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묵집>
선비라 하여 과거시험보는 선비인가 했더니, 착할 선, 왕비 비, 착한 왕비라는 말, 물론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묵 메뉴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식인가. 확실한 건 맛이 좋은 데다 분위기도 좋다는 것, 실제 식당 안 손님이 대부분 여자이니, 여성층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1. 식당 얼개
상호 : 선비묵집
주소 : 경기도 의왕시 학현로 170-70
전화 : 031) 424-0460
주요음식 : 묵 음식
2. 맛본음식 : 묵정식(13,000원)
맛본 날 : 2019.9.25.점심
3. 맛보기
우선 식단이 신선하다. 묵을 주제로 하는 것도 특별한 데다가 다른 곳에서는 흔희 먹어볼 수 없는 별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도토리로 만든 희한한 음식들이 여러 가지여서 우선 별난 별식을 먹어보는 것에 마음이 설렌다.
다행스럽고 뿌듯한 것은 셀레는 기대가 배반당하지 않는다는 것, 기대에 어긋나는 음식은 없다. 맛있고 식감도 좋고 먹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북경오리구이가 이만하랴 싶다.
묵전, 도토리비빔국수, 묵말랭이조림, 묵조랭이샐러드 등, 묵 변주 음식들로 상을 채운다. 이어서 한술 밥과 들깨 도토리수제비탕이 나온다.
묵 전은 종잇장처럼 얇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비빈 도토리 국수를 싸서 먹는 전병이다. 묵을 묵에 싸먹는다. 그래도 희한하게 조화가 잘 되어 맛있다.
싸먹는 요리는 베이징카오야(북경오리구이)에 베트남 샤브샤브(월남쌈)가 우리가 자주 접하는 대표적 요리다. 둘은 그 나라 대표음식이지만 묵보쌈은 국내에서도 생소한 음식이다. 그러나 식감과 맛에 부담없는 식재료라는 재산을 가졌으니 도전해봄직 하지 않은가.
도토리비빔국수는 비볐기 때문에 다른 소스 없이 싸서 먹기만 하면 된다. 비벼서 소스를 넣어 먹는 북경오리나 월남쌈보다 간편하고 속의 맛이 간이 잘 섞여 더 먹기 좋고 맛이 난다.
묵말랭이, 묵을 말려서 달근하게 살짝 조렸다. 짜지 않고 단맛도 강하지 않으면서 말랑말랑, 쫄깃쫄깃 식감이 일품이다.
도토리묵샐러드, 묵을 손톱 크기로 말아 익혀 오이와 샐러드를 만들었다. 약간 쫄깃거리는 맛이 있고, 샐러드 마요네즈 소스와 잘 어울린다. 묵 음식의 진화다.
열무지와 맛난다. 얼갈이배추와 함께 하고도 열무지 맛이 더 나서 시원하다.
들깨탕은 진하지 않다. 도토리 수제비 몇 개와 채소 약간이 들어 있어 맛고 수저질 도 지루하지 않다. 맛은 틉틉하지 않고 풍부하다.
식당은 큰길에서 골목길로 접어들면 좁은 길이 불편하나 들어오면 의외로 주차장이 넓어 주차 걱정이 없다.
4.먹은 후
착한 왕비 '선비'라는 말은 사전에는 없는 말, 상호로 만들어낸 말이다. 오래 전 이 식당에 와서도 느낀 거지만 손님 중에 남자분이 드물다는 거다. 여자 손님들이 주로 먹고 이야기하며 묵음식과 분위기를 즐긴다. 맛있는 음식, 우아한 분위기는 여자들 전용인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다녀온 핀란드에서도 좋은 카페에는 여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민적 대중음식 햄버거나 케밥 등은 사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곳은 남자들 차지다.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모두 남자였다. 케밥으로 한 끼를 때우게 되어 먹는 동안 일부러 오는 손님을 찬찬히 챙겨 보았다.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시벨리우스 생가가 있는 헨맨린나 우아한 동네, 우아한 카페에서는 화려한 디저트를 앞에 놓고 커피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지구 끝에서도 분위기 좋고 맛 좋은 집은 주로 여자들 차지라는 점이 똑같다.
본 카페에서 다룬 대구 따로국밥 집의 손님은 거의 모두 남자였다. 국물을 훌훌 후딱 먹고 일어서는 집의 손님은 남자다. 옛날 주막에서는 주요음식이 국밥이었고, 물론 손님들은 모두 남자였다. 국밥집은 그런 전통을 이은 듯하다. 밥은 위를 채우는 것, 후다닥 먹고 다른 볼일을 봐야 하는 것이다. 천천히 먹으면서 대화도 하고 분위기도 향유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남녀 음식의 차이, 식당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이 집은 여성들의 식당이다. 많은 여성들이 몰리는 곳은 분명 맛도 좋지만 분위기도 좋다. 여성들은 식당맛과 분위기를 보증해준다. 이 집도 그렇다. 그런 여자들이니 착한 왕비로 대접해줄 만하지 않은가.
백운호수. 최근 산책로가 완성되어 편리하고 인근 도로가 정비되어 깔끔한 환경이 조성되어 호수는 좋은 휴식공간이다. 인근 커피숍은 낭만적인 분위기이나 너무 비싼 커피값을 감당해야 한다.
커피 없이도 밥을 먹고 호수 주변 산책로를 걸어보면, 하루 나들이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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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전에 강화읍내 언덕배기에 있는 묵밥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무미한 맛이라 별 감동이 없었는데, 이 집은 맛이 어떤지 한 번 들리고 싶군요. 묵밥만으론 이익을 내기 어려워 엘에이 갈비와 훈제오리를 주요 요리로 삼은 것 같습니다. 묵과 고기가 상극인데 상생도 되는군요.
감과 도토리묵을 함께 먹지 말라는 말은 있습니다. 아마 똑같이 타닌이 들어 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탄닌은 변비를 일으키거나 소화흡수를 방해해서 빈혈도 일으키는데, 지방 흡수도 방해하므로 고기와 먹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탄닌은 가공 과정에서 거의 사라지므로 걱정할 게 없다고 합니다.
강원도와 함께 충청도에서도 묵밥을 맛있게 잘합니다. 선비묵밥도 맛있게 잘합니다. 선비묵집은 서울을 비롯하여 몇 군데 체인이 있는 거 같습니다. 맛이 다 똑같을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의왕 맛집으로는 돋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