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후문
정 수 자
*
비만 오면 헤매던
너를 쓰다 손이 식는다
공기를 깨뜨리며 맨몸을 내던지는
투명한 투신들을 받느라
풀잎들 팔팔 떠는 날
**
팔이 긴 그렁풀도
내내 떨며 놓아 보내는
비의 후문에 먼 낙석이 닥칠 때
얼마나 차게 떨었을까
다리 위의 오금들도
***
난간을 짓깨물며
파랗게 혼자 식어갔을
뒤꿈치를 바람은 잠시나마 안았을까
낙수들 팔꿈치 길게 저린
뒤끝도 긴 장마 끝을
가을 저녁의 말
정 수 자
자분자분 새길질로 너녁이 또 길어진다
과부하가 걸린 듯이 지레 붉은 단풍 사이
밀쳐둔 신간들 앞에 생이 자꾸 더부룩하다
새김질은 어쩌면 슬픔을 수선하는 일
뭉텅 삼켰거나 훌쩍 들이켰거나
파지 속 붉은 신음을 씹다 젓다 별도 찾듯
신트림들 되새기며 점점 길게 저물려니
매일 홀로 넘어도 석양 저리 장엄하듯
시라는 지극한 울음을 비장처럼 길렀으니
어느 별지기에게
-김진숙
정 수 자
어느 별의 지기였나
망루는 아는 그녀를
허공 벼랑에 희망을 파종하듯
밥 먹자
같이 먹자고
온몸으로
종을 쳤네
그때마다 어둠들도
잠시 눈을 비볐지만
마중물 희망버스 캄캄히 끌려가고
홀로이
탑을 쌓았네
309과(果)
눈물사리
카페 게시글
명 시조 감상실
현대시조 세대 정수자의 시조집<비의 후문>에서
우촌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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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07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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