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화접 1권 제1장 해결사(解決士)와 노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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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노는 신바람이 났다.
"아주 좋다! 이 참에 그간 구결로만 익혀두었던 쇄붕도(碎崩刀)까
지 한 번 시전해 보아라."
"헉! 안돼요! 우노. 그건 아직......."
뾰족한 일갈이 희뿌연 도막(刀幕) 안에서 터져 나왔다.
펑!
한 점의 살도 없이 앙상한 뼈만 남아있던 소와 돼지가 벼락을 맞
은 듯 산산조각으로 터져 버렸다. 부서진 뼈마디들은 날카로운 흉
기로 둔갑하여 철화접을 향해 폭사해 갔다.
"우라질!"
철화접은 외마디 푸념을 내뱉곤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이
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고, 자칫 한눈을 팔다간 황천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슈― 슈― 슈― 슈―!
흐릿하게 보이던 철화접의 모습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오직 날
카로운 도광만이 사방팔방에서 번뜩번뜩 빛을 발하며 스산한 파공
음을 토해낼 뿐이었다.
허공에 뽀얀 가루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마치 모래알처럼 보이는
그 가루들은 잘게 부수어 다듬어진 뼛가루였다.
펑! 펑!
오리와 닭, 양이 폭죽이 터지듯 부서져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육
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으나 그 중심부에는 철화접이 있었다.
"처음 치고는 훌륭해. 그럼 이젠 밀가루반죽을 다질 차례다."
우노의 음성은 희희낙락했다.
이어 부뚜막 위에 있던 끈끈한 밀가루반죽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
갔다.
"자, 야채들만 채를 썰면 모두 끝이다."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를 시작으로 무와 당근, 파, 마늘, 심지어
콩과 깨까지 모두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것들은 철퇴나 도검 또는 비수나 암기가 되어 철화접의 전신 요
혈을 향해 무섭게 쇄도해갔다.
"그래, 죽여라! 죽여! 이 빌어먹을 늙은이야!"
철화접은 악에 바친 소리를 내뱉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녀의 움직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츄― 아― 아― 아―!
스― 스― 스― 스―!
온갖 것들이 실과 가루의 형상으로 튀어올라 허공을 가득 메우다
바닥에 수북히 쌓여갔다.
얼마 후, 광란의 소용돌이는 그 기세를 잃어갔고 그에 따라 철화
접의 모습도 희미하게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허공을 가르며 날았던 검은 깨가 가루가 되어 흩날리
자 시야가 더욱 밝아졌다.
"헉! 헉! 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 날 죽이려는
거예요?"
모습을 드러낸 철화접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홑겹으로 된 여름의복이 땀에 흠뻑 젖어 맨살에 휘감긴 채 풍염한
여체의 굴곡을 여실히 비쳐보이고 있었다. 턱에까지 차 오른 숨을
거칠게 몰아쉬느라 터질 듯한 젖가슴이 한껏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우노의 작은 두 눈이 아래위로, 좌로 우로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곳은 철화접의 젖가슴과 팡파짐한 둔부부위였
다. 그 부위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의복이 찢어질 듯이 그 부분의 살집이 팽팽하게 부풀어있다는 것
이 첫번째 공통점이었고, 두번째로는 그 부근의 의복이 군데군데
찢겨있다는 것이었다.
찢겨나간 부위는 날카로운 비수에 베인 듯 입을 벌리고 있어 그
사이로 투명한 속살이 은은히 비치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