 삼겹살에서도 다 버리고 비계와 살코기만 먹었는데, 이제는 즐겨찾는 귀한몸이 되었다. 영양이 많고, 식감이 좋다는 것인데,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위별로 맛을 즐기는 대중이 늘어나면서 다시 불러낸 식재료다. 맛을 아는 대중의 층위가 두터워지는 것은 음식의 다양화와 깊은 맛으로 이어진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문화적 탐닉이 만나 만들어내는 음식문화의 구체적 현장이다.
삼겹살과, 뒷통고기, 뒷통고기는 꼬들꼬들하면서도 감칠맛이 났고, 삼겹살은 오겹살이어서인지,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맛이 났다. 보편적인 돼지고기 부위지만 부위별로 맛이 다른 것을 관중도 알고 식당 요리사도 경영자도 안다. 모두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즐겨먹는 육류의 종류는 단순하다. 소, 돼지, 닭고기 아니겠는가. 단순한 식재료를 다양하게 즐기는 것은 부위별 맛의 차이를 알아내고, 요리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부위별 맛의 차이는 우선 식감의 날을 세워 맛을 변별해내는 것이다. 五味의 범주 밖에 있는 식감은 전자혀도 식별해내지 못하는 아직은 인간만의 고도의 감각이다.
물컹거리나, 꼬들거리나, 쫀득거리나, 바삭거리나, 식재료에 따라 추구하는 식감이 다르다. 뒷통고기는 꼬들거리면서 차진 느낌이 났다. 식감은 천장과 이와 잇몸, 입안의 모든 부위를 동원하여 느끼는 것이다. 공들인 만큼, 원하는 식감이 느껴지면 만족도도 높아진다.
고기구이는 먼저 고기의 질이 좋고 맛이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도 일단 합격이다. 질좋은 고기를 확보하는 능력이 맛의 60%쯤은 좌우한다.
하지만 반찬에서 맛집이라는 것을 입증해줘야 한다. 근데 대체로 고기 좋은 집은 반찬맛도 좋다. 맛을 선별하는 입맛을 가져야 식재료 선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곁반찬은 간단한 편이다. 우선 명이장아찌와 된장에 눈이 간다.
오늘은 고전적인 소주도 곁들인다. 차없이 움직여야 하는 서울, 그 보상인지 이런 혜택도 베푼다. 그 사이 병두껑도 진화하고, 맛도 더 개운하고 가볍게 진화한 거 같다. 추억의 그 맛을 더듬는 것은 덤이다.
명이장아찌, 울릉도에서 먹었던 명이의 그 향기만은 못해도, 고기에 싸먹으면 일품인 그 특질만은 그대로 가져왔다. 울릉도 토백이 아저씨는 말했었다. 육지에 나갔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명이나물이라고. 육지에 나갈 때 명이나물을 품고 나가면 고향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상당부분 참아낼 수 있다고.
어찌 여기서 그 애틋한 향수의 맛까지 다 바랄 수 있겠는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맛이다.
김치가 조금 더 익은 것이 나왔으면 어떨까, 여전히 조금 아쉽지만, 생부추와의 조합이니 생것도 어울릴 법도 하므로 마음을 접는다. 푸진 야채 인심에다 김치를 더해 볶음이 되니 채소 친연도가 더 높아져 고기 먹기가 더 좋다.
젓갈, 그것도 갈치속젓이 나왔다. 맛을 알고 상차림을 한다는 느낌이다. 자신있는 모습이 상차림 곳곳에서 감지된다.
압도적인 된장국, 사실 재료 위주인 메뉴에서도 양념으로 나오는 곁반찬에서 실력이 드러난다. 된장국 맛이 그만이다. 건더기도 제맛내는 식재료임이 보인다. 느타리버섯, 모시조개, 호박, 두부 등등 맛내는 재료들이 잔뜩이다. 집된장 맛이 국물에서 나는데, 고추 찍어먹는 쌈장으로도 집된장이 나왔다. 묵은 솜씨, 신뢰가는 솜씨다.
껍데기 찍어먹은 간장 사진이 빠졌다. 콩가루에 찍어도 황홀한 맛이지만, 끈적한 식감이 나는 이 간장에 찍어도 맛이 제대로 났다. 쫄깃 찐득한 식감에 소스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뤘다. 음식을 제대로 알고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려는 성의도 함께 보인.
물냉면
된장에 청국장까지 주문해서 동종교배를 한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청국장도 맛있다. 틉틉한 국물에 구수한 청국장 맛과 향이 잘 담겨 있다.
4. 먹은 후 : “밥 한번 먹자”
풍족하고 유쾌한 저녁 식사였다. 좋은 음식 덕분에 분위기도 한층 더 유쾌해졌다. 그러다 보니 헷갈린다. 만남이 목적인지, 식사가 목적인지. 즐겁게 먹다보니 밥을 함께 먹는 거 자체가 만남의 의미를 절반은 실현한 거 같은 느낌이다.
왜 우리가 밥 한번 먹자고 인사를 하는지 새삼스럽게 알 거 같다. 즐거운 분위기를 나누자는 것, 풍성한 분위기를 나누자는 것, 세상살이의 고락을 나누자는 것, 그런 가운데 쌓이는 정으로 서로 세상살이의 힘을 주자는 것이 함께 먹는 의미 아니겠는가.
서울에서 ‘밥 한번 먹자’의 의미를 실현하기 참 좋은 식당이다. 이 번잡한 사당동에도 이런 식당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이런 일상을 편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코로나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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