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와 청소년지도

[라파엘(이태영)]

일본문화와 청소년지도

 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지난 1999년 10월10일 오전 일본 오사카 임페리얼 호텔. 3박4일에 걸친 일본 방문 일정의 마지막 모임을 일본 문화계 주요인사 30여 명과 나눈 김대중 대통령은 거듭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방침을 밝힘으로써 50여 년 굳게 질러져 있던 문화빗장을 풀었다. 이미 두 나라 정상이 발표한 공동선언에 한국에서 일본문화를 개방해나간다는 방침이 나온 만큼, 두 나라 문화계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촉각을 세워 관심을 보인 민감한 사안이었던 일본 대중문 화 개방은 이제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문화와 문화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에, 이런 맥락에서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일 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지명관)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문화교류의 하나“라는 교과서적 원칙을 내세우고 “동북아문화권 형성과 경제상호주의 입장에서 진행될 것“이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문화의 개방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청소년들은 어떠할까?

  나우누리의 일본 애니메이션 동호회인 앙끄(ANC) 동호회의 부시삽인 이종원씨(고려대 사회학과 4?21)는 전체 1만3천명 가까운 회원 중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40%로 주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10대인 고등학생은 그 뒤를 이어 30% 정도라고 한다. 이미 컴퓨터를 통해 일본문화를 즐기며 음악과 패션 그리고 만화와 영화에 대해 일부 청소년들의 열정은 대단해서 그들을 모방하고 테잎과 책을 사며 심지어는 일본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이것이 일본문화에 대한 시작이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 기성세대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

  1. 일본문화 개방에 대한 생각

 지난 9월26일 부산 남포동 부영극장에서는 올해로 3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 공연이 있었다, 일본 감독 이와이 순지의 <4월의 이야기>는 열광적인 이와이 순지‘팬 1500여 명이 객석을 꽉 채운 가운데 열렸다. 이 가운데 이미 90%가 <러브 레터> <스왈로우 테일> 등 그의 영화를 시네마테크 등에서 비디오로 본 마니아들이었고, ‘이와이 순지 사랑 모임‘같은 애호가 그룹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일부 일본 작가들에게 쏠리는 한국 독서시장의 열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화계 현상이다. 97년 9월 처음 한국에 왔던 무라카미 류는“내 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읽히고 있는지 몰랐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오히려 놀라워했을 정도였다. 일부 국내 작가들이 일본 작가들 소설을 모방 정도가 아니라 일부 그대로 베껴내 물의를 빚었던 것도 지난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이들 일본 대중소설가를 좋아하는 층이 특히 한국 대중문화인들에 쏠려 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가수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모든 금지된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바짝 다가가 있다. 그건 너무나도 금지조항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특히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대중문화인들에겐 아주 매력적이다“라고 그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을 밝혔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최재승 의원(국민회의)이 문화예술인과 관련공무원 236명을 상대로 실시한 `일본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문화예술 분야 전문인 의견조사'에 따르면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영향에 대해 `대중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4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중문화 침체(21%) ▲일본문화에의 종속(15%)  ▲우리문화의 일본진출 계기(9%) 등의 순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문화 개방시기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유예 뒤 개방(41%) ▲빠를수록 좋다(24%) ▲늦추는 것이 좋다(20%) ▲개방불가(14%)  등이었고,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3년 뒤'가 51%로 가장 많았고 1년 뒤, 5년 뒤는 각각 28%와 18%에 불과했으며, 개방 방법은 전면개방(26%)보다 장르별 선별개방(73%)을 선호했다.

일본문화 개방 이유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접촉은 개인자유(36%) ▲일본문화만 불허하는 것은 불공평(27%) ▲우리문화의 선진. 고급화를 위해(26%) 등인 반면 개방반대 이유로는 ▲문화. 경제 종속(33%)  ▲저질상업문화 범람(30%) ▲일제잔재 청산지연(12%) 등을 꼽았다.

 또 양국 문화의 비교우위를 묻는 질문에는 76%가 `각각의 특성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답했으나 우리문화가 우수하다(8%)는 답변에 비해  일본문화가 우수하다(14%)는 답변이 다소 많았다.

일본 대중문화의 오늘을 [생중계]하듯 전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문을 열자 젊은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접속을 기록하고 있다. 이규형 감독이 7월25일 개설한 [이규형 서울-도쿄](http//:www.tomatolee.com)는 한달 남짓된 8월 말까지 무려 240만 회나 되는 접속횟수를  기록했다. 누적 방문자수는 70여만명에 이른다. 주요 일간지 '인터넷 신문'에 버금가는 인기다. 이 감독은 "곧 공식 상륙할지 모를 일본 대중문화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 아니겠는가?"고 풀이했다.

 이 인터넷 사이트는 일본문화에 대한 막연한 배척이나 은밀한 탐닉을 넘어 총체적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8년간 일본에 살면서 대중문화 관찰자로 독특한 경지를 쌓은 이 감독의 현장감이 물씬하다. 일본 6개 방송의 드라마 숫자가 우리보다 적은 이유를 따지기도 하고, 일본 가요계엔 1백만 장 이상 앨범을 히트시킨 그룹이 1백팀이 넘는다는 실상도 전한다. 영화감독 겸 개그맨 비트 다케시로부터 가수 아무로 나미에까지 톱스타들 이야기도 흥미 위주라기보다는 일본적 감수성에 대한 분석이다. 일본문화 소프트의 질적 우수함을 칭찬하면서도 포르노 산업 만연 속에 깃든 일본의 그늘을 이야기한다.

 2. 일본만화의 실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한국 시장 침투는 일본 현대 만화의 성립기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져, 한국인의 만화에 대한 생각은 뼛속 깊이 일본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만화가 '어린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 사회악'이라는 오명 속에 어두운 뒷골목 만화방을 전전하고 있을 때, 일본 만화는 한 나라의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랐고,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 그 영향력을 여지없이 미쳐왔다.

 1970년대 <우주소년 아톰>, <은하철도 999>, <들장미 소녀 캔디>와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만화의 세계에 눈뜬 아이들은 일본 만화의 모방을 일삼는 어설픈 한국 만화를 보면서 자랐고, 1980년대 들어 대거 들어온 불법 복제 일본 만화와 비디오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홍익대 앞에 있는 만화 도매상에서 한 여대생은 "비교적 싼 값에 일본만화를 구할 수 있어 가끔 이곳을 찾아요. 한국 만화 중에도 볼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본 만화만큼 세련된 것을 찾기는 어렵거든요"라고 하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그녀는 작년 말에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복제 비디오를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 50개를 한꺼번에 '충동구매'했다고 한다. "미야자끼 작품은 대부분 자막까지 나와 있어요.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했는데, 대부분 직접 소장하고 싶다며 따로 사곤 해요."

 한 때 2만여 개까지 있던 만화 대본소가 현재 수천 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만화를 보는 눈이 높아져 더 이상 '만화 공장'에서 찍어내는 질낮고 천편일률적인 대본소 만화에 만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만화를 빌려서 보는 시대를 마감하고, 만화를 사서 보는 시대, 사서 보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만화를 그리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할 만하다. 그러나 만화 애독자들의 입맛은 일본 만화를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어 어설픈 한국 만화를 선뜻 사지는 않는다. 결국 <슬램덩크>, <오 나의 여신님>, <짱구는 못 말려> 등 공식적으로 출판되는 일본만화를 사보거나, 만화 대여점에서 불법 복제 일본 만화를 빌려본다.

 이런 현상은 어린 세대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부모님은 일본 만화라며 보지 말라고 하시는데, 우리 나라 만화라고 내용이 다른 건 아니에요. 못 그린 일본 만화가 한국 만화 아니에요?" 

 한 남자고등학생은 <비디오 걸 렌>의 팬인데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출판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판 일본 만화를 구해서 깨끗한 그림을 보고, 불법 복제된 번역본에서 글을 읽는다. 비디오로 나온 애니메이션도 구했는데 말을 못 알아들으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과 같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친구 중에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며 일본어를 독학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슬램덩크>의 한국어판을 내고 있는 <소년챔프>의 황민호 편집부장은 "일본 만화를 잡지에 싣는다고 비판을 하는데, <슬램덩크>는 일본보다 두 달 가량 늦게 게재되는데 그 기간을 참지 못해 미리 책을 구해보고 통신에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미 막을 수 없는 거죠." 황민호 부장은 오히려 한국 만화의 세계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만화도 올해 초에 6편이나 일본에 발표했습니다. 지금 우리 만화가 수출되는 곳도 벨기에,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7개국에 이르고요."

 곧 일본 만화가 공식적으로 수입 개방된다. 그러나, 일본의 만화 출판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여러 만화 편집자들은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반응이고, 한국 만화 잡지사들에서도 일본측에서 개방을 대비해 저작권 계약을 꺼리거나 하는 일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이미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의 구분 자체가 모호한 상태에서 더욱 재미있는 일본 만화 쪽으로 사람들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만처럼 일본 만화 70-80%, 국내 만화 20-30% 정도의 비율로 만화를 싣는 일본 만화 잡지의 한국어판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점령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이제 미국과 유럽을 침공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시장의 60% 이상을 일본 만화에 점령당한 한국으로서는 그 일본 만화의 그늘이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정부와 기업들이 디즈니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영향력에 놀라 뒤늦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아직 만화를 어린아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돈벌이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상태에서 일본 만화에 맞서는 한국 만화를 찾기는 힘들다.

 서구에서도 일본만화의 위상은 높아만 간다. 1989년 <아키라>의 애니메이션 판이 미국과 유럽에 상영되면서부터 일본 만화를 무시하던 태도가 뒤바뀌었다. 모두가 이 새로운 영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만화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슨은 'Scream'의 뮤직 비디오에 <아키라>의 이미지를 따 넣었고,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미국에는 일본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청소년들이 많다. 일본의 문화나 관광지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도쿄 거리를 직접 보고 싶어서다. 그들이 미국 대도시와 별 다를 것 없는 도쿄 풍경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만화에서 본 거리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일본 만화가들이 도쿄거리를 만화 속에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덕이다.

 이제 만화를 뜻하는 'Manga'라든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뜻하는 'Anime'라는 말은 서구의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일본 본토보다 한술 더 뜨는 '오다꾸'들도 많이 생겼다.

 지금 인터넷에는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놓은 <란마 1/2>, <드래곤볼>의 홈페이지가 수십 종씩 된다. 초기에는 SF적인 애니메이션만을 찾던 팬들이 일본만화의 매력에 눈뜨면서, 모든 종류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주로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파되며 팬들을 늘려가던 일본 만화는 작년 9월 <드래곤볼>과 <세라문>이 미국 TV 애니메이션의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아침에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미 대륙 침공을 시작했다.

 <뉴스위크> 등 미국의 언론은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며, 일본이 TV, 비디오, 자동차 등의 하드웨어로 제 2의 진주만 침공을 감행하더니 이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앞세운 소프트웨어로 제 3의 진주만 침공을 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 만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탄탄한 만화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도 손을 뻗쳐 이제 유럽의 웬만한 만화 서점에 가면 <드래곤볼>과 <아키라>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3. 일본의 영화산업

 한국이 개방 후 1～2년 안에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일본의 영화 산업자들은 기대가 매우 크다. 일본 영화는 해외에서 연간 50억～60억엔의 흥행수입을 거둬들인다. 대상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최고로 38%, 미국 등 북미가 23%, 유럽이 32% 등의 순이다. 개별 국가로는 미국이 26%로 1위, 다음이 대만(16%), 프랑스(13%), 홍콩(9%) 등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이 개방되면 이 같은 세계 판도는 일거에 뒤바뀔 전망이다. 한국은 대만까지도 제치고 미국 다음가는 수출상대국이 될 것이라는 게 일 영화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본영화제작자연맹 후쿠다 게이지 사무국장은 이런 관측의 근거로 한국의 시장 규모를 꼽는다. 한국은 방화와 외화를 합쳐 극장영화에서 9백억～1천억엔(흥행수입 기준) 시장을 갖고 있다. 일본시장 (97년 영화-만화시장 1천8백억엔)의 대략 60%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에는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비디오 시장이 존재한다.

 일본 대중문화가 50여 년만에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온다. 개방 원년인 올해 먼저 영화 및 비디오와 만화가 들어오고, 출판물과 음반, 애니메이션이 순차적으로 뒤따를 예정이다. 영화의 경우, 얼마 전 타계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80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게무샤>(影武者)와,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다녀간 중견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9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하나비>(불꽃놀이)가 12월 개봉을 서두르고 있다. 만화는 개방이라 이름 붙이기도 쑥스러울 만큼 그 동안 청소년과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로를 타고 수용돼온 지경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정부의 개방 방침이 흘러나온 뒤, 갑론을박을 벌이던 문화계는 뒤늦게야 밀려들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를 그 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음을 아프게 깨닫고 있다.

 4. 일본의 음악산업

 일본 대중문화의 해외진출 전략은 중화권 공략이 핵심이었다. 구매력이 뒷받침되면서 침투가 용이한 홍콩-대만-중국시장 진출에 큰 공을 들여왔다. 일본 가요-영화는 아메리칸 팝스나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세력권을 중화권 내에 구축해놓고 있다. 수 십 년에 걸쳐 조금씩 세력권을 확장한 결과다.

 대표 주자는 사카이 노리코(27). 6년 전 중화권에 본격 진출한 그녀는 드라마 광고(CF) 방송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톱스타 자리를 굳혔다. 지금까지 대만, 홍콩, 중국에서 팔린 그녀의 일본어 가요앨범은 무려 5백40여만 장에 달한다.

 그녀의 성공스토리엔 일본문화의 전형적인 해외진출 패턴이 엿보인다. 철저한 계산 아래 막강한 자금을 쏟아 붓는 거대기업형 진출전략이다. 제1단계 '이미지 침투'. 현지 방송에 부지런히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사진집 출간으로 화제를 만든다. 파나소닉 같은 일본기업 현지 CF도 이미지 침투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다음에 본격적인 '상업적 진출'이 시작됐다. 3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현지공연을 통해 붐을 일으키며 대대적인 앨범발매에 나섰다. 앨범이나 사진집 등은 철저하게 일본과 중화권 동시발매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더 많이 팔린 것은 일본 아닌 중화권이었다.

 대만과 홍콩에서 인기절정인 여성듀엣 퍼피(PUFFY)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기업의 현지CF 등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한 뒤 순회공연과 앨범 발매를 한다.

 5. 청소년지도의 노력

히버트(Paul G. Hiebert)는 '문화란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바를 조직하고 체계화하는 일단의 사람들에 의해서 공유된 사상, 감정가치, 그리고 행동에 연관된 유형과 산물의 통합된 체계이다'라고 정의한다.

리(F. N. Lee)는 문화에 대한 성경적 개념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문화란 말은 경작을 의미하는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되었는데 이는 에덴동산의 경작(Cultivation)을 명령하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의 말씀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은 오직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왕권만을 보증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도 그 행위에 의해 유익을 얻게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계속해서 개혁주의 주석학자 그로쉬데(F. W. Grosheide)의 견해를 이용하여 '문화란 자기 안과 밖의 세계를 이용하고 분류하여 표현함에 있어서 과거의 전통틀 위에 세워져서 현재와 미래세대의 사용을 위해 무단히 확대되어 가는 인간의 전체적 규범적 행위의, 하나님이 제정하신 영구한 침전(God ordained permanent deposit)이라고 하였다.

기독교 문화의 명령은 1) 개발의 사명 2) 성령께서 인간의 문화를 새롭게 하고 계심에 대한 고백 3) 문화의 평가기준의 소유를 의미한다. 그리고 쉐퍼(Francis Schaeffer)는 예술에 있어서 4가지 평가 기준을 언급하였다. 첫째, 기술적인 우수성의 기준, 둘째, 타당성의 기준이며, 셋째, 지적인 내용 즉, 전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세계관, 넷째, 내용과 방법의 통합성이다.

문화는 1)인간의 일상생활의 지침을 마련하고 2)인간의 태도?가치?목표를 명백히 제시하며 3)신화?전설?초자연을 배워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4)행동유형을 마련하여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에게는 1)개인이 습득해야 할 많은 기존의 적응방식을 제공하고 2)인간이 적응해야 할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며 3)주위의 상황이나 자극에 대한 해석 방식을 제공하고 4)개인의 자아 내용을 풍족하게 하며 5)인간의 욕구 불만에 대비하여 자기를 방어하는 기제방식을 제공한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세계관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만화의 경우, 너무 서구지향적이어서 때로는 지나치게 서정적이거나 반대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타난 주된 사상은 혼합주의다. 범신론적 신앙관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은 발달된 서구의 기계문명에 동양의 신비사상이나 윤회사상을 접목시킨 전혀 다른 문화를 생산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탄생한 그들의 종말관은 부정적이다. 그들은 인류 종말의 근본적인 원인을 인간의 죄가 아닌 탐욕으로 본다. 구원을 위한 새로운 중재자를 내세우는데 다분히 인간적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상실한다. 결국에는 선과 악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력을 흐리면서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온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교회는 재미있게 포장된 일본문화를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비판적으로 보며 생각할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지도자를 훈련시켜서 특강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그 세계관과 신앙관을 수시로 확인시켜주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제 학생위주의 정책이 입시제도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데 야간자율학습이 없어지고 청소년들이 학원을 갈 필요가 없게 되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를 몰라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와 사회가 노력을 하겠지만 우리 교회가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하며 교회는 청소년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들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장수현]

좋은 글 소개해 줘서 고마워^^;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는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 및 문화산업 전반의 경쟁력등이 70~80년대 보다는 많이 향상되어있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더 이상 문화장벽이나 규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봅니다. 서로의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비판적 수용력을 키우고, 자신의 문화를 계발시켜 시대적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 이런면에서 중국의 유연성 없는 자문화 우월 인식이 아직 중국을 세계적 리더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이며 '혐한증'발생 인자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